佛·英, 구글세 속도 내는데… 한국은 못걷나 안걷나

조선일보
  • 박순찬 기자
    입력 2019.02.12 03:08

    EU에서 도입 논의 지지부진하자 英 브렉시트 앞두고 디지털세 추진
    佛은 '노란조끼' 영향 올부터 부과

    미국 애플이 올 들어 프랑스·영국에서 1조(兆)원에 가까운 세금을 토해내며 그간 유럽에서 세금을 제대로 내지 않았던 대가를 톡톡히 치르고 있다. 구글을 비롯한 다국적 IT(정보기술) 기업들은 '국경 없는 디지털 매출'의 특성을 이용해 수익 대부분을 세율 낮은 국가로 몰아주는 방식으로 절세(節稅)를 해왔다. 2000년대 중반부터 EU(유럽연합) 국가 중심으로 논의되던 '구글세(稅)'가 10여 년 만에 현실화하고 있는 것이다.

    佛·英, 구글세 속도 내는데… 한국은 못걷나 안걷나
    그래픽=김성규
    이달 초 프랑스 언론들은 애플이 프랑스에서 지난 10년간 체납한 세금 5억유로(약 6400억원)를 납부하기로 정부와 합의했다고 보도했다. 프랑스 세무 당국은 그간 애플이 자국에서 거둔 수익을 아일랜드로 돌리는 방식으로 조세를 회피했다며 조사를 벌여왔다. 애플은 강력 반발해왔지만 프랑스 정부가 법률을 만들어서라도 바로잡겠다고 강공으로 나오자 백기(白旗)를 들었다. 애플은 지난달 영국에서도 조세 회피 혐의로 현지 국세청에 1억3600만파운드(약 2000억원)의 세금을 추가 납부했다.

    하지만 한국에 구글세가 도입될 가능성은 지금으로서는 크지 않다. 구글·애플은 한국에서도 프랑스·영국에서처럼 매년 수조원대 매출을 싱가포르나 아일랜드로 돌리면서 세금을 회피하고 있지만, 우리 정부는 이를 추궁할 과세(課稅) 근거를 제대로 갖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또 정부의 과세 의지도 높지 않다.

    프랑스·영국, '구글세 부과' 선봉

    구글세 추진 상황
    현재 EU 집행위원회는 구글·애플 등이 유럽에서 거둔 디지털 매출에 3%의 세금을 매기는 '디지털세'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28개 회원국 전원이 찬성하면 즉시 모든 회원국에 도입 의무가 생긴다. 작년 11월 진행된 EU 재무장관 회의에서 프랑스와 스페인, 영국, 이탈리아 등이 찬성표를 던졌다. 그러나 낮은 세율로 IT 기업 본사를 대거 유치한 아일랜드, 벨기에·덴마크 등 일부 북유럽 국가는 반대하고 있어 진행 속도가 더디다.

    프랑스·영국처럼 독자 과세에 나선 곳은 이 같은 지지부진한 EU의 논의를 못 참고 뛰쳐나온 강성(强性) 국가들이다. 프랑스는 올해, 영국은 2020년에 자체적인 디지털세를 부과하겠다고 선언했다. 프랑스는 반정부 시위대인 '노란조끼'의 반발로 유류세 등 세금 인상안이 잇따라 불발되면서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세수 확보를 목적으로 구글세 도입에 적극 나서고 있다. 영국은 브렉시트(EU 탈퇴)를 앞두고 있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도 2020년까지 최종 보고서를 내겠다는 목표로 구글세 논의를 진행 중이다. 다만 최종 보고서가 강제성 없는 권고 형식이라는 한계가 있다.

    한국, '구글세 논의' 소극적

    한국 정부는 "조세 회피에 대응해 과세권 확보에 노력하겠다"는 공식 입장을 내놨을 뿐 적극적인 행동에는 나서지 않고 있다. 2020년 OECD의 최종 보고서가 나오면 국제 사회의 움직임에 따라 대응하겠다는 게 기본 입장이다. 소극적인 셈이다. 국내에서도 올 7월부터 글로벌 IT 기업의 부가가치세 과세 범위를 확대하는 법안이 시행되지만, 조세 회피의 핵심인 법인세·디지털세와는 거리가 멀다.

    정부 한 관계자는 "유럽은 구글이 검색·온라인광고 시장 대부분을 차지하지만 한국은 네이버의 영향력이 커서 세수 확보 효과가 크지 않고 이들이 해외 진출할 때 역풍을 맞을 우려가 있다"며 "자칫 중복 과세 문제도 불거질 수 있어 신중한 판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소위 GAFA라 불리는 구글·애플·페이스북·아마존 등 디지털 IT 공룡들이 모두 미국 기업인 만큼 미 정부의 무역 보복을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작년 10월 일부 국회의원은 글로벌 IT 기업이 국내에 서버를 의무적으로 세워야 한다는 법안을 냈다가 한·미 FTA(자유무역협정) 위반이 될 수 있다는 반대에 부딪혔다. 주한 미국대사도 반대 성명을 냈다.


    ☞구글세(Google tax)

    구글과 같은 다국적 기업이 현지 국가에서 막대한 이익을 올리고도 이런 매출을 법인세율이 낮은 나라로 옮겨 잡아 세금을 절감하는 행태를 막기 위한 모든 세금을 통칭한다. 최근엔 세금 회피 기업으로 꼽히는 구글·애플·페이스북·아마존의 이니셜을 따서 GAFA세라고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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