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파업 전야'...고용부 중재에도 노사협상 10개월째 공회전

조선비즈
  • 황민규 기자
    입력 2019.02.11 16:31 | 수정 2019.02.11 17:46

    네이버, 중재안 3건 모두 거절… "협정근로자 필요"
    "노조 파괴하려는 행위…20일 쟁의행위 돌입"

    네이버 노조가 오는 20일 본격적인 쟁의행위에 돌입하는 가운데 노사의 갈등 국면은 더 깊어지고 있다. 특히 협상 결렬의 가장 큰 쟁점인 ‘협정근로자’ 문제를 두고 양측의 ‘진실게임’ 공방마저 이어지고 있어 좀처럼 협상이 나아가지 못하는 분위기다.

    오세윤(가운데) 네이버 노조 지회장이 11일 경기도 성남시 네이버 분당구 본사 앞에서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네이버 노조 제공
    ◇ 10개월간 공회전 거듭한 노사 협상

    지난해 5월 네이버 노조는 직원 2000여명의 의견을 수렴해 총 125개 조항이 담긴 단체교섭 요구안을 사측에 전달하고 15차례 단체교섭을 진행했으나 대부분의 조항이 이렇다할 접점을 찾지 못한 채 결렬됐다. 노조가 요구한 125개의 조항 중 사측이 합의한 건 30여개 정도에 불과했고 이 또한 대부분 조합 활동과 조합 통지 의무, 조합비 공제 등 노조 활동을 위한 기본적인 권리를 보장하는 항목이었다.

    이후 사태 해결을 위해 고용노동부 중앙노동위원회가 세 가지 중재안을 들고 나섰다. 2년간 근무시간을 충족(만근)한 직원에게 15일의 안식 휴가 제공, 남성 직원에게 유급으로 10일의 출산휴가 제공, 인센티브 제도 투명화 등을 골자로 하는 중재안이었다. 네이버 노조는 이를 수용했지만 사측이 거절 의사를 밝혔다.

    사측은 "업무 유지를 위한 필수인력인 협정근로자를 지정하지 않는다면 추가 협의를 하지 않겠다"며 조정안을 거부했다. 중앙노동위 조정안까지 결렬되자 네이버 노조는 내부 찬반 투표를 진행했고, 네이버 96.06%(투표율 97.98%), NBP 83.33%(투표율 97.96%), 컴파트너스 90.57%(투표율 100%)의 찬성표를 얻어 합법적인 쟁의행위를 할 수 있는 쟁의권을 확보했다.

    ◇ IT 업계 최초의 협정근로자 논란…혼선 가중

    협정근로자는 또는 협정근무자란 조합원 중 쟁의행위에 참가할 수 없는 근로자의 범위를 단체협약으로 정해놓은 것이다. 노조가 파업을 하더라도 필수유지업무나 안전보호 등 핵심적인 직무를 맡고 있는 직원들은 파업기간에도 업무수행을 해야한다는 점을 노사 합의로 미리 정해놓는 것을 말한다.

    문제는 네이버와 같은 인터넷 기업의 경우 협정근로자를 명시해놓은 법 조항이 없다. IT 기업에 노조가 생긴 것도 이례적이며 파업까지 진행된 사례가 사실상 전무했기 때문이다. 민주노총 화섬식품노조 관계자는 "제조업의 경우 협정근로자가 법적으로 명확하게 구분이 되지만 네이버의 경우는 대상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11일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네이버 본사 앞에서 민주노총 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 네이버 지회 회원들이 기자회견을 열고 단체행동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황민규 기자
    물론 법적으로 정해진 조항은 없더라도 노사간 협의에 따라 협정근로자를 두는 건 충분히 가능하다. 또 네이버가 국내 포털 1위 업체이며 동시에 개인사업자부터 중소기업 등 다양한 이해관계가 얽혀있는 플랫폼인만큼 파업으로 인해 일부 서비스가 중단될 경우 예상치 못한 피해가 발생할 수도 있다.

    협정근로자 지정에 대한 양측의 진실게임 공방도 벌어지고 있다. 임영국 화섬식품 노조 사무처장은 조선비즈와 인터뷰에서 "사측이 제시한 협정근로자는 서버, 서비스 관리자 등 너무 포괄적으로 범위를 정해 사실상 노조원의 80% 이상이 여기에 해당한다"며 "이는 법이 보장하는 범위를 넘어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사측은 애초에 협정근로자의 범위를 구체적으로 지정해 전달한 적이 없다는 입장이다. 사측에 따르면 노조는 협정근로자를 두어야 한다는 제안 자체를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측 관계자는 "협정관리가의 범위를 언급하려면 일단 협정근로자를 두는 것에 대한 동의가 필요한데, 이 부분 조차도 합의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 네이버 ‘블랙아웃’ 우려는 당분간 없을듯

    우선 네이버 노조는 오는 20일 본격적인 쟁의행위에 돌입한다. 다만 곧바로 파업에 돌입하는 건 아니다. 오세윤 네이버 노조 지회장은 "시작부터 파업을 원하는 것은 아니다. 쟁의행위를 할 텐데 지금처럼 (사측이) 전혀 변화가 없다면 그때는 사측이 우리를 파업으로 밀어붙인 것으로 봐야 한다"며 추후 대화의 가능성이 열려있다는 점을 시사했다.

    또 네이버 노조 내부적으로도 여론의 시선을 의식하는 분위기다. 노조가 협정근로자에 대한 협의 없이 파업에 돌입할 경우 일부 서비스 차질은 불가피할 전망인데, 이 과정에서 일반 소비자들이나 자영업자, 소상공인들의 피해가 우려되기도 한다. 게다가 네이버가 IT업계 최고 수준의 임금과 복지를 갖추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배부른 쟁의’로 비판받을 가능성도 있다.

    이에 대해 오세윤 지회장은 "직무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상당수 직원들이 휴가 갈때도 PC를 들고 가야하는 등 제대로 쉴 수 없는 업무여건에 시달리고 있는 상황"이라며 "다른 대기업처럼 여름휴가나 추가적인 유급 휴가도 없이 근로기준법상 최저일수만 보장받고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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