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당 늘려라" 국민연금 효과 기대하는 증권가…재계는 불만

조선비즈
  • 전준범 기자
    입력 2019.02.11 14:48 | 수정 2019.02.11 14:58

    우선주·중소형 지주사 관심…"배당 늘리면 특정인만 혜택" 반론도

    대표적 짠물배당 기업으로 알려진 현대그린푸드(005440)가 지난 8일 보통주 1주당 배당금을 2017년 80원에서 162.5% 올린 210원으로 결정했다. 전날(7일) 국민연금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가 남양유업(003920)에 배당 관련 정관 변경을 제안하기로 결정하자 하루 만에 배당금을 2배 이상 늘리겠다고 밝힌 것이다.

    증권업계 전문가들은 다음달부터 본격화될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에 앞서 배당정책을 강화하는 기업이 많아질 수 있다고 예상한다. 투자자 입장에선 저배당 회사 가운데 옥석을 골라낼 기회가 생긴다는 의미다. 기대에 찬 증권가와 달리 재계는 국민연금의 과도한 경영 개입을 염려하고 있다.

    지난해 7월 스튜어드십코드를 도입한 국민연금은 올해 3월 주주총회 시즌부터 본격적인 주주권 행사에 나설 예정이다. / 조선DB
    ◇배당강화 수혜주 찾는 증권가

    1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올해 3월부터 투자기업에 대한 의결권 행사 방향을 주주총회 2~3일 전에 미리 공개할 방침이다. 국민연금 지분율이 10% 이상이거나 국내 주식 투자 포트폴리오 내 비중이 1% 이상인 기업 80여개가 명단에 오를 전망이다. 국민연금의 주주활동이 큰 관심사인 만큼 배당정책 개선에 나서는 기업도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투자증권은 "국내 기업들의 배당정책 변화가 우선주를 재평가하는 계기로 작용할 것"이라고 했다. 한국은 주요 대기업 우선주의 본주 대비 할인율이 35~70%에 이른다. 미국·독일 등의 우선주 할인율은 10% 미만이다. 윤태호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스튜어드십코드(기관투자자의 의결권 행사지침) 도입 확산, 주주가치 제고 움직임 등의 변화로 우선주 할인율이 축소될 여지가 커졌다"며 "한국 우선주는 할인율이 크기 때문에 그 만큼 높은 배당수익률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한국투자증권은 배당정책이 취약한 중소형 지주사도 주목할 만하다고 전했다. 중소형 지주 상당수의 배당성향(당기순이익 대비 배당금 지급 비율)이 15% 이하일 뿐 아니라 배당수익률도 국고채 1년물(1.7%)를 하회하는 기업이 수두룩하다는 이유에서다. 윤 연구원은 "효성의 배당정책이 주가 기폭제로 작용했던 것처럼 중소형 지주의 배당정책 변화는 주가 상승의 원동력이 될 수 있다"며 HDC, 대웅(003090), 한화(000880)등을 수혜주로 추천했다.

    하나금융투자는 지주회사가 고배당주로 변모하는 초입에 있다며 효성(004800)SK(034730)를 선호주로 꼽았다. 오진원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지주사는 주요 상장·비상장 계열사를 다수 보유하는 동시에 브랜드 권리를 소유하고 있다"며 "그룹의 현금 흐름이 최종적으로 수렴한다는 점에서 증시 전반의 배당 증가와 주주환원 요구 확대는 지주사의 현금 체력 향상으로 귀결될 것"이라고 했다.

    증권가에서는 이밖에도 배당성향이 낮은 것으로 유명한 사조산업(007160), 화승인더스트리(006060), 현대리바트(079430)등을 배당정책 변화 가능성이 큰 종목으로 예의주시하고 있다. 이들 기업의 배당성향은 2~5% 수준으로, 국민연금도 과거 이들 기업 주총에서 여러 차례 반대표를 행사한 적이 있다. 국내 상장사들의 평균 배당성향은 33.81%다.

    조선DB
    ◇"무조건 고배당?" 재계는 반발

    흙 속 진주 찾기에 열을 올리는 증권업계와 달리 재계는 여전히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기업이 경제나 업황을 감안하면서 탄력적으로 정책을 수립할 수 있어야 하는데, 지금과 같은 분위기에서는 정권에 찍히지 않기 위한 의사결정을 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지난해 말 기준 국민연금이 지분 5% 이상 보유한 기업은 297개에 달한다. 이는 한국 증시 전체 상장사 2110개의 14.1%에 해당하는 숫자다.

    예컨대 LG(003550)는 2018년 배당금을 전년 대비 53.8% 늘어난 2000원으로 결정했다. 그런데 이 회사의 지난해 순이익은 2017년보다 22.2% 감소했다. 재계 한 관계자는 "기업들이 주주친화 정책을 강화하는 추세이긴 해도 수탁자 책임활동을 강요하는 정부 눈치를 안 볼 수도 없다"면서 "정부가 입맛에 맞지 않는 기업을 길들이기 위해 국민연금을 동원할 수 있다는 불안감이 꽤 크다"고 말했다.

    기업의 저배당 정책을 무조건 문제삼을 수 있느냐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이날 남양유업은 "배당을 확대할 경우 늘어난 배당금의 50% 이상을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이 가져가게 된다"며 "사내유보금으로 기업가치 상승을 견인하기 위해 낮은 배당정책을 유지해 온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국민연금이 남양유업에 "배당정책 수립 및 공시와 관련해 심의·자문하는 위원회를 설치한다"는 내용의 정관 변경 주주 제안을 하기로 결정하자 이를 반박하는 입장문을 낸 것이다. 남양유업은 최대주주(51.68%)와 특수관계인(2.17%)의 지분율이 총 53.85%다. 회사측은 "합법적인 고배당 정책이 최대주주·특수관계인의 이익 증대를 대변하는 역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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