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산대출, 정부 활성화 방안에도 은행은 '시큰둥'

조선비즈
  • 이윤정 기자
    입력 2019.02.11 06:00

    정부, 법 개정해 동산 담보 회수시장 활성화 추진
    은행권 "이중담보 문제 여전…대출 수요도 적어"

    작년부터 정부가 동산금융 활성화를 위해 각종 지원 방안을 내놓고 있지만, 은행권에선 여전히 ‘동산을 담보로 기업에 대출을 제공하기엔 어려움이 많다’며 불만이다. 담보 채권이 부실해지면 해당 담보를 처분할 수 있어야 하는데, 동산의 경우 이를 처분할 수 있는 시장이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해당 동산에 대출이 얼마나 잡혀있는지 파악할 수 있는 시스템도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은행이 동산 담보를 민간에 팔 수 있도록 법 개정을 추진 중이다. 현재 동산·채권 등의 담보에 관한 법률 21조에 따르면, 은행이 직접 담보를 매각해 변제에 충당하기 위해선 ‘정당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 금융위와 법무부 등 정부는 정당한 사유에 무엇이 해당되는지 구체적으로 제시할 예정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지금은 은행이 법원 경매를 통해서만 동산 담보를 처분해야 하는데, 기계 등을 법원 경매까지 찾아와 사 가는 사람은 많지 않다. 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해선 은행이 민간에 동산 담보를 내다팔 수 있도록 해야한다"고 했다.

    그러나 은행권은 법률을 개정하면 담보 가치를 회수할 수 있는 시장이 활성화된다는 금융위 전망에 회의적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정부 방침과 법 개정 이후 상황을 지켜봐야겠지만, 처분 절차만 간소화되는 것이지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와 기계거래소 외에 동산 처분 시장이 없는 상황은 변함이 없다"며 "캠코와 기계거래소 외 일반 민간이 시장에 참여해 동산 담보를 넘겨받는다 해도 그에 얽힌 추심 절차를 처리할 역량이 부족할 수 있다"고 말했다.

    수요 자체가 많지 않다는 점도 문제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동산 담보 대출에서 공장 기계 등이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데, 이런 특수 기계는 비싸서 대부분 리스 또는 대출을 끼고 구매하는 경우가 많다"며 "이런 동산을 담보로 잡을 순 없어 대출 신청자가 많지는 않다"고 말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지금까지 기계 구입 행태를 고려하면 동산 담보 대출 수요가 적을 수 있지만, 은행이 앉아서 신청만 받기보다는 보다 적극적으로 수요를 발굴한다면 동산담보대출이 활성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동산담보대출은 수년째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다. 금융감독원 은행경영통계에 따르면, 2013년 말 4416억원에 달했던 국내 은행의 동산담보대출금은 2014년 말 4501억원으로 소폭 증가했지만 2015년 말 3858억원, 2016년말 3171억원, 2017년 말 2471억원까지 내려앉았다.

    부동산은 등기부등본을 통해 대출이 얼마나 잡혀있는지 확인할 수 있지만, 동산은 아직 이 같은 시스템이 제대로 마련되지 않았다는 점도 문제다. 금융위는 "지난해 8월 이후 대법원 등기 시스템 관련 규칙을 개정해 누구나 동산 등기 조회가 가능해져 이중담보 문제 등을 방지할 수 있게 됐다"고 말한다. 이전까지 부동산 등기는 모두 열람이 가능했지만, 동산 등기 열람은 이해관계자만 열람할 수 있었다. 동산 등기가 모두에게 공개될 경우 해당 기업의 재산권이 침해된다는 지적 때문이었다.

    그러나 시중은행 관계자는 "등기가 없는 동산이 대부분"이라며 "동산 종류가 굉장히 다양하지만 현재 법에선 등기가 불가능한 동산을 크게 카테고리로만 나눠놨을 뿐이라 어떤 동산이 등기가 가능한지 정확히 알기 어렵다"고 말했다. 동산·채권 등의 담보에 관한 법률 3조에 따르면 선박등기법에 따라 등기된 선박, 자동차 등 특정동산 저당법에 따라 등록된 건설기계·자동차·항공기·소형선박, 공장 및 광업재단 저당법에 따라 등기된 기업재산 등은 담보 등기를 할 수 없다고 못박고 있다. 법원행정처 관계자는 "등기 없이도 동산을 담보로 잡을 수 있는 양도담보제도가 있긴 하지만, 이 제도는 신용도가 받쳐주는 기업이 주로 이용한다"고 말했다.

    다만 전국은행연합회가 주관하는 동산 담보대출 표준계약서 개정에 대해서는 은행권도 기대를 걸고 있다. 은행연합회는 일정 조건의 경우 은행이 동산을 사적으로 팔 수 있도록 계약서에 적는 내용으로 표준계약서를 개정 중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부실 담보를 매각하기 위해 법원 경매를 진행하려면 시간이 굉장히 오래 걸리는데, 그 사이에 기계나 기술 등 동산의 가치가 하락하거나 동산 자체가 사라질 수 있다"며 "표준계약서가 개정된다면 은행이 보다 쉽고 빠르게 동산을 처분할 수 있을 것이고, 동산 가치도 보존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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