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언제까지 '서민 팔이' 대책을 말할건가

입력 2019.02.08 14:30

서민(庶民). 아무 벼슬이나 신분적 특권을 갖지 못한 일반 사람 또는 경제적으로 중류 이하의 넉넉지 못한 생활을 하는 이를 일컫는다. 사전적 의미로 보면 이들의 처지가 사회적 배려가 필요할 정도로 대단히 아쉽거나 부족하다고 느껴지지 않는다. 그러나 현실에선 가진 것 없고 먹고살기 힘들면 모두 서민이다.

경제 규모가 커지면서 빈부 격차가 심해지면 약자층인 서민들의 삶은 더 팍팍해지고 그들이 느끼는 소외는 더 커진다. 불행 중 다행인지 불행의 연속인지는 모르겠으나, 그래도 최소한 1~2년, 혹은 2~3년에 한 번은 온 나라에 ‘서민 챙기기’ 붐이 분다. 대선 때가 오면 그렇고, 총선이나 지방선거 즈음이면 찌든 서민의 삶에도 볕이 들 것 같은 날이 ‘반짝’ 찾아온다.

하지만 선거가 끝나면 그렇게나 많이 울려 퍼졌던 ‘서민별곡’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진다. 서민을 위한다며 목청 높인 공약은 흔적을 감추고, 그들이 그렇게 챙기겠다던 서민들은 이내 기억에서 잊히고 만다.

그래도 전과 조금 다르다면 현 정부가 내놓은 정책, 특히 부동산 대책들은 어쨌거나 서민을 잊거나 빠뜨리지는 않은 것 같다. 부동산 시장으로 향하는 돈줄을 죄고 규제의 문턱을 높였지만 어쨌건 투기는 잡고 실수요와 서민은 살리겠다는 이른바 ‘핀셋 규제’의 기저는 깔렸으니 말이다.

하지만 정부 출범 이후 십여차례나 쏟아낸 정책으로 적폐인 부동산 투기가 잡히고, 정책으로 보듬겠다고 약속했던 실수요자와 서민들의 내 집 마련은 이전보다 수월해졌고 주거복지는 개선됐을까?

수위를 꾸준히 높여갔던 각종 규제와 돈줄 죄기로 치솟던 집값은 다행히도 어느 정도 하락 조정을 받고 있다. 한동안 지나치게 올랐다 싶은 곳들부터 호가 하락이 눈에 띄기 시작했다. 서울 강남은 물론 비강남권에서도 ‘억소리’나는 하락 소식도 전해진다. 오른 만큼 빠졌다고 볼 수 없지만, 사정이 급한 매물부터 집값이 떨어지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리는 것은 사실이다.

도무지 잡힐 것 같지 않던 집값 아니던가. 이쯤 되면 이것이 ‘조정’이든 ‘하락’이든 청와대와 정부가 집값을 꺾었다는것 만큼은 인정하고 봐야 할 것 같다.

하지만 아직 청와대나 정부가 집값을 대하는 눈높이는 좀 다른 것 같다. 오른 만큼 떨어지지 않았으니 그리 생각하는 것을 이해 못 할 일도 아니다.

이달 초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팟캐스트 방송 ‘알릴레오’에 출연한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금 집을 사도 좋으냐’는 유 이사장의 질문에 "작년 11월부터 집값이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지만, 엄청나게 큰 폭으로 떨어져 집 없는 서민이 집을 살 수 있게 된 정도는 아직 아닌 것 같다"고 했다.

앞서 김수현 청와대 정책실장도 올해 첫 기자간담회에서 "상승세가 꺾였지만, 여전히 서민에겐 집값이 소득보다 높다"며 "조금이라도 불안한 현상이 있다면 지체 없이 추가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고맙게도 이번에도 서민은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크고 작은 규제들이 널린 가운데 집값만큼은 서민도 살 수 있어야 한다는 거다. 얼마나 아름답고 가슴 따뜻한 말인가.

그래도 정책을 기획하고 집행하는 두 분에게 묻고 싶다. 서민으로 규정할 명확한 사회∙경제적 기준도 없는 상황에서 서민이 집을 살 수 있는 수준의 집값은 대체 어느 정도를 말하며, 또 서민 소득으로 집을 사는 것이 현실 가능한지.

주택담보대출(모기지론)의 길이라도 제대로 터 있으면 가능할지 몰라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에, 총부채상환비율(DTI)이다 담보인정비율(LTV)이다 뭐다 해서 이리저리 돈줄이 틀어막힌 상황에서 한 달 먹고 살기도 빠듯한 서민들이 대출 도움 없이 무슨 재간으로 집을 살 수 있나.

손에 쥔 목돈은 적지만 굳이 집을 사야겠다면 눈높이를 낮춰 아파트가 아닌 낡은 단독주택이나 연립∙빌라를 살 수도 있겠다. 하지만 이런 집은 애초에 청와대와 정부가 때려잡으려 했던 대상도 아니지 않나. 급등한 만큼 떨어지지 않아 여전히 아파트값이 비싸다는 것을 십분 인정하지만, 결국 현실적으로는 중산층 이상이 살 수 있는 아파트 값만 놓고 서민 소득으로는 감당할 수 없으니 더 떨어져야 한다는 것은 무슨 논리인지.

집값이 ‘서민급’으로 떨어져야 한다고 말하지만 경제가 흔들릴 정도로 집값이 폭락하거나 담보대출 기준을 완화하지 않는 한 지금 규제에서 서민들이 자신의 소득으로 ‘가격이 더 떨어져야 할’ 아파트를 살 가능성은 낮다. 김 수석과 김 장관은 모두 서민을 입에 올렸지만 정작 가능한 일도 아니고, 혹여 그렇다면 상상 이상의 경제 위기를 걱정해야 할 상황이 될 텐데, 그렇지 않고선 서민의 내 집 마련은 아파트가 아닌 데서 알아보란 이야기와 무엇이 다른가. 더군다나 정부가 더 떨어져야 한다고 콕 집어 말하는 집은 처음부터 서민이 닿을 수 있는 집이 아니지 않나.

이 정부가 꺾겠다고 한 집값이 서민 주택이 아니었건만, 왜 잡아야 할 ‘문제의 집값’을 이야기할 때마다 서민 소득을 들먹이는지. 도대체 언제까지 ‘서민 팔이’에 눈이 멀어 집값을 보고 있을 것인가. 정작 닿을 수 없는 엘도라도를 찾고 있는 것은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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