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톡톡] 유튜브 영상도 제대로 못보는 수천만원짜리 8K TV, 사야 하나

조선비즈
  • 윤민혁 기자
    입력 2019.02.07 07:00

    삼성전자가 1월 31일 연 콘퍼런스콜에서 "올해 8K QLED TV를 크기별로 풀라인업화 해, 글로벌 출시하겠다"는 포부를 밝혔습니다. 프리미엄 TV 시장에선 "8K QLED와 마이크로LED ‘투 트랙’ 전략으로 나서겠다"고도 했습니다.

    삼성전자(005930)는 지난해 10월부터 8K TV를 판매하고 있습니다. 경쟁사 LG전자(066570)도 올해 안에 8K OLED TV를 출시하겠다고 밝힌 상황입니다. 삼성, LG뿐 아니라 중국 업체들도 지난 1월 열린 CES 2019에서 속속 8K TV를 선보였습니다. 바야흐로 8K 시대가 열릴듯 합니다.

    FHD, 4K, 8K TV 해상도 비교. 8K 해상도는 4K의 4배에 달한다. 4K 영상을 업스케일링해 8K로 만드려면 원본 영상 3배의 화소를 ‘창작’해내야 하는 셈이다. /LG디스플레이 제공
    그러나 "8K 해상도는 시기상조"라는 지적도 만만찮습니다. 가장 큰 문제는 콘텐츠입니다. 국내 지상파·케이블·IPTV는 막 4K 송출을 시작한 단계고, 8K 영화도 찾아볼 수 없는 실정입니다. 현재 8K 콘텐츠를 제공하는 곳은 사실상 유튜브 뿐입니다.

    제조사들도 이에 대한 대책은 있습니다. 저화질을 높은 해상도로 개선해 출력하는 ‘업스케일링’ 기술입니다. 기존 업스케일링 기술은 저화질 화면의 화소를 격자모양으로 배치한 후, 알고리즘에 따라 빈 공간을 주변 색상으로 채워넣는 방식이었습니다. 알고리즘을 아무리 잘 짜도 원래 빈 공간에 있어야 할 색상을 완벽히 추론할 순 없어 화질저하를 피할 수 없었습니다.

    각사는 8K TV를 내놓으며 ‘인공지능 업스케일링’을 탑재했습니다. 삼성전자의 ‘퀀텀 프로세서’, LG전자의 2세대 알파 9 프로세서가 대표적입니다. 제조사들은 "딥러닝 방식으로 최적의 화질을 찾아간다"고 설명합니다.

    그러나 인공지능 업스케일링도 한계는 분명합니다. 결국 업스케일링은 원본 영상에 없는 화소를 때워넣는 일입니다. 8K 해상도는 가로 7680개, 세로 4320개 화소로 구성됩니다. 4K의 가로 3480, 세로 2160보다 4배 많습니다. 4K를 8K로 업스케일링하기 위해선 원본 화면의 3배에 달하는 화소를 ‘창작’해내야 합니다. 제 아무리 기술이 발달해도, 업스케일링한 영상이 더 높은 해상도로 촬영한 원본 8K 화질을 따라갈 수는 없습니다.

    각사도 현재의 업스케일링 기술이 지닌 한계를 인정하고 있습니다. 삼성전자 측은 "해상도가 떨어지는 것들은 원래 가지고 있는 정보량이 부족해 한계가 있는 건 사실"이라고 했습니다. 그럼에도 화질 개선의 ‘중간다리’로써 업스케일링이 필요하다는 입장입니다. 다음은 삼성전자 뉴스룸의 멘트입니다. "굳이 8K TV를 사야 하냐는 소비자 의문을 해소하고 싶었다. 앞으로 화질이 나아갈 또 다른 방향을 찾아 나가야 한다." 기술 발전의 과정으로 보고 계속 화질 향상에 주력하겠다는 것으로 읽힙니다.

    그러나 8K로 촬영한 콘텐츠 공급이 없다면 8K TV는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합니다. 업스케일링은 현재 기술로선 한계가 있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방송사 등에서 콘텐츠를 만들어도 문제는 하나 더 남았습니다. IPTV로 8K영상을 보기 위해선 120Mbps(초당 메가비트) 이상 대역폭이 필요합니다. 때문에 100Mbps ‘광랜’을 사용하는 가정에선 8K 시청이 불가능합니다.

    해외 사정은 더욱 좋지 않습니다. 미국에 본사를 둔 인터넷 속도 측정업체 '우클라(Ookla)'에 따르면, 올해 1월 기준 한국의 평균 인터넷 속도는 119.61Mbps였지만 세계 평균은 52.33Mbps에 불과했습니다. 세계적 차원의 인터넷 인프라 개선이 없다면 8K 송출망도 무용지물인 셈입니다.

    게다가 현재 판매중인 삼성전자 8K QLED TV는 8K 화면을 초당 60번 전송하지 못하는 ‘HDMI 2.0’ 규격을 탑재하고 있습니다. 때문에 유튜브의 8K 영상을 제대로 감상할 수 없습니다. 원본 8K 영상을 그대로 재생하기 위해선 USB에 이를 담아 별도로 연결해야만 합니다.

    삼성전자가 올해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IFA 2018’에서 공개한 8K QLED TV. /삼성전자 제공
    아직 8K TV는 시기상조라는 분석이 나오는 배경들입니다. 결국 현재의 8K TV는 기술력을 과시하기 위한 ‘마케팅’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이어집니다. 삼성전자의 8K QLED TV 국내 출고가는 65형이 729만원, 75형은 1079만원, 최대 크기인 85형은 2590만원입니다. 반면 삼성전자의 4K QLED 최고급형 제품인 ‘Q9’ 65형의 인터넷 최저가는 361만원, 75형의 해외구매가는 421만원입니다. 할인과 구매 형태는 다르지만, 같은 크기에서 두배 이상 가격차가 있습니다.

    시장도 8K TV에 차가운 전망을 내놓고 있습니다. 시장조사기관 IHS마킷은 지난해 7월, 올해 세계 8K TV 판매량이 78만대 가량 될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그러나 5개월만인 지난해 12월, 전망치를 절반 이하인 33만대 수준으로 고쳤습니다. 2020년 판매량 전망 또한 기존 249만대에서 175만대로 30% 하향 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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