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의 맛, 예전같지 않네

조선일보
  • 성호철 기자
    입력 2019.01.25 03:11

    석달만에 주가 34% 추락, 판매량도 3년째 감소… 흔들리는 애플

    작년 10월 초만 해도 시가총액 1조500억달러(약 1180조원)를 기록하며 승승장구했던 미국 애플이 흔들리고 있다. 23일(현지 시각) 애플의 주가는 153.92달러로 정점 대비 34%나 떨어졌고 시가총액에서도 다른 테크 기업인 마이크로소프트·아마존·알파벳(구글의 모회사)에 밀렸다. 애플의 급격한 추락은 투자자들에게는 어리둥절한 상황이다. 애플은 여전히 역대 최고 실적을 내고 있기 때문이다. 애플은 2018 회계연도(2017년 10월~2018년 9월)에 매출과 순이익이 전년보다 각각 16%와 23%나 급증했다. 무려 595억3100만달러(약 67조2000억원)의 순이익을 낸 것이다.

    하지만 미국 경제 월간지(誌) 포브스가 최근 "애플 시대는 끝났다. 애플이 과거 휴대폰의 왕좌에 앉았다가 몰락한 노키아의 운명이 될 수도 있다"고 보도할 정도로 시장의 평가는 냉랭하다. 매년 신형 아이폰 가격을 인상해 순이익 극대화에만 몰두하고 고(故) 스티브 잡스 CEO(최고경영자) 시절의 혁신을 이어가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아이폰 판매량 이미 3년 전에 꺾여

    아이폰 판매량 추이는 화려한 실적 이면에 숨겨진 위기를 고스란히 드러낸다. 아이폰은 2007년 등장 당시 연간 371만대 판매량을 찍었고 이후 폭발적으로 증가해 2015년 2억3153만대로 정점에 달했다. 하지만 2016·2017년에는 각각 2억1500여만대 수준으로 감소했고 작년에도 3분기 누적 판매량이 1억4000여만대에 그쳤다.

    아이폰 판매 대수 그래프

    애플의 실적 성장 비결이 신제품 가격 인상에 불과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실제로 아이폰 신제품 가격은 최근 5년 새 3배 이상 폭등했다. 2013년까지만 해도 199~399달러였던 아이폰 신제품은 작년 9월에 나온 아이폰XS맥스에선 1449달러(약 164만원)까지 올랐다. 작년 신제품 중 가장 싼 모델(아이폰XR)도 749달러다.

    문제는 아이폰 브랜드에 기댄 고가 정책이 시장에서 더 이상 먹혀들지 않는다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아이폰의 주요 소비자층인 대도시 20·30대 미혼자들이 한 달치 월세보다 비싸진 아이폰을 외면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실제로 아이폰XS맥스 한 대 값은 주거비가 비싸기로 악명 높은 런던·도쿄·파리와 같은 대도시의 한 달치 월세(1인 기준)보다 비싸다. 그런 탓에 아이폰 가격 인상과 함께 신제품 발매 때마다 미국·영국·중국·일본 등에서 밤을 새우며 기다리던 젊은 소비자의 대기 행렬도 사라졌다. 여기에 세계 스마트폰 시장이 포화되면서 중국·인도와 같은 신흥 시장에서 고가의 아이폰을 살 신규 구매자층을 확보하는 것도 여의치 않다.

    ◇혁신 없는 7번의 신제품 발표…연구개발 투자는 5%대 그쳐

    애플은 스티브 잡스가 사망한 뒤 신형 아이폰 출시 때마다 '혁신이 없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애플의 팀 쿡 CEO는 본래 부품 구매에서 생산·공급망 관리를 주로 맡아온 관리형 리더로 꼽힌다. 연간 딱 2~3개 신제품만 내놓고 한국·일본에서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등 최고 부품을 공급받아 중국 공장에서 연간 2억대를 조립·생산하는 모델을 만든 주인공이다. 하지만 혁신을 위한 투자는 인색하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미국 투자기관인 번스타인은 작년 “애플의 R&D 투자액이 매출의 5.1% 수준에 불과하다”고 꼬집기도 했다. 경쟁자인 삼성전자(매출의 7%)·화웨이(15%)보다도 훨씬 못하다는 것이다. 실제로 애플은 최근 들어 혁신을 주도하기는커녕 잡스가 카피캣(모방제품)이라고 비판했던 삼성을 따라 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삼성 갤럭시노트를 본뜬 대화면 스마트폰이나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화면 채택이 대표적이다. 애플의 위기 타개책은 보급형 아이폰 출시일 가능성이 크다. IT 매체 맥월드는 최근 “애플이 올 3~4월에 신형 아이폰SE2를 내놓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애플은 최근 4인치대 보급형 모델 아이폰SE에 대한 재고 떨이에 나서며 이런 예측을 뒷받침하고 있다. 2016년에 나온 아이폰SE의 가격은 399~499달러(약 45만~56만원)로, 애플은 이후 보급형 신모델을 내놓지 않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아이폰 판매량이 급감하면 아이폰 의존도가 높은 부품업체들이 흔들릴 수 있는 만큼 2억대 판매는 공급망 유지를 위해 애플이 지켜야 할 마지노선”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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