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권 위협 법안 줄줄이 대기… 기업들 '공포의 2월 국회'

입력 2019.01.21 03:08

"상법·공정거래법 개정안 통과땐 기업활동 위축, 국가경제 악영향"

"2월 국회에서 상법 개정안과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통과될지 여부가 올해의 최고 리스크(위험) 요인입니다."

5대 그룹 고위 임원은 20일 본지 통화에서 "요즘 국회 개회를 앞두고 초긴장 상태"라며 이같이 말했다. 대기업 대관팀은 국회의원들의 지역구 활동이 많은 1월에는 보통 휴식기를 갖는다. 하지만 올해는 다르다. 정부·여당이 '공정경제' '대기업 지배구조 개선'을 목표로 작년부터 공언해온 상법 개정안, 공정거래법 개정안, 유통산업발전법안 법제화 등이 줄줄이 대기 중이기 때문이다. 이 법안들이 통과되면 대기업 대주주의 경영권이 전보다 취약해지기 때문에 투자와 고용 확대에 쓸 재원과 시간을 경영권 방어에 써야 한다는 것이 재계의 우려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5일 청와대에서 열린 '기업인과의 대화'에서 규제 혁신을 강조하고 정부는 '규제 샌드박스'를 도입했지만, 정작 기업들은 이런 법안들을 더 두려워하고 있는 것이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최저임금 인상 등이 모든 기업에 영향을 줬다면, 상법·공정거래법 개정안은 대기업을 정밀 폭격하는 것"이라고 했다.

정부, 여당이 추진중인 주요 규제 법안과 재계의 반발

10대 그룹 대관팀의 한 관계자는 "요즘 경영진으로부터 '정보 수집 능력이 떨어진다'는 질책에 시달리고 있다"고 했다. 그는 "전경련이 무력화되면서 대정부, 대국회 소통 창구도 마땅치 않고 여당도 쉽게 만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어서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고 했다.

특히 대기업 대관팀 임원들은 지난 연말 사내 도급과 재하청을 전면 금지하는 등 안전 규제를 대폭 강화한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이 상정 8일 만에 통과된 것에 충격을 받았다. 한 10대 그룹 임원은 "사회적으로 이슈화가 되면 뭐든 급물살을 타고 통과될 분위기여서, 지난달부터 법사위(상법), 정무위(공정거래법) 등을 열심히 챙기고 있다"고 말했다.

2월 정기 국회 계류 법안 중 기업들이 가장 촉각을 곤두세운 건 상법 개정안이다. 경제 단체의 한 임원은 "대기업 대관(對官) 담당 임원들이 회의를 하면 제일 신경 쓰는 게 상법"이라며 "오너의 경영권을 직접 건드리는 법안이라서 '꼭 좀 막아 달라'는 요구가 많다"고 말했다.

상법 개정안의 주요 내용은 감사위원 분리 선출, 집중투표제 의무화, 다중대표소송제 도입 등이다. 감사위원 분리선임제는 감사위원을 뽑을 때 대주주의 의결권을 3%로 제한하는 제도다. 집중투표제는 주총에서 두 명 이상 이사를 선임할 때 주식 1주마다 선임할 이사 수만큼 의결권을 준 뒤, 이를 특정 후보에게 몰아줄 수 있게 한 제도다. 다중대표소송제란 모(母)회사 주주가 불법행위를 한 자(子)회사 또는 손자회사 임원들을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이들은 모두 소액 주주의 권리를 높이려는 취지를 갖고 있지만, 현실적으로는 투기 자본의 이익을 위한 도구가 될 우려도 크다.

전삼현 숭실대 법대 교수는 "다중대표소송제, 집중투표제 의무화가 법제화되면 엘리엇 등 외국계 헤지펀드들이 훨씬 적은 지분으로도 대기업 계열사 전체에 대해 광범위한 지배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된다"며 "과연 누구를 위한 법 개정이냐 하는 말이 나올 수 있다"고 했다.

공정거래법 개정안 역시 재계의 우려가 크다. 정부 여당이 당정 협의를 거쳐 발의한 정부 개정안에는 공정위의 전속고발제 폐지,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 확대, 기업집단 순환출자 의결권 제한 등 강력한 규제들이 포함돼 있다. 특히 그동안 공정위만 행사하던 고발권을 검찰에까지 확대하는 안이 쟁점이다. 5대 그룹 고위 관계자는 "검찰이 공정거래법 위반 사안에 대해 수사를 하다 혐의 입증이 어려우면 저인망식으로 기업의 문제점을 훑는 별건(別件) 수사 가능성이 우려된다"고 했다.

국회에 계류 중인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은 복합 쇼핑몰에 대해 밤 12시~오전 10시 영업금지, 월 2회 의무 휴업(공휴일 원칙), 출점 규제 강화(상업보호구역 신설) 등 영업 규제 도입을 골자로 하고 있다. 유통업계에서는 골목상권, 소상공인들과의 상생이라는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지나친 규제라고 반대하고 있다. 권태신 전경련 부회장은 "복합 쇼핑몰 입점 업체의 60%는 소상공인들"이라며 "소비자의 선택권도 제한하고, 소상공인들에게도 피해가 가는 무리한 규제"라고 했다.

권태신 부회장은 "삼성그룹이 공정위의 상호출자제한집단에 지정된 것만으로도 삼성전자는 애플·아마존 등 경쟁사보다 70여 가지 규제를 더 받고 있다"며 "경제 지표가 추락하는 상황에서 기업 심리를 죄는 법안들도 통과되면 기업 활동이 위축되고 국가 경제도 악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완진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이념적으로 접근하기보다 경제의 활력을 키우면서도 공정성을 높일 방안을 좀 더 철저히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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