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증권사 가상통화 거래소 계좌 개설도 금지

조선비즈
  • 김유정 기자
    입력 2019.01.17 06:00

    후발 거래소, 은행이 계좌발급 중단하자 증권사 모색
    당국 "증권사 법인계좌→개인계좌 이체는 불법" 해석

    후오비 등 가상통화(암호화폐) 거래소 후발 주자들이 투자자를 모집하기 위해 증권사에 법인계좌를 개설하는 방안을 추진했으나 금융당국이 제동을 걸었다. 금융당국은 증권사가 가상통화 거래소의 법인계좌를 개설할 경우 내부통제 체계를 대폭 강화하고, 만약 법인계좌를 만들어도 이 계좌로 입금된 자금을 투자자의 개인 가상계좌로 이체하는 것은 자본시장법 위반이라는 법령해석을 내렸다. 사실상 가상통화 투자 및 자금거래에 증권사 계좌를 활용하는 것을 차단한 것이다.

    금융위원회는 최근 증권사의 가상통화 거래소 법인계좌 개설 관련 문의에 이 같이 답했다고 17일 밝혔다. 현재 가상통화를 거래하려면 가상통화 거래소의 법인계좌와 해당 법인계좌에 입금할 수 있도록 동일 금융사에서 만든 투자자들의 가상계좌가 있어야 한다.

    과거 몇몇 은행이 가상통화 거래소에 법인계좌를 터주고 투자자들에게 실명확인 가상계좌를 제공했으나 작년 1월 금융당국이 신규 가상계좌 개설을 금지하면서 후발 주자들은 추가 투자자 모집이 어려워졌다. 은행에 법인계좌와 투자자 가상계좌가 있는 거래소는 빗썸, 업비트, 코인원, 코빗 등 4개 뿐이다.

    조선DB
    개인의 가상계좌 개설이 어려워지자 후발 업체는 법인계좌로 직접 투자금을 받는 ‘벌집계좌’를 운영하고 있다. 꿀벌(투자자)이 벌통(법인계좌)에 꿀(투자금)을 넣는 모습과 비슷해 벌집계좌란 말이 붙었다. 이들 업체는 투자자들이 주문을 내면 빗썸 같은 거래소에서 가상통화를 거래하고 투자자에겐 전산상으로 수익률, 보유현황만 보여준다. 이후 투자자들이 출금을 신청하면 돈을 빼서 입금해주고 있다.

    거래소 법인계좌로 모인 돈은 사실상 거래소 소유가 돼 제대로 투자가 됐는지 관리, 감독이 어렵고 해킹, 횡령 등 투자자 피해로 이어질 위험이 크다. 거래소 법인계좌로 인한 사고가 잇따르자 은행들은 법인계좌도 잘 개설해주지 않고 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중소형 거래소나 국내에 진출한 해외 거래소는 증권사에 법인계좌를 설립하는 식으로 돌파구를 찾으려고 했다. 증권사 입장에서도 젊은층 중심의 가상통화 투자자를 증권사로 끌어들일 수 있는 기회가 된다는 점에서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졌다.

    현행 법상 증권사가 가상통화 거래소의 법인계좌를 개설할 수 없다는 규정은 없다. 그러나 금융당국은 부정적인 입장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기존 은행권의 사례와 같이 금융투자업권 협의가 우선 진행되는 게 바람직하다"며 "협의를 통해 실명확인 입출금 계정 서비스 이행 관련 전사적 내부통제 강화, 자금 세탁 관련 위험 평가를 위한 절차 구비 등 은행권 수준에 준하는 체계를 갖추기 위한 방안이 논의돼야 한다"고 했다.

    지난해 금융위가 발표한 가상통화 관련 자금세탁 방지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가상통화 거래소가 자금세탁을 하지 못하도록 감시해야 하는 책임은 법인계좌 및 실명확인 가상계좌를 제공하는 은행이 져야 한다. 가상통화 거래소의 자금세탁 위험이 높은 경우 금융 거래를 거절할 수 있고, 의심거래가 발견되면 적극적으로 보고하도록 하고 있다.

    만약 증권사가 은행권 수준으로 내부통제를 강화해 법인계좌를 개설한다고 해도 투자자에 가상계좌를 만들어주지 않으면 직접 그 거래소에서 거래할 수 없다. 또 증권사가 개인에 가상계좌를 만들어준다고 해도 법인계좌에서 개인의 가상계좌로 자금을 이체할 수 없다. 금융위 관계자는 "자본시장법 제 40조에 따라 금융투자업자에게 허용된 자금이체 업무는 투자자 예탁금으로 수행하는 자금 이체 업무"라며 "가상통화 거래를 위해 법인 계좌에 입금된 자금을 동일 증권사 내 타 계좌로 이체하는 것은 허용될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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