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출발부터… 반도체 수출 27% 곤두박질

입력 2019.01.12 03:07

1월 1~10일 열흘간 전체 수출 7.5% 감소

새해 들어 첫 열흘간 반도체 수출 실적이 작년보다 27.2%나 줄어들었다.

관세청은 11일 이런 내용을 담은 수출·입 실적 자료를 내놓으면서 "1월 1~10일 전체 수출은 127억달러(약 14조1000억원)로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7.5% 줄었다"고 했다.

그동안 수출, 그중에도 반도체라는 외발 엔진에 기대 경제성장률을 방어하고, 세수(稅收)가 30조원 가까이 늘어나는 덤까지 누린 한국 경제에 거꾸로 반도체발(發) 충격이 몰아칠 조짐이다. 이날 기획재정부는 매달 경제 상황을 소개하는 그린북을 발표하면서 처음으로 '반도체 업황'을 우리 경제의 불확실성 가운데 하나로 찍어 지목했다.

◇새해 첫 열흘, 반도체 수출 27.2% 줄어

올해와 작년의 새해 첫 열흘은 기업들이 일한 날, 즉 조업일 수가 7.5일로 같다. 순수한 경기 요인 외에 다른 이유로 실적이 떨어지지 않았다는 말이다. 고작 열흘치 통계지만 작년 12월에 마이너스로 돌아섰던 수출이 올해도 떨어지는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는 게 문제다. 그 중심에 전체 수출의 26%(작년 집계 기준)를 차지하는 반도체가 있다.

반도체 수출은 작년 1월 무려 53.3% 증가한 이후 5월까지 증가율 40% 안팎을 넘나들며 고공 행진을 했다. 7~10월까지만 해도 20~30%대 증가율을 오르내렸다. 그러다 11월 11.6%로 증가율이 반 토막 나더니 12월에는 거꾸로 8.3%가 줄어 감소세로 돌아섰다. 실적 추락에 가속도가 붙고 있다.

월별 반도체 수출 증가율 그래프
반도체 수출 급감은 수요 감소와 가격 하락 속도가 예상보다 훨씬 가파르기 때문이다. 세계 경기 하강과 미·중 무역 전쟁 여파로 스마트폰 판매가 부진하고 서버(대용량 컴퓨터)용 반도체 수요도 감소세로 돌아섰다.

대만의 시장 조사 업체인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작년 4분기 D램 가격은 11% 이상 하락했고, 낸드플래시 가격도 하락세다. D램익스체인지는 가격 하락이 올해 내내 지속될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 주요 고객사인 IT(정보기술) 기업들은 경기 침체, 재고 관리 등을 이유로 신규 반도체 구매를 거의 중단한 상황이다.

한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작년 말부터 신규 대량 거래 계약이 거의 사라진 상황"이라고 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실적에도 비상이 걸렸다.

삼성전자는 지난 8일 작년 4분기 잠정 실적 발표를 통해 영업이익이 10조8000억원에 그쳤다고 밝혔다. 직전 분기(17조5700억원)에 비해 6조원 넘게 줄어든 것이다. 편차가 다소 있지만 국내 증권사들은 올해 삼성전자의 매출이 4~5%, 영업이익은 10% 넘게 줄 것으로 본다.

◇반도체 부진, 성장률ㆍ나라 살림에 충격

반도체 부진은 한국 경제 전반에 충격이 클 수밖에 없다. 글로벌 위기 이후 산업 구조 개혁을 10년 넘게 미룬 바람에 단일 산업에 대한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아졌기 때문이다.

2017년을 기준으로 볼 때 한국 경제의 성장률 3.1% 중 0.4%포인트 이상이 반도체 한 품목에서 나왔다. 또 전체 기업 영업이익의 약 4분의 1, 설비투자의 약 20%가 반도체 몫이다. 오석태 소시에테제네럴(SG) 이코노미스트는 지난 10일 보고서에서 "전자제품 생산의 2017~ 2018년 경제 성장 기여도가 1.0%포인트로 추산된다"며 "전자제품 생산 증가세가 10%에서 5%로 떨어지면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0.5%포인트 낮아진다"고 했다.

국제 신용 평가사 무디스는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을 2.3%로 전망하면서 "글로벌 무역 위축이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에 가장 직접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했다.

반도체 불황은 세수(稅收)에도 큰 충격을 줄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의 작년 세수는 11월까지 279조9000억원에 달해 이미 재작년 실적보다 많은데, 그 대부분이 전년보다 12조원 넘게 늘어난 법인세 덕분이다.

늘어난 법인세는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반도체 기업에서 나왔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법인세는 전년 대비 148.0% 늘었고, 작년 상장사들이 낸 법인세 23조9800억원 중 10조7000억원(44.6%)을 두 회사가 냈다. 이억원 기재부 경제정책국장은 "반도체 경기 하강은 시장에서 어느 정도 예상됐던 부분"이라며 "경제에 중요한 요인인 만큼 모니터링을 면밀히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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