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참사가 인구구조 탓? 정책 실패 성적표"…노동경제학자들 질타

입력 2019.01.11 10:30

"고용률 유지, 세부적으로 개선"…정부 주장
노동경제학계 "통계 취지에 맞지 않게 유리한 지표만 입맛대로 활용"

지난해 취업자 증가수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저치인 9만7000명으로 떨어지면서 과도한 최저임금 인상 등의 부작용이 최악의 고용참사를 초래했다는 비판이 고조되고 있다. 이런 비판에 청와대와 정부 측은 15~64세 생산가능인구가 줄었기 때문에 취업자 감소는 불가피한 결과라고 맞서고 있다. 오히려 정부는 이 연령대의 고용률이 지난해와 같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고용시장이 개선된 측면도 있다는 논리를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노동경제학자들은 정부측 주장에 대해 한 목소리로 ‘책임회피’라고 비판한다. 최저임금 인상 등 문재인 정부 정책 실패로 인한 책임을 모면하기 위해 엉뚱한 소리를 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생산가능인구 감소 영향을 감안하더라도 2017년 30만명 이상이었던 취업자 증가수가 10만명 아래로 내려간 것을 ‘인구감소로 인한 자연변화’로 합리화할 수 없다는 게 이들의 지적이다.

◇"고용률은 장기 트렌드, 단기적으로 활용하면 안돼"

2017년 31만6000명이었던 취업자 증가수는 2018년 9만7000명으로 3분의 1 토막 났다. 이런 결과에 대해 청와대와 정부는 생산가능인구 감소 때문이라는 논리를 내세웠다. 15~64세 인구는 2017년에 비해 6만3000명 줄어들었기 때문에 취업자 증가폭 둔화는 불가피하다는 논리다. 통계청은 인구감소로 인한 취업자수 감소효과를 약 4만명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 때문에 때문에 고용률 중심으로 고용시장 상황은 판단해야 한다는 게 정부의 주장이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8일 2018년 연간 고용동향에 대해 "세부 내용을 보면 고용률 측면에서 2017년 되지 않은 66.6% 수준이고, 상용직 취업자 증가세가 지속되는 등 개선추세가 발견된다"고 말한 것이 대표적이다. 그는 "2021년까지 구직하려는 에코 세대가 늘어날 전망이기 때문에 앞으로 3년간 굉장히 (고용이) 어려울 수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고용시장의 어려움이 인구구조 때문이라는 그의 생각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홍 부총리가 중요한 잣대로 언급한 고용률은 경제개발협력기구(OECD)가 나라 별 비교를 위해 사용하는 15~64세 고용률이다. 이 지표는 지난해 66.6%로 2017년과 동일했다. 취업자수가 크게 줄었지만 생산가능 연령대의 고용률이 줄지 않았기 때문에 고용시장 상황이 외부에 비춰진 것만큼 악화된 것은 아니라는 게 홍 부총리의 생각이다.

청와대의 생각도 비슷하다. 노영민 청와대 비서실장이 고용동향을 보고받고 "노동인구 감소시대에 고용률이 중요한 지표이기 때문에 고용률을 주요 지표로 삼아 일자리 창출에 매진해야 한다"고 지시했다. 지난해 고용참사가 인구구조 때문이라는 생각을 에둘러 표현한 것이다. .

하지만, 노동경제학자들은 66.6%로 유지된 고용률이나 생산가능인구 감소 등이 고용참사의 방패막이가 될 수 없다고 지적한다. 고용률 자체가 1년 단위의 고용시장 상황을 설명할 수 있는 지표가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2017년 노동경제학회장이었던 조준모 성균관대 경제학부 교수는 "정부가 수치변화에 일희일비하고 있다. 통계생산 취지와 맞지않은 유리한 지표만 활용하는 건 심각한 오류"라고 말했다.

그는 "(취업자수에 비해)고용률이 잘 버티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고용률은 산업구조 변화, 양성평등으로 인한 여성의 노동시장 참여도 등 장기간의 트렌드 등을 평가할 때 사용하는 지표이기 때문에 단기적인 성과평가에 사용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


조준모 성균관대 교수, 박기성 성신여대 교수, 금재호 한국교육기술대 교수, 이정민 서울대 교수.(왼쪽 위 방향부터)
◇"인구구조 탓보다 정책실패 반성해야"

정부의 고용률 해석이 잘못됐다는 지적도 나왔다. 2014년 노동경제학회장을 역임했던 박기성 성신여대 교수는 "확장된 실업률을 보여주는 고용보조지표 3를 보면 2018년(11.6%)이 2015년 이후 가장 높고, 15세 이상 경제활동인구의 고용률은 지속적으로 떨어지고 있는 상황"이라며 "고용율을 근거로 고용시장이 개선되고 있다는 주장은 잘못된 해석"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15~64세 고용율은 전년 수준을 유지했지만, 2018년 15세 이상 전체 경제활동인구의 연간 고용률은 60.7%로 전년대비 0.1%포인트(p) 하락했다. 전체 고용률은 월별로는 지난해 2월 부터 11개월 연속 하락 중이다.

금재호 한국기술교육대 교수는 "생산가능인구가 6만명 줄어들었지만, 취업자 증가수가 30만명대에서 10만명 아래로 떨어지는 걸 설명할 만큼 변동폭이 크다고 할 수 없다"면서 "오히려 인구감소에도 불구하고 고용률이 올라가지 않고 정체상태인 것은 그만큼 고용시장이 심각하게 악화된 상태라는 걸 설명해주는 근거"라고 말했다.

노동경제학자들은 지난해 취업자수 급감 등에서 나타난 정책실패를 정부가 인정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박 교수는 "최저임금이 2년 간 30% 가량 올랐고, 주당 근로시간 52시간 단축,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등의 정책이 노동시장 진입자와 미숙련·반숙련 근로자들의 취업을 불리하게 만드는 문턱을 높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정민 서울대 교수는 "최근의 취업자수 감소 등 단기현상을 인구감소라는 장기적인 추세의 문제로 설명할 수 있는 게 아니다"면서 "현재의 고용시장 어려움은 인구변화보다도 경기침체와 최저임금 인상 등 정책적 요인으로 고용의 규모가 줄어들고 있다는 점을 더욱 심각하게 바라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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