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 늘렸지만 성장 갉아먹는 정부재정지출...주범은 '초과세수'

조선비즈
  • 연선옥 기자
    입력 2019.01.11 09:35

    금융위기 이후 처음 예산 7% 늘렸지만, 세수 호황에 재정 ‘긴축’

    가계 소비와 기업 생산 위축으로 민간 부문의 활력이 떨어지면서 정부 재정의 적극적인 역할이 요구되고 있지만, 경제 성장에 대한 정부 기여도는 오히려 크게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매년 확장적인 재정을 편성하고 있지만, 나라 곳간으로 들어오는 세수(稅收)가 정부 예상을 초과하면서 재정 지출 효과가 반감되고 있기 때문이다. 재정의 GDP(국내총생산) 성장의 기여도는 지속적으로 낮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재정지출 효과가 경제성장을 후퇴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11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전기대비 경제성장률이 0.6%였는데, 경제성장에 대한 정부 지출 기여도는 -0.1%포인트였다. 정부가 경기 하강에 대응해 재정의 적극적인 역할을 강조했지만, 가계·기업의 힘으로 0.7%포인트 끌어올린 성장률을 정부 부문이 오히려 0.1%포인트만큼 성장률을 깎아 먹었다는 의미다.

    시계(視界)를 넓혀 보면 최근 들어 재정의 기여도는 계속 낮아지는 추세다. 2016년 경제성장률이 2.8% 성장할 때 재정의 기여도는 0.9%포인트였지만, 2017년 경제가 3.1% 성장할 때 재정 기여도는 0.8%포인트로 낮아졌다. 지난해에는 1분기 성장률 1.0% 중 정부 기여도가 0.1%포인트에 불과했고, 2분기에는 0.6% 성장하는 가운데 0.3%포인트를 정부가 기여했다. 3분기 정부 기여도는 마이너스로 떨어졌다.

    경기 둔화 신호가 커지면서 정부가 확장적인 재정정책을 펼친 가운데서도 정부 역할이 갈수록 줄어든 이유는 지나친 초과세수 때문이다. 정부가 성장률을 끌어올리기 위해 예산을 넉넉하게 잡아봐야 국고로 돌아가는 세수가 풍부하다보니 정부가 시중 자금을 빨아들이는 모양새가 된 것이다. 이 때문에 정부 재정이 경제성장을 갉아먹는 역설이 일어났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지난해 1~11월 중 국세(國稅) 수입은 279조9000억원으로, 당초 정부 예상보다 11조8000억원 더 걷혔다. 지난해 12월 들어온 세수까지 감안하면 작년 한 해 발생한 초과세수는 25조원 규모일 것으로 예상된다. 2017년 초과세수가 14조3000억원에 달했는데, 지난해 그 규모가 더 늘어난 것이다.

    지난해 정부 예산은 전년보다 28조4000억원(7.1%) 늘어난 429조원으로 편성됐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10.7%) 이후 증가폭이 가장 컸다. 게다가 지난해 5월에는 3조8317억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이하 추경)도 국회를 통과했다.

    정부 관계자는 "정부 재정 편성 기조가 확장적이라고 하지만, 법인세와 소득세를 인상하는 등 세 부담을 늘리면 결국 재정이 긴축적으로 운용된 것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주열 한은 총재 역시 "결과적으로 보면 그동안 정부의 재정정책은 충분히 확장적이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평가하면서 "정부가 생산성과 잠재성장률을 높이는 투자를 중심으로 재정을 확장적으로 운영해야 한다"고 주문했었다.

    정부 재정 지출 중 덩어리가 큰 인프라 투자가 감소한 것도 성장률에 대한 정부 기여도를 낮춘 요인이다. 정부 재정 활동은 소비와 투자로 나뉘는데 지출 항목별로 보면 지난 3분기 정부 소비는 성장률에 0.2%포인트 기여했지만 정부 투자가 보탠 부분은 마이너스 0.4%포인트인 것으로 나타났다. 건강보험료 급여 등으로 정부 소비는 증가 추세지만 인프라 등 도로·철도 공사 등 SOC 투자는 대폭 줄어 정부 투자는 큰 폭 감소한 영향이다.

    이 때문에 지난해 국제 유가가 상승세를 보이자 정부가 이례적으로 유류세를 낮춘 것도 초과세수가 과도한 상황을 고려한 조치라는 분석이 나온다. 유류세를 인하해서 세금을 통해 국고로 들어오는 자금을 의도적으로 줄였다. 민간에 돈이 돌도록 해야 한다는 지적을 일부 수용한 것이다.

    한 경제연구소 관계자는 "정부 역할이 지나치게 비대해져 민간 부문을 제약하는 상황은 바람직하지 않지만, 경기 하강이 우려되는 상황에서는 정부가 생산성을 높이는 분야에서 소비와 투자를 높여 성장률을 떠받치는 역할을 수행해 줘야 한다"며 "지출증가율을 높여 확장적인 재정 정책 기조를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가계와 기업에 대한 세 부담을 낮춰 결과적으로도 재정이 확장적으로 운영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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