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강, 내수·수출 동반 부진…수요 둔화·보호무역 고민

조선비즈
  • 조지원 기자
    입력 2019.01.08 06:00

    우리 철강 산업이 올해 내수·수출이 동반 부진한 ‘이중고’를 겪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자동차‧조선‧건설 등 전방 산업 부진에 글로벌 보호무역주의 영향으로 수출마저 어려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8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철강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 최종조치 계획을 세계무역기구(WTO)에 통보했고, 관련국과의 협의를 거쳐 다음달 2일부터 시행하기로 했다.

    EU의 세이프가드 조치는 쿼터 내 수입물량에 대해서는 관세를 매기지 않고, 이를 초과하는 물량에 대해서만 관세 25%를 부과하는 관세율할당(TRQ‧Tariff Rate Quota) 방식이다. 이번 최종 조치 대상에는 잠정 조치에 없었던 스테인리스 후판, 레일‧궤조, 냉연강재 등이 포함됐다. 기간은 2021년 6월 30일까지다.

    EU는 품목별로 수입점유율이 5% 이상인 주요국에 국가별 쿼터를 배분했다. 한국은 냉연, 도금, 전기강판 등 11개 품목에 국가별 쿼터를 적용받으면서 기존 수출 물량에는 큰 변동이 없을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포스코 직원이 포항제철소 4고로에서 녹인 쇳물을 빼내는 출선작업을 하고 있다./포스코 제공
    다만 철강업계는 미국에서 출발한 철강 보호무역주의가 EU 등 다른 지역으로 확산되는 것에 긴장하는 분위기다. 자동차, 조선, 건설 등 국내 수요산업 경기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수출 길마저 막히면 타격이 불가피하다.

    철강업계 수장들도 2019년 신년사를 통해 올해 경영환경이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최정우 포스코 회장은 "선진국과 신흥국의 동반 경기 하락이 전망되어 불확실성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김용환 현대제철 부회장은 "미‧중 무역전쟁, 미국 금리인상, 신흥국 경제위기 등 여러 가지 리스크 요인이 도사리고 있다"고 했다.

    ◇ 쿼터제 있는 대미 수출 한계…작년 16개 품목 쿼터 모두 소진

    지난해 미국이 무역확장법 232조에 따른 쿼터제(수출 물량 제한)를 시행하면서 대미국 수출 물량은 2015~2017년의 70% 수준인 263만t까지만 가능하다. 갑작스러운 쿼터제 시행으로 혼란을 겪었던 국내 업체들은 올해 업체별 품목별 쿼터 배분을 마무리 짓고, 연간 쿼터를 25%씩 나눠 분기마다 수출 물량을 조절한다는 계획이다.

    쿼터제가 유지되는 이상 대미 수출은 한계가 있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전기강판, 송유관, 일반관, 기계구조용강관, 강관말뚝, STS열연, STS냉연, STS강관, STS잉곳, STS형강, 봉강(열간‧냉간‧형간), 공구강 등 16개 품목은 쿼터를 모두 소진했다.

    무역협회는 주요국 쿼터 제한 등으로 올해 철강 및 비철금속 제품 수출이 쉽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무협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철강 및 비철금속 수출산업경기전망(EBSI)은 62.4로 지난해 4분기(70.9)보다 낮다. EBSI는 다음 분기 수출 경기에 대한 국내 수출기업의 기대를 나타낸다. 수출여건이 직전 분기 대비 악화될 것으로 예상되면 100보다 작은 값을 가진다.

    ◇ 글로벌 수요 증가율 둔화…온실가스‧미세먼지 규제에 전기료 인상 고민

    포스코경영연구원은 글로벌 실물경기 둔화로 세계 철강 수요 증가율이 지난해 3.9%에서 올해 1.4%로 낮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미‧중 무역 분쟁으로 중국의 경제성장이 둔화되고 제조업 수출이 타격을 입어 중국 내 철강 수요가 늘기 어려운 상황이다. 따라서 중국 내 철강 수요가 정체되거나 전년 대비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국내 수요 산업 부진도 우려된다. 자동차 등 주요 제조업이 부진을 겪고 있고, 철강 수요의 40%를 차지하고 있는 건설 경기도 위축된 상황이다. 조선업이 지난해 수주를 늘리면서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다른 산업의 부진을 만회할 정도는 아니라는 분석이 나온다.

    수요 감소 뿐 아니라 2기 온실가스 배출권거래제, 미세먼지 규제 강화 등으로 인한 비용 부담 증가도 고민이다. 탈원전에 따른 전기요금 인상 압력도 부담요인이다. 철강업계는 제철소를 24시간 가동해야 하기 때문에 전기를 많이 쓴다. 전기료가 오르면 전기를 이용해 쇠를 만드는 전기로업체의 타격이 불가피하다. 포스코, 현대제철, 동국제강 등은 국내에서 전기를 가장 많이 쓰는 업체로 꼽힌다.

    고준형 포스코경영연구원 센터장은 "국내 철강시장은 2018년에 이어 2019년에도 내수와 수출이 동반 부진한 ‘이중고’ 상황에 시달릴 가능성이 커져 내수시장 방어와 수출 다변화 등의 이슈가 부각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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