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과세수는 '보너스' 아니다"...'신재민 vs.김동연', 경제전문가들 판단은?

입력 2019.01.06 09:00

예상보다 많이 걷힌 세금, 활용방안 놓고 이견
"초과세수, 경기부양말고 빚 갚는데 써야" 지적

청와대와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017년 적자국채 발행을 압박했다는 신재민 전 기획재정부 사무관의 폭로는 본질적으로 초과세수를 어떻게 써야하는가에 대한 논쟁과 관련됐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신 전 사무관은 지난 3일 고려대 커뮤니티 ‘고파스’에 올린 글에서 "국가채무비율 향상을 위해 적자국채 추가 발행하는 게 문제가 아니라구요? 아무리 그게 미수라 하더라도 정책최고결정자 입에서 그런 이야기가 나오고 그 후 청와대에서도 추가 발행하라 하는데요?"라고 주장했다. 초과세수가 발생한만큼 적자국채로 인한 이자부담을 발생시키기 않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한 것이다.

하지만 김동연 전 부총리는 같은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신 전 사무관의 주장에 대해 "국고국뿐 아니라 거시, 세수, 예산을 담당하는 부서의 의견도 함께 고려되어야 한다"고 반박했다. 신 전 사무관의 주장이 국고국 담당자의 의견일 뿐이라고 일축한 것이다. 재정건전성 차원에서 접근한다면 적자국채를 발행하지 않아야 한다고 판단할 수 있지만, 경제성장률 등 거시경제 환경 등을 감안하면 다른 결정을 할 수 있다는 게 김 전 부총리의 논리다.

경제전문가들은 신 전 사무관의 의혹제기가 초과세수 관리의 원칙이 불명확하다는 점을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평가한다. 세입이 세출보다 많으면 적자를 줄여야 한다는 게 현행 국가재정법의 원칙이지만, 지금까지 역대 정부는 초과세수를 ‘성장률 높이기’ 재원으로 활용했었다. 예산안이 통과될 때 국회에서 결정된 적자국채발행 한도를 넘지 않으면 적자 규모를 늘릴 수 있다고 판단한 게 정부 내 관행이었다. 초과세수를 세계잉여금(쓰고 남은 세금)으로 남기면 다음해 추가경정예산 등으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이번 기회에 초과세수 관리 원칙을 명확하게 만들 필요가 있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일각에서는 초과세수가 정부의 세입전망 실패에 따른 결과이기 때문에 재정건전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사용하는 게 보다 원칙적인 대응이라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2019년 1월 2일 오후 신재민 기획재정부 전 사무관이 서울 강남구의 한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조선DB
◇초세세수 활용방안 둘러싸고 논쟁…김동연 "경기대응 재원으로"

초과세수는 정부 수입으로 들어온 실제 세입(歲入)과 정부의 세입 전망치가 차이가 났을 때 발생한다. 2016년 9월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2017년 예산안에 따르면, 정부는 242조3000억원의 세수(2017년 연간기준)가 들어올 것으로 세입 전망치를 설정했다. 하지만, 2017년 국세수입은 265조4000억원으로 전망치에 비해 23조1000억원 더 걷혔다. 2017년 7월 국회를 통과한 추경 편성 등에 활용하고도 14조원 가량 초과세수가 남았다.

기재부는 2017년 10월 당시 연간으로 15조원 가량의 초과세수가 발생할 것으로 관측했다. 기재부 내부에서는 초과세수를 활용한 두가지 기류가 충돌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 전 사무관이 소속됐던 국고국 등은 국고채 상환 등을 통해 적자국채를 늘리지 않도록 하자는 입장을 제출했다. 그러나 경제정책국 등에서는 초과세수를 세계잉여금으로 남겨 경기활성화 재원으로 활용하자는 의견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진다.

김동연 부총리가 당시 조규홍 재정관리관(차관보) 등에게 적자국채 확대 방안을 찾아보라고 지시한 것은 경제정책국 주장에 손을 들어준 것으로 보인다. 2017년 4분기부터 국내경기가 둔화되는 국면이었기 때문에 적자를 어느 정도 감내하더라도 경기대응을 위한 실탄을 확보해야 한다는 주장에 동조한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경제적 불평등 해소에 국가재정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겠다는 게 국정원칙이기 때문에 국가채무비율을 낮추는 데 소극적이었다. 2018~2022년 국가재정운용계획을 보면 국내총생산(GDP) 대비 채무비율은 2020년에 40.2%로 40%를 돌파한 뒤 2022년에는 41.6%까지 오른다. 김동연 부총리가 적자국채 발행을 지시했을 2017년 11월 당시 국가채무비율은 38.3%로 예산안 제출 당시 채무비율 목표치(39.6%)보다도 낮았다. 문재인 정부는 40%대 초반의 채무비율을 감내하겠다는 입장이다. ‘정무적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한 김 전 부총리의 지시는 이런 기류와 맞닿아 있다.

한 기재부 관계자는 "당시의 재정정책 기조가 경기회복을 제약할 정도로 긴축적이라는 문제제기가 정부 내에서도 나왔다"면서 "김 전 부총리는 ‘국가채무비율이 목표치에 비해 상당히 낮은 상황이었기 때문에 적자국채 확대를 감내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 같다"고 전했다.

◇"초과세수 발생하면 적자국채 늘릴 이유 없어"

그렇지만 재정전문가들은 이같은 김 전 부총리의 주장에 부정적인 인식이 많다. 초과세수를 정부의 ‘보너스’로 간주해서는 곤란하다는 주장이다. 실제 세수가 전망치에 비해 많을 때 발생하는 초과세수는 정부의 보수적인 세입전망의 결과물이라는 점을 명확하게 인식해야 한다는 얘기다.

세입을 보수적으로(증가폭이 크지 않게) 전망한 상황에서 세출을 확대하면 국가채무가 늘어나는 방향으로 정부 예산안이 편성될 수 밖에 없다. 이 때문에 예상보다 더 많이 들어온 세수는 보수적인 세입 전망 때문에 늘어난 국가채무를 줄이는 방향으로 사용돼야 한다는 게 재정학자들의 주장이다. 세금이 예상보다 더 많이 들어오는 상황이기 때문에 적자국채를 추가로 발행해 지출 재원을 조달할 필요가 없었던 것 아니냐는 문제제기가 나오는 배경이다.

재정흑자 및 잉여금에 대한 처리방법 등이 규정된 국가재정법 90조에 따르면, 쓰고 남은 세금은 ①‘해당 연도에 이미 발행한 국채의 금액 범위에서는 해당 연도에 예상되는 초과 조세수입을 이용하여 국채를 우선 상환하고’ ②‘(지방자치단체 등에 대한)교부금의 정산에 사용하고’ ③‘공적자금상환기금에 우선적으로 출연’하도록 하고, 그러고도 남는 자금은 기존의 ④‘국채 또는 차입금의 원리금’을 상환하도록 명시됐다.

재정학계의 원로인 최광 전 보건복지부 장관은 최근 언론 기고문에서 "재정 건전성은, 국가의 세출은 차입금 이외의 세입을 재원으로 해야 한다는 기채금지의 원칙과, 회계연도에 있어서 잉여금이 있을 때에는 국채의 원리금과 차입금을 우선 상환한다는 감채의 원칙에 의해 유지된다"면서 "김 부총리의 정무적 판단과 청와대의 개입이 사실이라면 이 두 원칙을 정면으로 위반한 것"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초과세수 활용 재정준칙 명확하게 정해야

전문가들은 이번 기회에 초과세수 활용 기준을 세워야 한다고 지적한다. 실제 세수를 정확하게 예측하지 못해서 발생하는 초과세수를 정부가 마치 보너스를 받은 것 처럼 활용하는 관행이 굳어지는 것은 곤란하다는 지적이다.

김동연 전 부총리 재임기에 정부는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 부작용을 완충하기 위한 3조원 규모의 일자리안전자금, 청년일자리 사업을 위한 3조8000억원 규모의 추경 편성 재원으로 초과세수를 활용했다. 김 전 부총리가 지난해 10월 갑자기 유류세 인하를 발표한 것도 초과세수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세금이 예상보다 많이 들어오고 있었기 때문에 유류세 인하로 인한 세수감소를 감당할 수 있었던 것이다. 이 때문에 김 전 부총리는 초과세수를 정부의 비상금 통장처럼 사용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 때문에 초과세수가 발생할 경우 최대한 국가채무를 상환하는 방향으로 원칙을 정하되, 경기회복 재원 등으로 활용해야 할 상황이 발생하더라도 당해연도에 사용하도록 재정준칙을 정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초과세수를 국가채무 상환에 사용하지 않고, 세계잉여금으로 남겨 다음연도 정부 일반회계에 넘기면 국가채무비율만 올라가고 재정지출의 경기부양효과가 반감되는 결과가 일어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외국계 IB(투자은행)의 이코노미스트는 "초과세수가 늘어나는 것은 민간의 잉여자금이 세금을 통해 정부로 들어가고 있다는 걸 의미하고, 이를 거시경제측면으로 분석하면 경기를 위축시키는 효과가 발생한다고 볼 수 있다"면서 "초과세수를 민간에 되돌려주는 재정사업을 늘리던지, 그게 어렵다면 차라리 국가채무를 갚아서 국가채무비율을 낮추는 게 경제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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