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시지가 2배 인상, 정부가 지침 내렸다"

조선일보
  • 정순우 기자
    입력 2019.01.04 03:08 | 수정 2019.01.04 06:45

    민간 감정평가사들 증언… 국토부, 징벌적 과세 논란

    명동 땅값 상위 3곳 공시지가 변동

    한국감정원이 최근 공개한 '2019년 표준지 공시지가'를 보면, 서울에서 가장 비싼 땅 10개 필지 중 7개의 공시지가가 똑같은 상승률로 올랐다. ㎡당 가격 기준으로 명동8길 네이처리퍼블릭 부지가 9130만원에서 1억8300만원으로 100.4% 올랐고, 명동길 우리은행 부지는 100.3%, 퇴계로 유니클로는 100.1% 오르는 식이었다. 이와 관련, 감정평가사들은 "정부가 평가 과정에 구두(口頭)로 개입해 비싼 땅의 공시지가를 급등시키라는 지침을 내린 결과"라고 말했다.

    3일 감정 평가 업계에 따르면, 국토교통부 부동산평가과 소속 A사무관은 작년 12월 3일 한국감정원 서울 사무소에서 열린 감정원 지가공시협의회 회의에 참석한 감정평가사 20여 명에게 "4~5년에 걸쳐 전국 표준지 공시지가를 시세의 70% 수준으로 올릴 예정이지만, 시세가 ㎡당 3000만원이 넘는 토지는 이번에 한꺼번에 모두 올리라"고 요구했다. 그러자 참석자들이 형평성 문제를 제기했고, 그 결과 '1회 상승률 최대 100%'로 조정됐다. 지침을 안 따른 평가사는 국토부 등의 '집중 점검'을 받았다.

    공시지가는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 등 토지 보유세를 산정하는 기준이다. 전문가들은 국토부의 가이드라인은 고액 자산가에 대한 '징벌적 과세'의 근거를 만들기 위한 것이라고 분석한다. 심교언 건국대 교수는 "고가 토지만 시세 반영률을 높이는 것은 조세 형평성에 어긋나고 재산권 침해 우려도 있다"고 했다.

    행정권 남용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법적으로 표준지 공시지가 산정은 '감정평가사'의 업무다. '국토부장관이 표준지 공시지가를 조사·평가할 때에는 둘 이상의 감정평가사에게 의뢰하여야 한다'고 법에 명시돼 있다. 정부는 결과가 부적정하다고 판단되면 재평가를 지시하거나 다른 감정평가사에게 맡길 수 있지만, 사전에 개입할 수 있는 법적 근거는 없다. 업계 관계자는 "편법이기 때문에 문서를 남기지 않았고 참석자들에게 보안 각서도 받은 것"이라고 했다. 한정희 국토부 부동산평가과장은 "평가사에게 지침을 내렸다는 보고를 받은 바 없다"고 말했다.


    /조선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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