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KBS·MBC·SBS 등 지상파 3사가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옥수수'와 '푹(POOQ)' 합병을 추진하는 양해각서(MOU)를 3일 체결했다.

SK텔레콤 자회사 SK브로드밴드가 운영하는 옥수수는 가입자 946만 명을 유치한 국내 1위 모바일 동영상 서비스로, 스마트폰을 이용해 영화·드라마나 방송 콘텐츠를 볼 수 있다. 지상파 3사가 함께 운영하는 푹은 지상파 콘텐츠를 스마트폰을 통해 실시간으로 볼 수 있다는 장점에도 가입자는 370만 명 수준에 그쳤다. SK텔레콤과 지상파 3사는 이에 따라 이르면 올 상반기 안에 신설 법인을 만들고 각각 운영하던 서비스를 통합해 새로운 브랜드와 요금제를 출시할 계획이다. 지상파 3사와 SK텔레콤 간 합병 지분율은 향후 실사를 거쳐 정하기로 했다.

SK텔레콤 관계자는 "SK텔레콤의 정보기술(IT) 역량과 지상파 콘텐츠를 결합해 국내 미디어 생태계를 키우고 해외 진출 교두보도 마련할 것"이라며 "아시아의 넷플릭스가 되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하는 토종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대표 주자가 되겠다"고 말했다.

◇SKT·지상파 연합해 넷플릭스 대응

이번 합병의 배경에는 넷플릭스로 대표되는 글로벌 미디어 공룡의 공세에 맞서 토종 업체들이 힘을 합쳐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는 위기의식이 깔려 있다. 시장조사업체 와이즈앱에 따르면 국내 넷플릭스 모바일 앱(응용 프로그램) 월 이용자 수는 지난 9월 기준 약 90만 명으로 지난해보다 3배 가까이 증가했다. 토종 서비스인 옥수수가 월 사용자 278만 명으로 1위를 지켰지만, 성장률을 감안하면 3년 안으로 넷플릭스에 따라잡히기는 시간문제란 분석이다. 넷플릭스는 국내 시장 공략을 위해 물량 공세를 멈추지 않고 있다. 지난해 국내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에 300억원 이상을 투자한 데 이어, 올해도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한 사극 '킹덤'을 비롯해 한국 드라마와 예능물을 연이어 내놓을 예정이다.

그래픽=박상훈

SK텔레콤은 이에 대응해 방송 3사가 보유한 콘텐츠 제작 역량을 바탕으로 오리지널 콘텐츠를 제작할 방침을 내놨다. 또 지상파 외에도 국내외 다양한 사업자들과 협력해 경쟁력 있는 콘텐츠를 수급하거나 제작할 예정이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세계에서 통할 수 있는 명품 콘텐츠 제작을 위해 국내외 대규모 투자 유치를 벌이고 해외에 진출하겠다"고 밝혔다.

◇온라인 동영상 콘텐츠 전쟁

국내 양대 인터넷 기업인 네이버카카오도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 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네이버 자회사 네이버웹툰은 지난달 영상 제작을 전담으로 하는 스튜디오N을 통해 올해 자사 웹툰 10편을 영화·드라마·애니메이션으로 제작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또 지난해 1000억원을 투자한 YG엔터테인먼트와 함께 한류 스타들이 출연하는 예능·드라마 제작에도 나선다.

카카오 자회사인 카카오M도 지난해 650억원을 투입해 엔터테인먼트 4개 사를 인수한 데 이어 지난 2일 신임 대표로 김성수 CJ ENM 전 대표를 선임해 동영상 콘텐츠 제작·유통 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인터넷 업계 관계자는 "네이버와 카카오가 보유한 웹툰을 영화나 드라마로 제작해 수익을 다양화하고 한류 연예인들이 등장하는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로 해외 공략을 본격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종합 콘텐츠 업체 CJ ENM의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티빙도 자체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늘리고 있다. 티빙은 음악 채널 엠넷, 드라마 채널 TvN 등 CJ ENM 대표 채널을 활용해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 '남자친구' 등 자체 드라마를 서비스하고 있다. 또 해외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업체와 제휴해 한류 콘텐츠를 글로벌 시장에 선보이고 있다. 예컨대 드라마 '남자친구'는 홍콩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뷰(VIU)를 통해 동남아시아·중동 17국에 서비스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