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벅스 경영]④ 시끄럽지만 공부 잘되는 '공간'의 비밀

조선비즈
  • 이재은 기자
    입력 2019.01.03 06:00

    국내 최대 규모 스타벅스인 ‘더종로R점’ / 스타벅스커피코리아 제공
    서울 종로구 스타벅스 ‘더종로R점’은 총 면적이 332평(1098㎡)에 달하는 국내 최대 규모 매장이다. 최근 오후 3시쯤 찾아간 더종로R점은 점심 시간이 한참 지났는데도 좌석 300석이 만석이었다. 친구 만나러 온 70대 남성, 공부하는 학생, 업무 미팅 중인 30~40대 직장인 등 다양한 연령대의 손님이 각자 일과 여가에 몰두 중이었다.

    전국 어느 스타벅스를 가도 비슷한 풍경이 펼쳐진다. 10대부터 80대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손님이 한 공간에 어우러져 있고, 1~2인석에 앉아 공부 또는 일을 하는 ‘카공족’이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회계사 시험 준비 중이라는 박모(25)씨는 "주로 도서관을 가지만 일주일에 2~3번은 스타벅스에서 공부한다"면서 "잔잔한 스타벅스 배경음악을 들으면서 공부하면 집중이 더 잘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만석인 스타벅스 ‘더종로R점’ 내부 / 이재은 기자
    커피 전문점이 매년 늘어나는 데도 스타벅스에 하루 평균 50만명씩 손님이 몰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스타벅스가 국내 최초로 커피만 마시는 곳이 아니라 아니라 편하게 즐길 수 있는 ‘제3의 공간’을 제공했기 때문이라고 업계 관계자들은 분석한다. 하워드 슐츠 스타벅스 창업주도 스타벅스의 성공 비결로 "커피와 함께 경험과 공간을 파는 게 주효했다"고 말했다.

    스타벅스는 매장의 의자, 테이블, 조명, 향, 음악 등 하나 하나 신경써서 배치한다. 따뜻한 느낌의 목재 가구, 은은한 조명, 잔잔한 배경음악 등은 스타벅스를 방문하고 싶은 공간으로 연출하기 위한 공간 마케팅의 일환이다.

    ◇카공족 끌어모은 매장 인테리어

    먼저 스타벅스는 매장에서 오래 자리를 지키는 손님을 수용하는 전략을 펼쳤다. 일반적으로 커피 전문점이나 식당은 회전율이 높아야 매출이 증가하기 때문에 몇 시간씩 한 자리에 앉아있는 고객은 기피 대상이다. 스타벅스는 브랜드의 친근감과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역으로 손님이 오래 머무를 수 있는 환경부터 마련했다.

    스타벅스커피 코리아는 2010년 KT(030200)와 계약을 맺고 국내 커피 전문점 최초로 매장 내 무료 와이파이 서비스를 도입했다. 노트북을 가져오는 고객을 위해 매장 곳곳에 콘센트도 마련해 누구나 불편함 없이 공부하거나 일할 수 있도록 했다. 지난 20년 사이 스타벅스에서 공부하는 ‘카공족(카페에서 공부하는 사람들)’이 확산되면서 스타벅스가 지금의 문화공간으로 거듭날 수 있었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등받이가 낮은 스타벅스의 1인용 좌석 / 이재은 기자
    그렇다고 스타벅스가 전 세계 모든 매장을 미국의 대학가 매장처럼 손님이 하루종일 머물러도 편안하게 지낼 수 있도록 한 것은 아니다. 임대료가 비싼 도심에 있는 매장의 경우 손님이 2시간 이상 앉아 있기 어렵도록 매장 내 좌석이나 테이블을 다소 불편하게 만들었다.

    일례로 스타벅스 창가쪽에 일렬로 늘어진 1인용 좌석의 경우 다리가 바닥에 닿지 않을 정도로 높고 등받이가 짧아 1시간 이상 앉아 있으면 허리가 아프기 시작한다. 스타벅스에는 이처럼 등받이가 아주 짧거나 기울어져 있는 좌석이 많다.

    주요 외신은 스타벅스 매장 내 좌석이 2012년을 기점으로 서서히 불편해졌다고 보도했다. 경제전문지 포브스는 "스타벅스가 매장 회전율을 높이기 위해 의도적으로 매장 인테리어를 바꾼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매장 경험 살리는 배경음악

    스타벅스에서는 시간대별로 다른 음악이 흘러나온다. 아침에는 경쾌한 팝이나 보사노바가, 저녁에는 클래식 음악이 나오는 식이다. 커피를 주문하는 고객의 기분을 띄워주거나 차분하게 해주기 위한 일종의 심리적 장치다.
    스타벅스는 음악이 매장 경험을 극대화한다고 보고, 일찍이 음악에 투자했다. 지난 1999년 스타벅스는 캘리포니아 소재 음반 가게 ‘히어뮤직’을 인수해 음반사를 설립하고 스타벅스 매장용 음악이 담긴 CD를 제작했다. 대중적이지 않지만 듣기 좋은 음원으로 구성된 스타벅스 배경음악을 찾는 손님을 위해 매장에서 CD를 판매했다. 스타벅스는 2015년 CD 판매를 중단,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 스포티파이(Spotify)와 손잡고 매장용 음원을 제공받기 시작했다.

    스타벅스 매장마다 흘러나오는 잔잔한 배경음악은 본사 음악팀이 직접 심혈을 기울여 선정한다. 음악팀은 평소 라디오, 블로그, 영화, 스포티파이 등을 통해 새로운 음악을 발굴하는 ‘음악 애호가’들로 구성됐다. 이들은 시간대와 계절별로 매장에서 듣기 좋은 음원이 담긴 재생목록을 만들고 팝, 재즈, 클래식 등 다양한 장르의 음원을 골고루 포함한다. 일례로 크리스마스 시즌(11~12월)용 재생목록만 매년 8개씩 만든다.

    스타벅스 매장용 음원은 스포티파이에서 확인할 수 있다. 2일 기준 21개의 재생목록이 등록돼 있다./ 스포티파이 캡쳐
    20년 이상 스타벅스에서 음악 큐레이터로 일한 홀리 힌튼은 "배경음악은 음악팀이 친구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색다른 음악에 기반을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흔히 들을 수 없는 음악, 커피숍의 분위기와 어울리는 음악, 일요일 아침 신문을 읽으면서 듣고 싶은 음악 등이 선정 기준이다. 이런 기준을 맞추기 위해 음악팀은 대중적으로 인지도 있는 최신팝송보다 비교적 덜 알려진 ‘진흙 속 진주’ 같은 음악을 찾아내는 데 주력한다.

    스타벅스에서 들리는 배경음악은 매장에서 들리는 말소리와 비슷한 음량으로 너무 시끄럽지도, 조용하지도 않아 카공족이 일이나 공부에 집중하기 좋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분석한다. 실제 미 일리노이대 연구팀은 지난 2012년 "어느 정도 소음이 있는 환경에서 일할 때 집중력과 창의력이 높아진다"는 내용의 연구를 발표했다. 연구팀은 이상적인 소음을 70데시벨로 봤는데, 이는 커피숍에서 잔잔하게 들리는 말소리 정도의 음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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