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워즈 키즈, 360조원 우주 시장으로 '출격'

입력 2019.01.01 03:09

- 2030 '우주 스타트업' 러시
'UEL 무인탐사연구소' NASA 화성 탐사 드론개발 참여
소형위성 전문 '나라스페이스' 대학 동아리 활동하다 창업으로

"후방 촬영이 잘 안 되는데요?" "카메라가 360도 돌아가도록 입력값을 다시 조정해봐."

지난 27일 부산 금정구에 있는 우주 탐사 장비 개발업체 'UEL 무인탐사연구소' 사무실. 회사 창업자인 조남석(24) 대표가 고교생 인턴 직원과 함께 로버(탐사 차량) 위에 달린 카메라를 점검하고 있었다. 최근 화성(火星) 이주 생활을 체험하는 TV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해 화제를 모았던 로버였다. 한쪽에서는 3D(입체) 프린터 3대가 '윙 윙' 하는 기계음을 내며 로버와 드론에 들어갈 부품을 찍어내고 있었다.

지난 27일 부산에 있는 우주 탐사 장비 업체‘UEL 무인탐사연구소’의 조남석(24·사진 위) 대표와 연구원 용현석(22)씨가 자체 개발한 드론과 로버(탐사 차량)를 들고 있다.
지난 27일 부산에 있는 우주 탐사 장비 업체‘UEL 무인탐사연구소’의 조남석(24·사진 위) 대표와 연구원 용현석(22)씨가 자체 개발한 드론과 로버(탐사 차량)를 들고 있다. 최근 국내에는 이 업체처럼 우주 스타트업(초기 벤처기업) 창업이 늘고 있다. 이 기업들은 미국의 스페이스X, 버진 갤럭틱처럼 세계 우주 산업을 선도하는 기업이 되겠다는 당찬 목표를 갖고 있다. /김동환 기자
조 대표는 2016년 우주를 좋아하던 고등학교 친구들과 의기투합해 회사를 차렸다. 조 대표를 포함해 회사 직원 3명 모두 대학생이다. 하지만 탐사용 드론 제작 기술력만큼은 국내에서 수준급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업체는 지난해 미항공우주국(NASA)의 해류 분석·화성 탐사용 드론 개발에 참여했다. 최근에는 하늘에서 비행하며 기상 정보를 수집할 수 있는 드론을 개발해 강원지방기상청에 기술 이전하기도 했다. 조 대표는 "외국 기업과 비교하면 기술, 경험에서 많이 부족하지만 10년 뒤에는 내 손으로 만든 탐사용 로버와 드론을 화성에 보내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아폴로11호 달 착륙, 영화 스타워즈를 보고 우주 진출의 꿈을 키운 '우주 덕후(한 분야에 몰두하는 사람)'들이 '우주 창업가'로 변신하고 있다. 이들은 황무지나 다름없는 국내 우주산업 환경에서 위성·우주로켓·탐사 로봇 등 다양한 분야에서 세계 시장에 도전장을 던지고 있다.

◇우주에 미쳐 창업까지 한 '우주 덕후들'

초소형위성(큐브샛) 제작 기업 '나라스페이스테크놀로지'의 박재필(31) 대표는 대학 시절 위성 제작 동아리 활동이 창업으로 이어졌다. 2012년 대학 동아리 친구들과 개발한 초소형 큐브샛이 항공우주연구원 위성 경연대회에서 우승했고, 2018년 1월 이 위성을 해외 로켓에 실어 우주로 보냈다. 이 업체는 큐브샛 위성을 제작해 국내 기업과 정부 연구기관에 공급하고 있다.

지난 28일 대전 내 우주 스타트업 임직원들이 항공우주연구원 본관 건물에 모여 새해 도약을 다짐하며 손을 흔들고 있다.
지난 28일 대전 내 우주 스타트업 임직원들이 항공우주연구원 본관 건물에 모여 새해 도약을 다짐하며 손을 흔들고 있다. /신현종 기자
박 대표는 스스로를 우주밖에 모르는 '우주 마니아'라고 했다. 그는 친구들이 만화책을 볼 때 스티븐 호킹의 '시간의 역사',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와 같은 우주 서적을 탐독했다. 고등학교 때에는 우주 전공 교수들을 찾아다니며 로켓과 위성에 대해 공부했다. 지금은 연세대 대학원(천문우주학과) 박사 과정을 휴학하고 사업에 집중하고 있다. 그는 "대기업 취직처럼 10, 20년 이후가 정해진 길을 가기보다 힘들어도 내가 좋아하는 분야에서 성공하고 싶어 창업했다"며 "일론 머스크가 세운 우주 기업 스페이스X처럼 우주 산업을 한 단계 높이는 일류 기업으로 키우고 싶다"고 말했다.

카이스트 항공우주공학과 2학년인 신동윤(22)씨는 우주로켓에 꽂혀 스타트업까지 세웠다. 그는 중학교 때 친구들과 2m 길이 고체 연료 로켓을 개발해 30㎞ 넘게 쏘아올리는 데 성공하며 로켓 개발에 빠졌다. 신씨는 2016년 카이스트, 포스텍 등 국내 대학 우주·기계 전공 학생 15명을 모아 소형 로켓 개발 업체 '페리지 항공우주'를 설립했다. 추진력 400㎏ 로켓 엔진에서 시작해 지난해 2.5t의 힘을 낼 수 있는 액체 엔진까지 제작했다.

오는 7~8월 대전에 로켓 엔진 연소 시험장을 세워 엔진 성능 테스트에 들어갈 예정이다. 그는 "이르면 오는 2025년 국내에서 소형 로켓을 우주로 날려보낼 계획"이라며 "우주여행 시대가 시작되면 여객기처럼 사람을 로켓에 실어 우주로 보내는 사업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연구원 박차고 나와 우주 스타트업 세워

2018년 12월 13일 민간 기업으로는 처음으로 사람을 우주로 보내는 데 성공한 버진갤럭틱의 스페이스십2가 대형 수송기에 연결된 채 상공으로 올라가고 있다.
2018년 12월 13일 민간 기업으로는 처음으로 사람을 우주로 보내는 데 성공한 버진갤럭틱의 스페이스십2가 대형 수송기에 연결된 채 상공으로 올라가고 있다. /버진 갤럭틱영상
최근 우주 분야 연구원들의 창업도 활발하다. 위성 서비스 업체 '컨텍'을 운영하는 이성희(44) 대표는 항공우주연구원 출신이다. 2015년 초 위성 영상 정보를 수신하는 지상 레이더를 해외 기업에 대여하는 사업을 시작했다. 이 대표는 창업 후 수입이 연구원 시절의 70%로 떨어졌고 매일 새벽 2시까지 야근하느라 세 자녀를 주말밖에 보지 못한다. 하지만 그는 "지금이 인생에서 가장 가슴 뛰는 시기"라며 "새해에는 룩셈부르크에 첫 해외 법인을 세워 글로벌 시장 공략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광주과학기술원(GIST) 전태균(37) 박사는 지난해 7월 'SI애널리틱스'를 설립해 인공지능(AI)으로 위성 영상을 분석하는 서비스를 출시했다.

이창진 건국대 교수(항공우주정보시스템공학과)는 "한국은 로켓, 위성 분야 첨단 기술을 개발하고도 민간 우주 업체가 없다시피 해 세계 우주 시장 점유율은 1%도 안 된다"며 "하지만 앞으로 국내 스타트업들을 활용해 우주 기술 상용화에 적극 나선다면 반도체 시장 규모와 맞먹는 360조원의 글로벌 우주 시장에서 큰 성장을 기대해 볼 만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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