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F] 방해 전파 쏘고, 직접 격추까지… '안티 드론' 새롭게 부상

조선일보
  • 최인준 기자
    입력 2018.12.27 03:07

    드론 2대에 36시간 마비된 英 공항, 이스라엘이 개발한 '드론 돔' 설치
    열화상 카메라에 격추기까지… 전파 탐지해 조종사 위치도 파악

    지난 21일 영국 런던의 개트윅 공항이 활주로 주변에 느닷없이 나타난 드론 2대 때문에 대혼란에 빠졌다. 개트윅 공항은 영국에서 히스로 공항 다음으로 규모가 큰 국제 공항으로 연말을 맞아 평소보다 많은 여행객이 몰린 상태였다. 드론으로 이날 약 36시간 동안 760편의 항공기 운항이 차질을 빚었고, 승객 12만명의 발이 묶였다.

    드론이 사생활 침해를 넘어 테러에 악용되는 사례까지 나오면서 불법 드론을 잡는 '안티 드론(anti-drone)' 기술이 새롭게 부상하고 있다. 안티 드론은 사생활을 침해하거나 범죄에 이용되는 드론을 무력화하는 기술을 말한다. 방해 전파나 고출력 레이저를 쏴서 드론이 조종자가 보내는 신호나 위성항법장치(GPS) 신호를 받지 못하게 하거나 다른 무인기를 충돌시켜 드론을 떨어뜨리기도 한다. 업계에 따르면 세계 안티 드론 시장 규모는 2022년 11억4000만달러(약 1조3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안티 드론 기술이 자칫 드론과 무관한 인터넷이나 통신에까지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레이저·전파로 드론 무력화

    영국 국방부는 개트윅 공항 사건 직후 이스라엘 보안 기업 라파엘이 개발한 드론 방어 시스템 '드론 돔'을 공항 옥상에 긴급 배치했다. 드론 돔은 4개의 레이더를 사용해 시설 주변 지역의 드론 비행을 감시하고 방해 전파를 쏘아 드론을 격추시킬 수 있는 기능까지 갖췄다. 이 시스템은 시리아에서 테러 단체의 무인기를 격추하기 위해 개발됐다.

    드론 테러 위협 증가에 각광받는 안티드론 기술들

    드론 돔은 드론을 감시하는 열화상 카메라, 드론과 조종사의 위치를 찾는 추적기, 드론을 떨어뜨리는 격추기로 구성된다. 열화상 카메라는 공항 반경 50㎞ 지역의 드론 비행을 감시한다. 적외선 센서로 보기 때문에 24시간 드론 감지가 가능하다. 드론 추적기는 세계 최대 드론 기업인 DJI의 드론을 효율적으로 찾아낼 수 있다. 드론이 내는 신호 패턴을 분석해 모델 번호와 비행 속도, 이동 방향, 구매자 등 상세 정보를 알아낸다. 이번에 개트윅 공항에 출몰한 드론도 DJI의 제품인 것으로 알려졌다. 격추기는 드론을 향해 방해 전파를 발사해 지상으로 떨어뜨린다.

    드론에 대처하는 기술은 다양하게 발전하고 있다. 영국 보안 업체 드론디펜스는 지난해 말 드론 방어 시스템 '스카이펜스'를 개발했다. 이 시스템은 시설 주변 600m 내 드론 비행을 감지하고, 건물 상공에 강한 전기장을 만들어 드론의 신호 수신을 차단해 날지 못하게 한다. 영국 건지섬의 한 감옥이 올해 초 스카이펜스를 도입했다. 드론을 통해 감옥 내부로 마약·돈을 들여오는 사례가 늘자 드론 접근 자체를 막은 것이다. 네덜란드 IT(정보기술) 기업 델프트 다이내믹스는 올해 초 공중에서 20m 떨어진 드론에 금속 그물을 발사해 포획하는 드론을 개발했다. 최근에는 미국에서 날고 있는 드론에 악성 코드를 심어 고장을 내는 데 성공했다는 연구 결과도 발표됐다.

    국내에서도 안티 드론 기술 개발이 활발하다. 드론 전문 기업 유콘시스템은 최근 드론과 직접 충돌해 추락시키는 무인기 '드론 킬러'를 개발했다. 드론 킬러는 최대 시속 180㎞로 표적 드론을 향해 날아간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은 지난 2016년부터 경찰청과 함께 반경 5㎞ 내 드론을 감지하는 장비를 개발하고 있다.

    안티 드론의 부작용도 해결해야

    일각에서는 안티 드론의 부작용도 미리 대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항, 군부대와 같은 곳에서 드론을 격추하기 위해 쏜 방해 전파가 와이파이(무선인터넷)나 휴대전화, 공항 통신까지 교란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영국 드론 기업 COPTRZ의 조지 번 연구원은 "방해 전파로 인해 공항 관제 장비를 재설정해야 하는 상황이 나타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우리나라와 미국 등 대부분 국가는 사전에 허가받은 일부 시설을 제외하고는 전파 교란을 금지하고 있다.

    안티 드론 기술을 무용지물로 만드는 새로운 드론도 등장하고 있다. 이용민 ETRI 박사는 "지상에서 따로 전파를 수신하지 않고 미리 입력된 프로그램에 따라 비행해 방해 전파로도 잡기 힘든 드론이 최근 개발됐다"며 "방패에 해당하는 안티 드론에 맞서 드론의 '창'도 더 날카로워지고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내가 본 뉴스 맨 위로

    내가 본 뉴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