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해운 구조조정 아직 끝나지 않았다

조선비즈
  • 조지원 기자
    입력 2018.12.21 14:14

    지난 4일 독일 북부 함부르크항 컨테이너 터미널 구석에는 이제 부산항에서도 쉽게 볼 수 없는 파란색 한진해운 컨테이너들이 쌓여 있었다. 유로게이트 터미널 사무실, 함부르크 시내 중심에 위치한 알스터 호수 등 함부르크 어딜 가든 한진 깃발이 보였다. 과거 한진해운은 지난 2004년 고(故) 조수호 회장이 지역 경제 발전에 기여한 공로로 함부르크시로부터 명예훈장을 받을 정도로 유럽 해운업계에서 차지하는 위상이 컸다.

    유럽‧북미에 이름을 알리며 화물을 실어 나르던 한진해운이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신청하면서 무너진 지도 벌써 2년이 지났다. 한진해운 파산으로 반토막이 난 한국 선사의 미주·구주 노선 점유율, 선복량(적재용량)은 아직 회복되지 않았다. 현대상선마저 14분기 연속 적자를 내면서 위태로운 상황이다. 대주주 산업은행마저 현대상선의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를 언급하고 있다.

    사실 해운 구조조정은 한진해운이 기업회생절차를 결정하고, 산업은행이 현대상선 대주주가 된 2016년에 끝난 것이 아니라 그 때부터 시작됐다. 해운 구조조정은 내년이 가장 중요하다. 2020년은 국제해사기구(IMO) 환경규제, 글로벌 얼라이언스(해운 동맹) 재편 등 업계 판도를 뒤흔들 이슈들이 기다리고 있다. 이 변화 속에서 한국 해운은 되살아날 수도 있고, 아예 주저앉을 수도 있다.

    현대상선은 회사와 한국 해운의 운명을 2020년에 나올 2만3000TEU(1TEU는 20피트 컨테이너 1개) 12척, 1만5000TEU 8척 등 초대형 선박 20척에 걸었다. 현대상선에 초대형 선박을 가득 채울 만한 영업력이 있냐는 우려는 있지만, 반대로 지금 선박 발주가 아닌 다른 묘수가 있는 것도 아니다. 이제와 선박 발주를 취소할 수도 없다. 발주를 취소하면 당장 선박을 건조중인 국내 조선 3사가 타격을 입고, 글로벌 해운업계에서 다시 한 번 신뢰를 크게 잃게 된다.

    한국 해운은 낮은 가능성에 산업의 명운을 걸었다. 성공하든 실패하든 주사위는 던져졌다. 지금 생각해도 아쉬운 일이지만 현대상선 대신 한진해운을 살려야 했다는 말은 더 이상 의미가 없다. 2020년 반전 기회를 잡기 위해 내년을 준비해야 한다.

    현대상선은 자체적인 영업력 향상과 비용절감에 전력투구해야 한다. 국내 조선업계는 우리 해운이 다시 살아날 수 있도록 경쟁력 있는 선박을 만들어야 한다. 화주들은 국내 선사의 적취율을 높이고, 산은은 금융논리로 해운 구조조정을 접근하는 실기를 반복해서는 안 된다. 해운은 물론이고 관련 업계가 해운 산업 경쟁력 회복을 위해 힘을 합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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