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한국도 핀란드처럼 스타트업이 뛰게 하라

입력 2018.12.20 15:12

지난 4일부터 이틀간 핀란드 헬싱키에서 스타트업 박람회 '슬러시'가 열렸다. 유럽의 변방인 북유럽, 인구 550만명의 핀란드에 스타트업 창업자와 유망 스타트업을 찾는 투자자 2만명이 모였다. 슬러시 박람회의 특징은 정부가 아닌 민간 스타트업 육성 조직 '스타트업 사우나'를 중심으로 20대 대학생들이 행사를 이끌고 있다는 점이다.

슬러시 공동 대표 2명도 20대다. 행사장에서 알렉산더 피흐라이넨 슬러시 공동 대표를 만났다. 그는 행사장 입장에 필요한 이름표를 목에 건 남성과 대화 중이였다. 핀란드 내무부 장관 까이 뮈까넨이였다. 장관과 함께 있는 파흐라이넨 대표에게 말을 건네도 그 누구도 제재하지 않았다.

파흐라이넨 대표는 "이곳에는 누군가를 위한 특별한 공간 없이 모두가 평등하다"고 말했다. 기업가정신으로 무장한 청년들이 주도하는 보텀업(Bottom up·아래에서 위로) 방식의 창업 생태계임을 온전히 느낄 수 있었다.

핀란드는 노키아 몰락으로 2012~2014년 국가경제가 후퇴했다. 성장 엔진을 다시 불붙인 것은 노키아 출신과 대학생들의 창업이었다. 정부나 대기업 주도가 아닌 철저한 보텀업 방식으로 대학과 혁신 기업 관계자들이 힘을 모아 체계적인 창업을 지원을 하고 있었다.

한국도 스타트업 창업 활성화에 힘을 쏟고 있다. 하지만 각종 규제가 많고, 창업➞투자 회수➞재투자로 이어지는 선순환 생태계가 제대로 조성되지 않았다. 미국에서는 80% 넘는 스타트업이 인수합병을 통해 투자금을 회수하지만 국내에선 그 비율이 2%를 밑돈다.

핀란드의 청년 창업 열기와 대학·기업의 체계적 협력, 실패를 용인하는 분위기는 한국도 배워야 한다. 물론 핀란드 방식이 우리나라에 모두 적합한 것은 아니다.

한국은 핀란드의 노키아처럼 한두 개 기업이 아닌 다수의 대기업이 성장을 이끌어왔다. 스타트업 육성에도 대기업을 활용하는 게 효율적일 수 있다. 대기업은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를 통해 개방혁신을 이룰 수 있고 스타트업 입장에서는 빠른 인수합병(M&A), 투자 유치, 효율적 지원이 가능하다.

올해 슬러시에도 애플,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지멘스, 바스코, 롤스로이스, 삼성전자 등 스타트업을 지원하기 위한 대기업 전시관이 2~3배 늘어났다. 대기업도 개방혁신을 이루고자 하는 수요가 있는 것이다.

다행스런 것은 서울이 세계에서 가장 스타트업을 하기 좋은 도시 10위에 이름을 올렸다는 점이다. 한국은 1990년대말 벤처붐과 함께 호황기를 맞았던 역사도 있다. 우리만의 강점을 살려 대기업과 스타트업이 함께 성장을 이루는 새로운 역사를 쓸 수 있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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