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 활용하면 소도 소중한 자산"

조선일보
  • 김신영 기자
    입력 2018.12.13 03:09

    데이비드 리 싱가포르대 교수 "IT로 금융 패러다임 바꾸면 금융 소외자 끌어들일 수 있어"

    데이비드 리 교수
    /금융연구원

    "동남아 거주자 10명 중 7명은 은행을 이용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들을 IT(정보 기술)를 통해 금융 울타리 안으로 끌어들인다면 굉장한 성장 동력 노릇을 할 것입니다."

    기획재정부와 금융연구원이 11일 개최한 APCF(아시아 적격 담보 포럼) 세미나 참석차 한국을 찾은 싱가포르대 데이비드 리〈사진〉 교수는 "블록체인을 활용하면 그동안 금융 도구로 쓰지 못했던 광범위한 자산을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블록체인은 거래 내용을 중앙 집중화하는 대신 불특정 다수가 분산해서 인증·저장하는 기술이다. 리 교수는 "중앙은행과 시중은행의 네트워크 중심으로 돌아가는 지금의 금융은 비용이 많이 들고 느리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아세안 지역의 금융 소외자를 잔뜩 만들어냈다는 한계가 있다"며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금융 패러다임을 바꾼다면 은행 계좌를 못 만드는 금융 소외자를 대거 끌어들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 거주자 중 은행 거래를 못하는 이는 73%에 이른다.

    리 교수는 싱가포르 스타트업 '인포코프'가 만들어 미얀마 농부들이 활용하고 있는 '가축 담보 증권'을 예로 들었다. 미얀마 농부들은 그럴듯한 주택이나 땅은 없어도 소(牛)를 많이 기른다. 그런데 다양한 금융 상품의 기초 자산이 되는 주택과 달리 소는 추적이 쉽지 않다는 등의 이유로 담보로 제대로 활용되지 못해 왔다. 인포코프는 소를 추적할 수 있는 인식표를 달고 소의 활동을 블록체인 기술로 기록·인증해 담보로 활용하도록 하는 데 성공했다. 이런 방식을 통해 '소 담보 증권'을 만들어 다양한 파생 상품을 만든 후 이를 통해 생성되는 부가가치를 농부에게 돌려준다. 모든 과정이 제도권 금융회사 없이, 블록체인을 통해 이뤄진다. 리 교수는 "가난한 사람들은 자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많은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며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하는 플랫폼이 있으면 스마트폰 하나만 가지고도 미얀마 농부가 미국 월가의 금융맨과 비슷한 활발한 금융 활동을 할 수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런 블록체인 기술의 금융 잠재력을 싱가포르 정부도 충분히 인식하고 전폭적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고 했다. 리 교수는 "국경을 넘나드는 블록체인은 싱가포르를 글로벌 금융 강국으로 끌어올릴 최적 도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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