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유소 4곳 중 3곳, 국제 유가 하락 제대로 반영 안해

조선비즈
  • 조지원 기자
    입력 2018.12.09 06:00

    정부가 지난달 6일 유류세 인하를 실시한지 한달이 지났다. 휘발유·경유 등 국내 석유제품 가격은 유류세 인하에 국제 유가 하락세가 맞물리면서 계속 떨어지고 있다. 하지만 주유소 4곳 중 3곳은 국제 유가 하락분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일각에서는 소비자들이 유류세 인하 효과는 누릴 수 있어도 국제 유가 하락까지 체감하긴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2일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 한 주유소의 무연휘발유 가격이 L당 1397원을 가리키고 있다./김연정 객원기자
    ◇ 휘발유·경유값 내렸지만 국제 가격보다 비싸

    9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서비스 ‘오피넷’에 따르면 국내 휘발유 가격은 유류세 인하 하루 전날인 11월 5일 L(리터)당 1690.31원에서 12월 6일 1470.45원으로 L당 219.86원 하락했다. 같은 기간 경유 가격은 L당 1495.76원에서 1354.9원으로 140.86원 내렸다.

    이는 정부가 예상했던 유류세 인하 효과보다 큰 하락폭이다. 정부는 유류세 인하로 휘발유와 경유 가격이 각각 L당 123원과 87원 내린다고 전망했다. 유류세 인하 즉시 가격을 내린 직영주유소와 달리 재고가 소진되기를 기다렸던 자영(自營)주유소도 세금이 빠진 만큼 가격을 내리면서 유류세 인하 효과가 나타난 것이다.

    하지만 국내 주유소 대부분은 유류세 인하분만 반영했을 뿐 국제 유가 하락은 가격에 반영하지 않았다. 유류세 인하가 시작되기 전인 10월 다섯째주 국제 휘발유 값은 L당 602.91원에서 11월 넷째주 L당 484.56원으로 L당 118.35원 내렸다. 여기에 유류세 인하분(L당 123원)을 반영하면 주유소 판매가격은 L당 241원이 내려야 하는 상황이다.

    시민단체 ‘에너지‧석유시장감시단’에 따르면 지난 6일 기준으로 11월 5일 대비 기름 값을 L당 241원 이상 내린 주유소는 전국 1만1407개 중 2743개로 24.05%에 그쳤다. 전국 주유소 4곳 중 3곳이 L당 241원보다 적게 기름 값을 내린 것이다. 특히 서울 지역은 L당 241원 내린 주유소가 14.34%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 주유소, 가격인하 요인 최대한 늦게 반영

    정유 4사 중에서는 SK에너지가 유류세 인하와 국제 유가 하락을 가장 적극적으로 반영한 것으로 나타났다. SK에너지 주유소 중 가격을 L당 241원 이상 인하한 주유소는 24.21%로 가장 높은 비율을 보였다. GS칼텍스, 현대오일뱅크, 에쓰오일 등이 뒤를 이었다.

    경유도 비슷한 상황이다. 국제 경유 가격은 10월 다섯째주 L당 676.28원에서 11월 넷째주 L당 601.03원으로 75.25원 하락했다. 유류세 인하분 87원을 반영하면 L당 162.25원이 떨어져야 한다. 하지만 경유 값을 L당 162원 이상 내린 곳은 전국 1만1407개 중 1885개로 16.52%에 불과하다.

    정유업계는 주유소들이 유류세 인하와 국제유가 하락으로 인한 가격인하 요인을 판매가격에 최대한 늦게 반영하려는 것으로 보고 있다. 휘발유 판매가격에서 세금과 국제유가가 차지하는 비중은 90% 수준이다. 나머지 10%는 정유사와 주유소의 유통비용과 마진이다.

    한 주유소 운영자는 "국제 유가 상승으로 공급 가격이 오르면 제품 가격을 올릴 수 밖에 없지만, 국제 유가 하락으로 공급 가격이 떨어지면 제품 가격을 반드시 내리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가격 선택 폭이 넓어진다"며 "국제 유가가 떨어지는 편이 주유소 입장에서 조금 더 유리하다"고 했다.

    이서혜 에너지‧석유시장감시단 연구실장은 "국제 휘발유 가격은 10월 셋째주 이후 하락하는 추세이기 때문에 당연히 국제 가격 인하분은 당연히 유류세 인하분과 같이 판매 가격에 반영돼야 한다"며 "정부가 소비자 부담을 줄이고자 유류세를 인하했으니 정유사와 주유소도 국제 휘발유 가격 인하분까지 반영해 소비자 부담을 줄여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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