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대한 시작, 초라한 종말...5G서비스 와이브로 반면교사 삼아야

조선비즈
  • 안별 기자
    입력 2018.12.08 05:00

    순수 토종 통신 기술로 세계 시장 장악을 노렸던 ‘와이브로’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됐다. KT와 SK텔레콤이 순차적으로 와이브로 서비스 종료 계획을 밝히면서 12년간 유지됐던 와이브로 서비스는 국내 통신사(史)의 일명 ‘흑역사’로 남게 됐다.

    2006년 시작된 와이브로 서비스는 한국 4세대(G) 통신 토종 기술로 롱텀에볼루션(LTE)보다 5년 빨리 상용화됐다. 하지만 각국 이해 관계로 인한 글로벌 확장의 어려움과 5세대(G) 통신 같은 기술 진화와 대체 서비스의 성장으로 결국 서비스를 접게 됐다. 한때 국제 표준까지 노렸던 서비스지만 글로벌 표준·기술 경쟁에서 뒤쳐진 탓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2019년 3월까지 2.3기가헤르츠(㎓) 대역 와이브로 주파수를 이용자 보호를 위한 최소 대역만을 남기고, KT(30메가헤르츠·㎒)와 SK텔레콤(27㎒)이 보유했던 총 주파수 57㎒ 중 가운데 40㎒ 폭은 통신용으로 전환시킬 계획이다. 향후 사업권 행방은 와이브로 서비스 종료 후 논의와 경매를 통해 정해질 전망이다.

    2.3㎓ 대역은 총 100㎒ 폭으로 넓은 지역에서 1Gbps 속도를 낼 수 있다. 5G용으로도 적합하다. 와이브로는 ‘세계 통신 시장 평정’이라는 과업을 5G에게 넘겨주게 된 셈이다. 국내 통신사들은 12월 1일 세계 최초로 5G를 상용화했지만 일각에서는 쉽지 않다는 의견도 나온다. 킬러 콘텐츠가 없어서다. 이 때문에 와이브로를 반면교사 삼아 킬러 콘텐츠 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김연학 서강대 경영학과 교수는 "5G는 킬러 콘텐츠가 없다"며 "킬러 콘텐츠를 만들기 위한 투자를 지속적으로 해야 하며 이는 어느정도 시간이 필요한 일"이라고 말했다.

    KT는 주파수 이용기간이 끝나면서 와이브로 서비스를 순차적으로 종료한다. /KT 공식 홈페이지 캡쳐
    KT와 SK텔레콤이 와이브로 서비스를 순차적으로 종료한다고 7일 밝혔다. KT는 현재 LTE로 전환하지 못한 와이브로 고객을 위해 단계적으로 서비스를 종료한다. 12월 16일 오전 10시부터 12월 말까지 순차적으로 종료된다. SK텔레콤의 와이브로 서비스도 2018년 말 종료된다. 망 종료일부터는 모든 와이브로 고객의 기본 데이터 제공량에 대해서는 무과금 처리될 에정이다. 망 종료 후에는 와이브로 서비스 이용이 불가능하다. LTE 서비스로의 전환이나 해지가 필요하다. 양사는 LTE 전환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자세한 내용은 공식 홈페이지에서 확인 가능하다.

    ◇ 2004년 국제 표준 노리고 화려하게 등장한 ‘와이브로’

    와이브로 서비스는 삼성전자와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의 연구를 통해 2004년 기술 개발됐다. 옛 정보통신부(현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2004년 한국의 10년 미래를 책임진다며 수립한 ‘정보기술(IT) 839’ 전략의 결과물이다. 839는 8대 신규 서비스·3대 인프라·9대 신성장 동력을 뜻한다. 당시 통신업계는 무선 인터넷 토종 기술을 개발하면 수출을 통해 IT 강국으로 성장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핵심 신규 서비스로 와이브로가 지목됐다.

    KT와 SK텔레콤은 1년간의 상용화 준비 끝에 2006년 6월 서울에서 세계 최초 와이브로 서비스를 상용화시켰다. 2011년 상용화된 LTE보다 5년 빨랐다. 당시 속도는 40메가비피에스(Mbps)로 3G보다 3배 빨랐다.

    인텔도 와이브로 기술 개발에 뛰어들 정도였다. 2005년 와이브로 기술 기준이 국제 표준으로 인정받았다. 2006년 미국의 통신사 ‘스프린트’도 와이브로 상용화를 시작했다. 일본 ‘KDDI’와 러시아 ‘요타’ 같은 통신사들도 와이브로 상용화를 시작했다.

    통신업계의 한 관계자는 "와이브로가 상용화될 당시에는 딱히 이렇다 할 서비스가 없었다"며 "또 와이브로 용도를 음성이 아닌 휴대인터넷만으로만 지정해 한계가 뚜렷했다. 하지만 제일 큰 문제점은 유튜브 같은 킬러 콘텐츠가 없었던 점이었다"고 말했다.

    ◇ LTE에 밀려 몰락한 ‘와이브로’

    한국의 10년 IT 미래를 책임질 것으로 평가받았던 와이브로의 단점은 뚜렷했다. 글로벌 표준과 거리가 멀고 생태계가 작았다. 킬러 콘텐츠도 없었다.

    와이브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하는 단말기 ‘와이브로 에그’. /KT 제공
    많은 사업자들이 도입해야 장비 가격이 내려가고 많은 단말기가 지원된다. 하지만 중국이나 일본 같은 몇 국가에서만 와이브로 서비스가 제공됐다. 국내에서는 KT만 투자할 정도였다. 세계 이동통신 표준화기구인 3GPP의 4G 통신 표준 경쟁에서도 LTE에게 밀렸다. 단말기와 장비 수급도 원활히 되지 않았다. 2011년 LTE가 상용화되면서 와이브로는 밀려나기 시작했다. LTE는 75Mbps 속도로 와이브로보다 약 2배 빨랐다. 또 폭넓은 단말기 생태계를 앞세워 와이브로를 압박했다. 결국 와이브로는 내수용으로 전락했다.

    재정적으로도 문제가 컸다. KT와 SK텔레콤은 2006년 이후 12년간 와이브로에 2조1000억원을 누적 투자했지만 2018년 1월 기준 누적 매출은 KT 2000억원·SK텔레콤 300억원을 기록했다. 투자 대비 매출이 10분의 1 수준인 셈이다. 연간 100억원에 달하는 망 유지 비용도 든다. 가입자수도 2006년 1000명에서 2012년 104만명까지 늘었지만, 2018년 1월에는 33만명으로 쪼그라들었다. 2018년 10월에는 4만6000여명까지 줄었다.

    통신업계의 한 관계자는 "국제 표준에서 밀린 것이 와이브로 쇠락의 가장 큰 원인"이라며 "특히 LTE의 속도가 더 빨랐고 생태계 확장이 빠르게 이어지면서 많은 통신사들이 LTE를 쓰기 시작했다. 결국 와이브로가 무너질 수밖에 없었던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 ‘와이브로’ 교훈 삼아 ‘5G 킬러 콘텐츠 육성 집중해야’

    와이브로를 밀어냈던 LTE 시대가 가고 5G 시대가 12월 1일부로 시작됐다. 하지만 상용화로 보기에는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7일 공개된 에릭슨 모빌리티 리포트를 보면 5G 스마트폰은 2019년에나 상용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양산되는 시점은 2020년이다. 1000여대의 단말기가 나올 예정이지만 기업간 기업 거래(B2B)용이다. 아직 이렇다 할 개인 고객을 위한 5G 서비스 자체가 없는 상황이다.

    LG유플러스 직원들이 인천 송도에 구축된 5G 기지국을 최종 점검하고 있는 모습. /LG유플러스 제공
    이한범 한국정보통신기술산업협회 상근부회장은 "12월 1일부로 쏘인 5G 전파는 상용화로 보기 어렵고 테스트용에 가깝다"며 "제대로 된 콘텐츠도 없고 최소 2~3년은 지나야 5G 상용화가 자리잡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우선 5G는 와이브로가 걸었던 생태계 확장 실패를 겪을 확률이 낮다. 글로벌 표준과는 멀었던 국내의 와이브로와 5G는 태생 자체가 다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4G의 경우에는 국내 와이브로와 중국에서 쓰는 TD-LTE 같은 여러 LTE 방식이 있다. 표준이 각기 다르니 생태계 확장이 어렵다. 하지만 5G는 전세계에서 같은 방식으로 똑같은 주파수 대역을 쓴다.

    문제는 킬러 콘텐츠다. 와이브로도 당시에 킬러 콘텐츠가 없어 이용자가 적었던 만큼, 5G도 킬러 콘텐츠가 없다면 이용자들이 LTE에 머물 확률이 높다. 굳이 비싼 가격을 주고 5G로 넘어갈 고객은 없다. 가상현실(VR)이나 증강현실(AR)이 킬러 콘텐츠로 꼽히고 있지만 부족하다는 평이 대다수다. 결국 지속적인 투자와 시간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김연학 교수는 "5G는 방식이나 주파수 대역에서 일명 ‘천하통일’을 했기 때문에 와이브로처럼 생태계 확장 실패로 망할 일은 없다"며 "다만 5G는 킬러 콘텐츠가 없다. 우선 개인 이용자에게 5G를 어필하려면 스마트폰이나 태블릿 중심으로 어필을 해야 하는데 그걸 이끌 킬러 콘텐츠가 없다. 사업자들은 수익은 나지 않는데 투자만 계속 해야하기 때문에 시간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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