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톡톡] 택시업계, 자율 주행 택시도 막을 수 있을까

조선비즈
  • 김범수 기자
    입력 2018.12.08 06:00

    규제가 혁신의 발목을 잡는 것은 한국 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실제로 지난 11월 26일부터 29일까지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아마존웹서비스(AWS)의 연례행사 리인벤트(re:Invent) 2018에서는 인도 기자가 "규제가 혁신을 막고 있어서 정부가 이를 완화하려고 한다"며 테레사 칼슨 AWS 공공 부문 부사장에게 규제 철폐와 관련된 질문을 던지기도 했습니다.

    이 질문에 테레사 칼슨 부사장이 규제가 혁신의 속도를 따라잡을 수 없다고 답한 건데요. 놀라운 점은 지난 4일 만난 성정민 맥킨지 글로벌 연구소 부소장 역시 같은 말을 했다는 겁니다. 그리고 이런 말을 증명이라도 하는듯한 일이 지난 5일(미국 현지 시각) 발생했습니다.

    구글의 자율주행차 계열사인 웨이모가 공개한 자율주행 택시 모습. 미국 자동차 회사 크라이슬러의 미니밴 ‘퍼시피카’를 자율주행차로 개량했다. 웨이모는 5일(현지 시각) 미국 애리조나주(州) 피닉스시에서 세계 처음으로 유료 자율주행 택시 서비스를 시작했다. /AP연합뉴스
    구글 모기업인 알파벳의 자율주행차 부문인 웨이모가 세계 최초로 사용 자율주행차 서비스를 시작했죠. 그런데 같은 시각 한국에서는 택시 업계가 자율주행차도 아닌 카풀 서비스의 반대를 주장했고, 결국 국회 여당이 카카오 모빌리티 카풀 서비스 개시를 보류하게 만들었죠. 물론 카카오(035720)는 결국 지난 7일 베타서비스 시작을 강행하긴 했습니다.

    이 두사건이 동시에 발생하면서 ‘규제는 혁신의 속도를 따라잡을 수 없다’는 말을 극명하게 보여준 상황이 됐습니다.

    좀 더 자세히 살펴보면 웨이모의 자율 주행차는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시에서 서비스를 시작했습니다. 반경 160㎞ 구역을 정해두고 약 400명 제한된 사용자에게만 서비스를 제공하는데요. 승객이 스마트폰 앱을 켜서 목적지를 입력해 택시를 호출하면 자동으로 주행해 승객을 태워 목적지로 향합니다.

    웨이모는 2009년부터 시범서비스를 진행하면서 약 1600만㎞를 주행해 경험을 쌓아왔고, 투자한 개발비만 1조원이 넘는 규모입니다. 외신에 따르면 속도가 느리고 출발 시 덜컹거림이 있고, 모니터링 요원이 아직은 함께 탑승합니다만 정말 자율주행 택시가 사용화 시기가 눈앞에 온 셈입니다.

    지난달 22일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제2차 택시 생존권 사수 결의대회’에 택시기사들이 ‘카풀 앱 불법영업 아웃’ 구호를 외치고 있다. /홍다영 기자
    그런데 한국에서는 웨이모의 자율 주행 택시가 달릴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스마트폰을 통해 카풀을 중개하는 서비스조차 택시업계의 생존을 위협한다며 반대하고 있고, 정치권에서도 택시업계의 손을 들어주고 있기 때문이죠. 택시 승객이나 카풀을 이용하고 싶은 사용자의 의견은 잘 반영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구요.

    하지만 기술의 발전은 막을 수 없고 상상만 하던 일은 이미 현실이 됐습니다. 게다가 자율주행 기술은 미국의 거대기업만이 연구하는 분야도 아닙니다. 한국에서도 현대자동차는 물론 네이버도 네이버랩스를 통해 개발중입니다.

    택시업계의 생존권은 중요한 문제입니다. 택시 기사들이 가져가는 수입은 고용 기사, 개인 기사를 떠나서 모두 크지 않습니다. 게다가 택시 기사 자격을 취득하기 위한 투입비용도 있죠. 그렇다면 논의돼야할 부분은 신산업에 대한 무조건적인 반대와 택시 업계의 보호가 아니라 무인자동차, 카풀 서비스에도 살아남을 수 있는 경쟁력에 대한 논의가 이뤄져야 합니다.

    앞서 언급한 정보기술(IT) 분야 전문가들이 아니더라도 관련 업계는 인공지능(AI)과 자율주행차의 발달은 시간문제라고 보고 있습니다. 카풀 서비스를 막는 것도 구시대적이지만, 정치권은 그래도 택시업계 손을 들어주고 있습니다. 하지만 자율주행차가 보급될 때도 택시업계 손을 들어줄 수 있을까요.

    스마트시티를 구상하면서 자율주행차를 꼭 빼놓지 않는 이유가 있습니다. 환경, 교통 문제를 해결할 뿐만 아니라 주차 공간의 필요성이 줄어들면서 전체적인 도시 공간 효율이 높아지기 때문이죠. 기술로 인해 시장이 변화하고 경쟁이 심화되는 것은 막을 수 없는 흐름입니다. 무조건적으로 생존권을 위협하는 사업을 반대하기보다는 그 사업이 실행되더라도 경쟁할 수 있는 방안, 또는 함께 공존할 수 있는 방안을 논의할 때가 아닐까요.

    핫뉴스 BEST
      내가 본 뉴스 맨 위로

      내가 본 뉴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