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슬러시'를 세계 최대 스타트업 축제로 키운 핀란드 청년들

입력 2018.12.08 06:00

안드레아스 사리·알렉산더 피흐라이넨 인터뷰


노키아는 핀란드의 삼성전자 같은 기업이었다. 하지만 노키아 몰락으로 핀란드는 경제성장률이 2012~2014년 마이너스로 곤두박질쳤다. 망가진 핀란드의 경제를 부활시킨 주인공은 창업에 나선 노키아 출신과 대학생들이었다.

핀란드가 창업국가로 거듭난데에는 스타트업 박람회 ‘슬러시’를 빼놓을 수 없다. 지난 4~5일(현지시각) 핀란드 헬싱키 메스게스구스에서 세계 최대 스타트업 축제 ‘슬러시 2018’이 열렸다. 130여개국에서 스타트업 관계자 3100명, 투자자 1600명 등 2만여명이 찾아왔다.

이 행사는 대기업이 아닌 대학생들이 주도한다. 슬러시는 2008년 노키아 출신으로 루비오를 창업한 피터 베스터바카 등이 만들었지만, 2011년 이후 핀란드 알토대 창업동아리 ‘알토에스’에서 탄생한 스타트업 엑셀러레이터 ‘스타트업 사우나를’ 중심으로 슬러시조직위원회를 구성해 개최하고 있다. 이번 행사에 참여한 2400여명의 대학생은 모두 자원봉사자다.

슬러시를 이끄는 안드레아스 사리(Andreas Saari) 대표와 알렉산더 피흐라이넨(Alexander Pihlainen) 대표도 20대 청년이다. 사리는 1993년생으로 핀란드 알토대 학생이며 피흐라이넨은 1990년생으로 지난해 알토대를 졸업했다. 사리는 스타트업 투자사인 웨이브 벤처스(Wave Ventures)의 공동창업자이기도 하다.

두 대표는 조선비즈와의 인터뷰에서 "슬러시는 다음 세대를 대표한다"고 말했다. 세상을 장악할 다음 세대의 창업자를 배출하는 곳이라는 의미다. 사리는 ‘최고경영자(CEO)’로서 이사회, 언론, 파트너들과 소통한다. 피흐라이넨은 ‘사장(president)’으로 슬러시 확장에 주력하고 있다. 두 청년 창업가를 만나 스타트업 성공에 대해 들어봤다.

조선비즈와 인터뷰 중인 슬러시 공동대표 안드레아스 사리(왼쪽)와 알렉산더 피흐라이넨./안상희 기자
◆ "자신의 아이디어와 사랑에 빠지지 말라"

-성공적인 창업기업을 위한 성공 조건은.

피흐라이엔 "자신의 아이디어를 과신해선 안된다. 늘 자신의 아이디어를 시험하고 이와 관련해 다른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피드백을 받아야 한다. 물론 좋은 팀을 만나야하고 창업가가 리스크(위험)를 감당해내는 능력도 필요하다.
사리 "좋은 팀, 야망있는 계획, 뚝심이 필요하다. 창업자에게 용기도 필수다."

-기업가정신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피흐라이엔 "기업가 정신은 항상 모든 것에 열정적으로 임하는 것이다. 책임감의 무게도 있고 위험도 짊어져야하지만, 나 자신을 믿고 내가 속한 팀을 믿는 내 스스로를 창조해내는 과정이다."

슬러시를 이끌고 있는 알렉산더 피흐라이넨(왼쪽) 대표와
안드레아스 사리 대표가 지난 3일 핀란드 헬싱키에서 열린 ‘슬러시 2018’에서 행사의 개막을 알리고 있다./슬러시조직위원회 제공

◆ "한국 스타트업, 글로벌 마인드 필수"

-한국에는 기술력이 좋은 스타트업은 많지만, 아직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곳은 없다.

사리 "기업들이 처음부터 글로벌 기준에 맞게 생각하고 회사를 운영하는 게 필요하다. 한국은 내수 시장이 작아 글로벌 시장을 염두에 두고 사업을 하는 게 좋다. 물론 중국처럼 인구가 많으면 세계시장 진출이 쉬울 수는 있다. 물론 모든 스타트업이 글로벌 시장으로 나가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한국 창업자들에게 조언을 한다면.

피흐라이엔 "한국뿐 아니라 모든 창업자는 늘 야망을 지니는 것이 중요하다. 목표를 가지고 별을 향해 쏘면 그 높이에 있는 달 언저리에는 착륙할 것이라는 마음가짐으로 늘 목표를 높게 잡고 임해야 한다. 사업 초기부터 글로벌한 마음가짐으로 임하는 것도 좋다. 자국 시장은 좁다."

사리 "미치도록 야망을 가져라. 사실 핀란드는 시골에서 주어진 것에 만족하고 야망이 없는 사람도 많지만, 슬러시는 그들에게 무한한 가능성을 펼칠 수 있는 세계를 열어줬다. 지금은 전 세계 그 누구나 연락할 수 있는 시대다. 글로벌 기업을 상대로 일을 해본 사람들이 한국 창업자들의 세계 진출을 도와줄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핀란드에 노키아가 있었다면, 한국에는 삼성이 있다. 핀란드는 노키아의 위기에서 교훈을 얻었다. 앞으로 한국은 어떻게 해야할까.

사리 "노키아가 위기를 맞자 노키아 출신들에게 창업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였다. 회사는 위기였지만, 글로벌 수준의 기술력을 가진 사람들은 자기 회사를 만드는 기회였다. 동시에 야망있는 학생들도 창업 욕구가 강했다. 한국도 젊은이들이 창의력을 발휘할 공간이 필요하다."

-한국이 핀란드의 보텀업(Bottom up·아래에서 위로) 방식을 배우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사리 "보텀업 방식이 이뤄지려면 일단 누군가로부터 지원과 공간이 제공돼야 한다. 꼭 학생이 아니더라도 누군가 창업기업에 시간과 돈을 쏟아부어야 한다. 보텀업은 모두가 오너십을 갖게된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다만, 보텀업을 위해 꼭 많은 사람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용감한 몇명이 필요하다. 나머지는 따라오게 되어 있다."

-창업 생태계에서 대기업의 역할이 있다면.

피흐라이엔 "지금 가장 성공한 창업기업으로 꼽히는 페이스북,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등이 벤처캐피털(VC) 역할을 해주는 것은 중요하다. 이들이 지원해주는 역할은 크다."

-한국에서 슬러시 행사를 개최할 계획은.

피흐라이엔 "슬러시는 매년 초 어디서 행사를 개최할 지 정한다. 세계적인 벤처캐피탈 투자자를 모을만한, 재미나고 구체적인 주제가 있어야한다. 한국은 슬러시에 참여한 스타트업 수가 네 번째로 많다. 하지만, 정부나 대기업 주도의 톱다운(Top down·위에서 아래로)보다는 기업가 정신을 가진 이들이 보텀업으로 주도하는 생태계를 갖춰야 한다. 그래야 슬러시 개최국이 될 수 있다. 슬러시는 2008년 처음 개최됐을 때부터 보텀업을 기본으로 한다."

◆ 자만하지 말라...슬러시는 다음 세대 상징

-노키아가 핀란드에 어떤 의미인지, 어떤 교훈을 줬는지.

피흐라이엔 "노키아는 누구라도 세계 정상의 기업을 만들 수 있다는 좋은 예를 보여줬다. 노키아가 위기를 겪자 그곳에서 일했던 사람들이 나와 창업을 주도했다. 하지만, 이제 그들은 창업한 기업을 매각하고 다시 창업을 시도하거나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벤처캐피탈로 변신했다. 창업의 두 번째, 세 번째 물결이 일어난 것이다. 성공한 창업자들이 멘토가 되어 새로운 정보를 주는 것은 의미가 크다."

사리 "노키아는 언제든지 예상치 못한 큰 위기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 절대 안주하지 말고 자만하지 말라는 교훈을 줬다."

-슬러시는 핀란드에 어떤 의미인가.

피흐라이엔 "다음 세대를 대표한다. 젊은 마음, 기업가정신."

-보텀업으로 이뤄지는 슬러시의 운영방식이 흥미롭다. 어떤 효과가 있는가.

피흐라이엔 "슬러시나 스타트업이나 마찬가지다. 초기에 자신의 모든 역량을 쏟아부어야 한다. 고객들과 자주 이야기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한데 보텀업 구조면 더 많은 이야기를 들을 수 있게 된다. 최전선에 있는 고객들이 사업에 최고의 아이디어를 줄 수 있다. 아이디어가 옳고 그름을 따지기보다 모두가 힘을 모아 아이디어를 발전시키는 게 중요하다."

사리 "보텀업 방식은 함께 경험한 사람이 많다는 것이다. 결국 창조적인 사람이 많아지는 것을 의미한다."

-학생들이 슬러시를 주도적으로 운영하는데 장점과 단점은.

피흐라이엔 "학생들이 경험은 없지만, 열정이 많고 책임감을 부여하면 좋은 결과를 낸다. 누구보다 무엇이든 빠르게 배운다."

사리 "학생들이 운영하다보니 어떤 경우엔 규칙이 잘 안지켜지지만 괜찮다. 설사 그렇더라도 이들은 잘못을 깨닫고 사과한다. 무엇보다 학생들이 운영하면 새로운 아이디어가 넘친다. 이전과 다른 새로운 방식으로 일을 할 수 있다."

-자원봉사자들은 돈도 안받는 데 왜 슬러시에 참여하고 싶어할까.

피흐라이엔 "나도 자원봉사자로 슬러시를 처음 시작했다. 자원봉사자는 좋은 경험을 쌓고 싶어 참여하고 운이 좋으면 학교에서 학점을 받기도 한다. 여기에 더불어 재미를 얻게 되고 미래의 공동창업자를 만난다. 자원봉사 참여부터가 네트워킹이다."

사리 "나도 2014년 창업가가 되고 싶어 자원봉사자로 슬러시와 인연을 맺었다. 당시에는 슬러시에 참여하는게 멋진 것이라 생각하고 재미있는 경험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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