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에셋은 왜 37세 직원에 100억원을 베팅했나

조선비즈
  • 안재만 기자
    입력 2018.12.06 10:00 | 수정 2018.12.06 13:38

    상반기에만 22억3000만원의 보수를 받아 '월급쟁이 신화'를 썼던 김연추 한국투자증권 투자공학부 차장(팀장)이 경쟁사인 미래에셋대우(006800)로 이직하는 가운데, 미래에셋대우가 3년간 약 100억원을 지급하기로 했다는 얘기가 돌면서 재차 화제가 되고 있다.

    올해 37세인 김 차장은 지난해 양매도 상장지수채권(ETN) 상품을 설계해 고연봉을 수령했다. 양매도는 콜옵션과 풋옵션을 동시에 매도해 파생상품에 붙어 있는 프리미엄을 조금씩 따먹는 상품이다. 코스피200의 월간 변동 폭이 5% 이내이면 수익이 나는 상품으로, 연 5~6% 수익을 목표로 한다. 김 차장이 개발한 이 상품은 하나은행에서 비과세 중위험 중수익 상품으로 홍보해 1조원에 가까운 돈이 몰렸다.

    그러나 김 차장이 진가를 발휘하는 부분은 ELS 등 헤지 운용 매매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형 증권사는 ELS 등 파생상품을 판매한 뒤 기초자산 움직임에 따라 손실이 발생하지 않도록 헤지 목적으로 직접 자기 매매를 하는데, 김 차장은 이 능력이 탁월하다는 것이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미래에셋대우의 파생상품 규모를 고려하면 김 차장의 가치는 1000억원에 육박하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미래대우는 김 차장의 상관이었던 김성락 한국투자증권 본부장과, 김 차장의 다른 팀원 2명도 한꺼번에 영입했다.

    ◇ 자기자본에서 죽 쑨 미래에셋대우…고액 베팅의 배경

    미래에셋대우는 자기자본이 8조1000억원으로, 압도적인 업계 1위이나 3분기에는 자기자본 매매에서 큰 손해가 발생해 순이익 기준 업계 순위가 4위로 밀렸다. 미래에셋대우는 3분기 순이익이 764억7000만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343억원)보다 45% 감소했다. 한국투자증권이 1236억원으로 선두를 차지했고, 메리츠종금증권(008560)NH투자증권(005940)이 각각 1072억7000만원, 1047억2000만원을 벌어들였다.

    미래가 부진한 실적을 기록한 이유 중 하나는 자기자본 트레이딩 매매였다. 미래는 3분기 트레이딩 이익이 고작 150억원으로 전년대비 81.3% 감소했다. 트레이딩 부진은 중국에 투자한 수익증권 및 주식 평가손실도 있었으나 ELS 헤지 실패도 있었다.

    ELS는 기초자산의 가격이 절반 이하로 떨어지지 않으면 투자자에게 연 5~10%의 수익을 주는 상품이다. 헤지를 잘하지 못하면 투자자에게 이자는 이자대로 주고, 부실해져 있는 기초자산을 떠안아야 하는 구조다. ELS 헤지는 상당히 고난도로 알려졌다. 국내 중소형 증권사는 대부분 외국계 증권사에 ELS 헤지 물량을 백투백(back-to-back) 계약으로 넘기는데, 외국계 증권사 또한 심심찮게 실적 부진의 이유로 한국 ELS 헤지 실패를 언급하곤 한다.

    한 경쟁사의 ELS 담당 임원은 "ELS는 증권사 입장에서는 상당히 위험한 상품"이라며 "과거 한화투자증권이 주진형 사장 시절 ELS 운용 실패로 2000억원대 손실을 본 것은 다 그만한 이유가 있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또 "컴공과 출신으로 로직을 잘 짜는 선수급 중에선 김 차장 외에도 프로야구 선수급 연봉을 받을 수 있는 사람이 있다"고 했다.

    ◇ 한투 수십억 인센티브 포기하고 이직…미래에선 부서장 맡을 듯

    한투 등 증권사는 인센티브를 지급할 때 한해에 몰아주지 않고 3년간 나눠 지급한다. 즉 김 차장은 향후 2년간 받을 수 있는 40억~60억원을 포기하고 이직하는 셈이다. 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서 미래에셋대우가 지급하기로 한 금액이 3년간 100억원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미래에셋대우는 100억원 지급설에 대해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고 있다.

    김 차장의 상관인 김성락 본부장은 앞서 지난달 중순 한국투자증권에 사표를 냈다. 당시 김 차장도 함께 이직할 것으로 점쳐졌으나 김 차장은 지난 4일에야 사표를 제출했다. 김 차장의 사표 제출이 늦어진 이유는 한투 임직원들이 강하게 잡았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앞서 이직한 김성락 본부장은 미래에셋대우에서는 관련 부문 대표를 맡을 예정이다. 김 차장은 아직 30대임에도 부서장을 맡을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내년 1월 1일부터 출근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 중소형 증권사 사장은 김연추 차장의 이직 소동과 관련해 "돈만 많이 준다고 유능한 사람을 잡을 수 없다는 걸 확인할 수 있었던 사례"라며 "자본시장의 최첨병인 증권사에서 '성과보상주의'가 확실히 자리 잡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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