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메일·보고서·면접 뚝딱… 대리님, 다른 일 하세요

조선일보
  • 박순찬 기자
    입력 2018.12.05 03:17

    [오늘의 세상]
    인공지능, 사무직까지 넘본다

    LG전자 글로벌생산센터에서 일하는 이영학(33) 선임의 주요 업무 중 하나는 해외 TV·모니터 생산법인의 재고(在庫) 금액을 파악해 이를 며칠치 재고가 남았는지 재고일(日) 수로 환산하고, 기존 계획과 비교한 현황 보고서를 만들어 매일 각 법인에 보내주는 것이다. 이 일을 하는 데 한 달에 12시간이 소요됐다. 그는 '보고서 쓰는 인공지능(AI) 로봇' 덕분에 이 일에서 해방됐다.

    LG전자는 지난 1월부터 사내에 보고서 쓰는 AI 로봇 시스템을 순차적으로 도입하고 있다. 현재 영업·마케팅·회계·인사 등 12개 직군의 총 120개 업무에 적용했다. 회사 시스템에 접속해 데이터를 확인하고 특정 양식의 보고서에 하나하나 입력한 뒤 메일 보내는 일까지 로봇이 대신해주는 것이다. LG전자 관계자는 "현재 로봇이 처리하는 일의 양은 사람이 월 3000시간 이상 일해야 할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LG전자는 현재 사무직을 대상으로 '주(週)당 40시간 근무제'를 적용하고 있는 만큼 '보고서 로봇'이 사람 19명(월 160시간×19명=3040시간)분의 일을 대신하고 있는 것이다. LG전자는 사내의 반응이 좋자 연말까지 100개 이상의 업무를 로봇에 추가로 맡길 계획이다. 직장인들 사이에서는 "이러다 인공지능이 우리 자리를 다 뺏는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

    ◇사무실 파고드는 인공지능

    먼일로만 여겼던 '인공지능의 사무실 공습(攻襲)'이 점차 현실이 되고 있다. 기존의 콜센터·CCTV(폐쇄회로) 관제 업무를 넘어 로봇이 대체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봤던 자재관리·회계·인사 업무까지 인공지능이 장악해가고 있는 것이다.

    사무실 파고드는 AI
    /일러스트=박상훈
    IT(정보기술)·디자인 업계에서는 지난달 28일 패션기업 한섬이 선보인 공룡 캐릭터 그림의 후드티가 화제가 됐다. 공룡 그림을 AI 디자이너가 그렸기 때문이다. 한섬은 AI 스타트업 '디자이노블'과 손잡고 6개월 만에 후드티를 완성했다. 한섬은 인공지능에 브랜드 로고와 공룡 캐릭터, 디자인 콘셉트가 담긴 사진 33만장을 학습시킨 뒤 자유롭게 디자인하도록 했다. 이를 사람 디자이너가 확인해 재수정을 요청하는 과정을 거쳐 최종 결과물이 나왔다. 한섬 관계자는 "기존에는 디자이너가 스케치하고 색을 칠한 뒤 원하는 소재를 붙인 작업 지시서를 샘플실에 보내 실제 옷을 만들어보고, 이를 수정하는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했다"며 "인공지능은 3분 만에 사진을 분석하고 새로운 지시에 따른 결과물도 수분 만에 뚝딱 내놔 업무 과정이 크게 간소화됐다"고 했다. 음식 주문 앱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은 올 들어 고객 주문 후기를 분석하는 업무에 인공지능을 도입했다. 짜장면, 치킨, 족발 등 매일 올라오는 7만여 점의 사진 후기에서 광고성, 선정적 사진을 걸러내는 일이다.

    ◇신입사원 채용은 이미 인공지능이 장악

    요즘 대기업에서는 인사팀의 최우수 사원이 '인공지능'이란 말이 나온다. 신입사원 자기소개서 1만 장을 보려면 인사팀 직원 10명이 하루 8시간씩 7일간 매달렸어야 했는데 AI는 8시간이면 해치우기 때문이다. 자기소개서 하나를 보는 데 걸리는 시간은 3초다. 이 시스템을 도입한 SK하이닉스 관계자는 "인공지능과 실제 인사팀 간 평가 점수 오차가 15% 이내"라면서 "앞으로 꾸준히 자기소개서를 학습시켜 정확도를 높여갈 것"이라고 했다. 롯데그룹, CJ그룹 등 주요 기업도 서류 심사에 AI를 도입했다.

    KB국민은행과 오리온은 면접 전형에도 'AI 면접관'을 활용하고 있다. 지원자가 카메라·마이크가 달린 컴퓨터 앞에 앉아 60분간 질문에 답하면 인공지능이 자주 쓰는 단어와 각종 테스트를 통해 지원자의 가치관과 특징, 장단점, 적합한 직군까지 파악해내는 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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