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카드도 혜택 축소" vs "법적으로 문제 된다"

입력 2018.12.03 03:08

금융위의 축소 계획에… 금감원 반대 방침

정부와 여당은 지난 26일 카드 수수료 개편 방안을 발표하면서 과도한 카드 부가서비스를 줄여 카드업계의 고비용 마케팅 관행을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미 발급받은 기존 카드의 부가서비스 축소 계획에 대해 양대 금융 감독 기관인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이 상반된 입장을 보이고 있어 난항이 예상된다. 당장 이번 주 출범할 예정인 '카드산업 건전화 및 경쟁력 제고 TF(태스크포스)'에서 이 문제가 쟁점이 될 가능성이 커졌다.

금감원 "기존 카드 서비스 축소 반대"

프로모션 등 일회성 마케팅이나 신규 카드의 부가서비스는 카드사가 앞으로 줄이면 되기 때문에 문제의 소지가 적지만 기존 카드의 부가서비스는 약관을 바꿔야 해 소비자 불만이 제기될 가능성이 크다. 이에 대해 금융위는 26일 카드 수수료 개편 방안에서 무제한 항공 마일리지, 공항 VIP 라운지 무료 이용 등을 과도한 부과서비스로 직접 지목하며 기존 카드의 부가서비스 약관도 바꿀 수 있다는 방침을 시사했다.

신용카드 부가 서비스 관련 금융위와 금감원의 입장 차이 정리 표

하지만 금감원은 기존 카드의 부가서비스를 축소하는 것에 대해서는 TF에서 반대 입장을 내겠다는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 관계자는 "지금까지 소비자 보호 원칙을 내세워 카드사가 기존 카드의 부가서비스를 줄이려는 시도를 막아 왔는데 그 원칙을 그대로 유지해야 한다는 취지"라고 말했다. 금감원은 2015년 출시한 지 3년이 지난 카드의 부가서비스를 줄일 수 있게 표준 약관을 바꿨지만 정작 부가서비스를 줄이겠다는 카드사 요구는 한 번도 들어준 적이 없다. 그때마다 내세웠던 명분이 '소비자 보호'였다. 금감원이 기존 카드의 부가서비스에 대해 신중한 이유는 법원 판례 때문이다. 과거 부가서비스 축소와 관련된 소비자 소송에서 법원은 대부분 소비자 손을 들어줬다. LG카드(현 신한카드)는 트래블카드의 마일리지 적립 혜택을 줄였다가 2007년 2심에서 패소해 대법원 상고를 포기했고, 씨티은행도 2011년 '아시아나클럽 마스타카드'의 마일리지 혜택을 줄였다가 대법원에서 최종 패소한 바 있다. 하나카드의 '크로스마일 SE카드'는 2심에서 패소했고 올 연말 대법원 판결을 앞두고 있다. 법원은 "부가서비스이긴 하지만 카드 선택의 중요 기준이 되기 때문에 중요한 계약 사항에 해당한다. 유효기간(5년) 내 부가서비스 축소는 신의칙에 반한다"며 카드사 패소 판결을 내렸다. 이러한 대법원 판례 경향에 따르면 카드사들이 부가서비스를 과도하게 축소할 경우 패소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금감원의 분석이다.

◇금융위 "카드 부가서비스 축소 가능"

반면 금융위는 개인 신용카드 회원에 대한 부가서비스 축소가 가능하다는 입장을 취하면서, 여권의 요구와 소비자 보호 원칙 사이에서 우왕좌왕하고 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지난 28일 국회 정무위 전체회의에서 "그동안 부가서비스의 상당 부분은 법인 회원에 집중돼 있었다"며 "일반 회원의 혜택은 줄지 않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이후 개인 회원에 대한 부가서비스는 그대로 두는 것이냐는 논란이 일자 금융위는 보도 참고자료를 내고 "개인 카드의 부가서비스를 줄이지 않겠다는 뜻은 아니다. 이미 발급받은 카드의 부가서비스도 과도하다고 판단되면 줄일 수 있다"고 해명했다.

카드업계에선 "당·정이 카드 수수료 인하 방안을 급조하면서 부처 간 이견, 소비자 피해 대책조차 조율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위는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2일 "카드 수수료 부담 완화 방안을 마련하라"고 공개적으로 지시하자 다음 날 카드사 대표들을 소집했고 4일 만인 지난 26일 방안을 내놨다. 금융위와 금감원의 뿌리 깊은 갈등이 재현됐다는 분석도 있다. 두 기관은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 회계 사건을 처리하는 과정에서도 사사건건 충돌했었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일회성 마케팅 비용에 대한 검토에 들어갔지만 기존 카드에 대해선 어찌하라는 건지 알 수가 없어 관망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핫뉴스 BEST
    내가 본 뉴스 맨 위로

    내가 본 뉴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