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노트] '홍콩 부동산發 금융위기설' 뜯어보기

조선비즈
  • 안재만 기자
    입력 2018.11.27 07:25

    요즘 홍콩발 금융위기 가능성이 내년 시황 전망의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투자전략 담당 애널리스트들은 내년 전망 세미나에서 반복적으로 홍콩 부동산 폭락으로 인한 금융위기 가능성을 질문받는다고 한다.

    홍콩달러는 미국 달러와 묶여있다(페그제). 미국이 금리를 올리면 홍콩도 따라올려야 하는데, 홍콩 금리가 너무 오르면 부동산 비중이 많은 홍콩은 가계부채 때문에 무너질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 6월 투자노트에서 언급한 적이 있는데, 미국이 다음달부터 내년까지 금리를 4번 이상 올릴 것으로 예상되면서 다시 한번 회자되는 분위기다. (☞관련기사 : [투자노트] 무역전쟁은 훼이크? 여의도에 도는 '美금리인상 음모론'<2018.06.22>)

    사실 중남미 등 다른 신흥국은 설령 금융위기가 터진다고 해도 우리나라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이다. 반면 홍콩이나 중국은 차원이 다르다. 홍콩 위기설을 아주 무시하기는 어려운 이유다. 하지만 최근의 위기감은 과장된 측면도 있다고 한다. 하나하나 생각해보자.

    ① 홍콩, 불안한 것은 맞다

    일단 홍콩달러는 페그 범위가 7.75~7.85달러다. 그리고 이 상단이 위협받고 있어 다소 불안해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홍콩의 대책은 첫째, 환율 방어였다. 하지만 환율 안정에 계속 돈을 쏟아부을 수는 없다.

    ② 걱정되는 홍콩의 부채 규모

    홍콩이 불안한 이유는 부채 규모 때문이다. 홍콩 가계부채 증가 속도는 중국을 이어 세계 2위이고, 전체 규모도 GDP의 71%에 달한다. 가계부채 중 부동산 비중도 상당히 높다. 메리츠종금증권 이승훈 연구원에 따르면, 전체 대출의 45.5%가 부동산 대출이다. 개발용 대출이 전체 대출의 24.1%, 개인의 부동산 구매와 관련된 대출이 21.4%다.

    소득대비 주택가격(Price to Income Ratio)도 19.4배로 전세계 도시 중 가장 높다. 참고로 서울의 PIR은 11.2배 수준이다.

    ③ 그래도 아직 괜찮다는 사람이 많은 이유

    그래도 아직 괜찮아 보인다고 하는 이가 많다. 이유는 크게 4가지다.

    1) 낮은 연체율. 홍콩 대출자들의 연체율은 3개월 이상과 6개월 이상 연체율이 각각 0.02%, 0.01%다.

    2) 그래도 집 사는 것이 나은 홍콩. 홍콩 집값은 7월 고점 대비 1.6%밖에 빠지지 않은 상황이다(9월 말 기준). 홍콩은 전세계에서 집값이 가장 비싼 축에 드는 나라인데, 그래도 그만큼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심지어 주거용 건물 공실률도 3.7%에 불과하다고 한다. 공실률은 2010년 이후 7년째 하락세다.

    하나금융투자에 따르면 홍콩 부동산 임대 수익률은 2.4%로, 금리(2.1%)보다 높다. 아직까지는 빚을 내 임대를 줘도 돈이 되기는 한다는 얘기다. (우리나라는 강남권 부동산 임대수익률이 1%대까지 하락한 상황이다.)

    홍콩 부동산의 또 하나 특징은 실질금리가 낮을 때 부동산 가격이 올랐다는 점이다. 실질금리는 10년 국채금리에서 물가 상승률을 뺀 수치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현재 홍콩의 실질금리는 -0.24% 수준이다. 돈을 은행에 맡겨봐야 이자가 남는 것이 없기 때문에 부동산에 돈이 쏠릴 수밖에 없는 것이다.

    3) 양호한 경제 성장. 홍콩의 1인당 GNI는 2017년 기준 6만4100달러로, 5년간 평균 4.3% 상승했다. 견조한 경제 성장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4) 생각보다 탄탄한 규제. 규제도 생각보다는 탄탄한 편이다. 홍콩은 한때 LTV가 65% 이상이었는데, 9월 기준으로는 44.4%까지 낮아진 상황이다.

    그래도, 안 떨어질 것이라고 하는 얘기는 아니다. 글로벌 IB들은 이구동성으로 홍콩 부동산 하락 가능성을 지적하고 있다. 씨티은행은 올 하반기에만 7% 하락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단기간 내 폭락이 나올지는 '글쎄'다. 홍콩 집값 또한 우리나라처럼 외부 충격이 있을 때만 급락했다. 메리츠증권에 따르면 홍콩 주택가격은 1981~1984년 32.2% 떨어졌고, 1997~2003년 65.1% 급락했다. 1982년은 2차 오일쇼크가 있었고, 1997년은 아시아 외환위기가 있었던 시점이다. 많은 위기가 있었지만, 홍콩이 스스로 진원지가 됐던 적은 없었다.

    이번은 다를까, 이번에도 똑같을까. 분명한 것은 홍콩 부동산은 수요가 꽤 탄탄해 보인다는 점이다. 물론, 부동산이란 것이 터지기 시작하면 걷잡을 수 없다. 그런데 이건 어느 나라나 다 똑같다. 숫자만 놓고 보면서 터질지 안 터질지 예측하기란 너무나 어렵다.

    자료를 보면서 느낀 것은 보면 볼수록 홍콩이나 서울이나 비슷비슷해 보인다는 점이다. 홍콩이 무너진다면, 비슷한 시점에 서울도 무너지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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