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도 저렇게 당하는데"… 위기의 대기업, '위기' 말도 못꺼내

조선일보
  • 성호철 기자
    입력 2018.11.24 03:08

    삼성 올들어 압수수색만 10차례… 삼바 사태로 또 줄기소 가능성
    공정위 조사받는 11개 그룹, 사업 대신 '對정부 대응'에 전전긍긍

    오는 27일 서울 서초동 중앙지법 재판정에 이상훈 삼성전자 이사회 의장을 포함해 삼성 전·현직 임원 20여명이 피고석에 설 예정이다. 이날은 검찰이 '삼성전자서비스 노조 와해 의혹 혐의'로 기소한 사건의 첫 공판일이다. 삼성전자서비스가 협력업체 직원 8700여명을 전원 정규직으로 고용하겠다며 사실상 노조 요구에 백기를 들었지만 최소 1~2년간 삼성 주요 임원들은 법정 다툼을 피할 수 없는 처지다.

    게다가 이재용 부회장은 대법원에서 전(前) 정권에 뇌물을 공여한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상황인 데다 조만간 검찰이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 회계 혐의에 대한 수사에 착수하면 또다시 임직원 수십여명이 줄줄이 기소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 재계에서는 "삼성이 5년 내내 검찰 수사와 재판만 받게 생겼다"는 말이 나온다.

    위기에 빠진 한국 주요 산업
    현재 한국 주력 산업 곳곳에서 경고등이 켜지고 있다. 반도체를 제외한 스마트폰·LCD디스플레이·TV, 자동차, 중공업 등 주력 산업의 경쟁력이 급격히 쇠락하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해외 판매 부진으로 지난 3분기에 영업이익이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4분의 1 토막 나는 어닝 쇼크를 겪었다. 하지만 정작 기업인들은 위기 극복을 위해 총력전을 펴기는커녕 '위기' '불황'이란 단어조차 말하길 꺼리는 상황이다.

    ◇"검찰 조사받다 세계 최고 뺏길 것"

    올 한 해 동안 검찰은 삼성전자 수원 본사에서 우면동 연구개발센터·삼성경제연구소·에버랜드에 이르기까지 10차례 압수 수색을 했다. 지난 14일에는 공정위가 5년째 혼수상태인 이건희 회장을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2014년 삼성이 공정위에 보고한 문서에서 이 회장이 실소유한 건축 설계 회사를 고의 누락했다는 혐의다. 올 4월에는 금속노조·민변·참여연대가 노조 탄압을 이유로 이 회장과 이 부회장, 이부진 사장을 고발했고 작년 말에는 국세청이 이 회장을 조세 포탈 혐의로 수사 의뢰했다.

    재계 한 관계자는 "기업도 잘잘못에 따라 엄격한 법의 잣대로 처벌받아야 하지만 종아리 맞을 일을 가지고 목을 졸라서는 안 되지 않느냐"고 말했다.

    무차별적인 '삼성 배싱(bashing·과도한 때리기)'이 만연한 가운데 삼성의 주력 사업에 적신호가 켜지고 있다. 삼성전자에서 매출 비중이 가장 큰 스마트폰은 올 3분기 중국 시장에서 고작 70만대를 팔아 시장점유율 0.7%를 기록했다. 4년 전만 해도 중국에서만 분기당 1800만대씩 팔았지만 지금은 이름조차 생소한 샤오라지아오·슈가와 같은 중국 중소업체에도 밀리는 형국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 흔든 참여연대
    여기에 포스트 반도체로 키우려던 삼성바이오 사업도 제동이 걸렸다. 글로벌 제약사의 의약품을 위탁 생산하는 삼성바이오에 이달 증권선물위원회가 붙인 '고의적 분식 회계 기업'이란 딱지가 치명적이다. 글로벌 제약사들은 거래 상대방에게 계약서에 윤리 강령 명시를 요구하고 직원의 불법 리베이트만 터져도 문제를 제기할 정도다. 삼성 관계자는 "현재 수주를 논의 중인 제약사만 30~40곳인데 다들 분식 회계 논란을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공정위, 11개 그룹 조사 중

    다른 대기업들도 주력 사업이 무너지는 것을 뻔히 보면서도 사업 재편이나 신사업 진출보다는 대(對)정부 위기 대응에 목을 매는 분위기다. 당장 공정위는 삼성, SK, 미래에셋, 한진, 한화, 아모레퍼시픽, 금호아시아나, 대림, 하림, SPC 등 11개 그룹에 대해 계열사 부당 지원과 총수 사익 편취 여부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현대차는 공정위의 순환 출자 해소 요구를 이행하려다 지배 구조 개편의 덫에 빠졌다. 지난 3월 현대모비스를 지배 회사로 만드는 개편안을 내놨다가 미국계 헤지편드 엘리엇을 비롯한 외국 자본의 반대로 무산됐다. 이 과정에서 현대차는 외국 자본을 달래려고 1조원어치의 자사주를 소각했다. 연간 연구·개발비(약 2조4000억원)의 40%에 달하는 규모다. 엘리엇은 최근 현대차그룹에 보유 현금을 털어 '12조원어치의 자사주를 매입하라'며 옥죄고 있다.

    두산중공업은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직격탄을 맞았다. 국내 유일의 원자력 주(主)기기(원자로, 증기발생기, 터빈발전기)를 만드는 이 회사는 2016년 9조500여억원이던 수주 물량이 올해 3조6900여억원(9월 말까지 누적)으로 급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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