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관승의 리더의 여행가방] (16) 요즘 가장 '핫'한 도시 베를린... ‘비키니 베를린’에서 읽는 최신 트렌드

조선비즈
  • 손관승·언론사 CEO출신 저술가
    입력 2018.11.16 05:00

    도시재생 모델로 떠오른 독일 베를린의 상징적 건물
    ‘뉴트로' ‘컨셉의 연출' 트렌드 이해하기 좋은 곳으로 추천

    ‘뉴트로’(New-tro)라는 키워드를 들어본 적이 있는가? 새롭다는 영어단어 new와 복고를 의미하는 retro를 결합한 조어(造語)다. 단순한 복고가 아니라, 과거의 황금시대에 신선함을 가미한 새로운 복고 개념이다.

    김난도 교수가 이끄는 서울대 트렌드분석센터의 전망 보고서인 ‘트렌드 코리아 2019’가 주목한 핵심 키워드다. 한국어로 번역한다면 ‘신(新) 복고주의’라고 할까. 여기서 중요한 것은 과거의 새로운 해석이다.

    70년대의 전설적인 영국 밴드 퀸의 음악세계를 다룬 ‘보헤미안 랩소디’ 열풍이 바로 그런 경우다. 이 영화는 단순히 과거를 재현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아시아 이민자이자 성소수자에 속하는 프레디 머큐리의 눈으로 보헤미안 정신을 재해석하였다.

    ‘세상에 적응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해 연주하는 부적응자들’이라는 퀸 음악 정신을 내세움으로써 올드 팬들뿐 아니라 기술혁명의 혼란 속에 갈피를 잡지 못하는 젊은 세대의 마음까지 사로잡았다.

    그 다음 주목할 만한 것은 ‘컨셉의 연출’(play the concept) 개념이다. 앞으로는 가성비나 품질보다 컨셉이 더 중요하다는 것. 즉 재미있거나 희귀하거나 공감할 수 있는, ‘갬성’ 터지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컨셉이 될 수 있다는 전망이다.

    오해하지 말라! 여기서 ‘갬성’은 감성의 오타가 아니라는 것, 즉 감성과 컨셉이 만나는 것을 의미하는 신세대의 새로운 조어니까. 컨셉이 있는 공간이라야 사람들이 찾고 또 소비된다. 구구절절한 설명보다 컨셉이 우선이라는 뜻이다.

    새로운 컨셉의 연출과 복고의 새로운 해석, 이 두 가지 장면을 눈으로 확인하기 원한다면 어디로 출장가면 좋을까? 단연 베를린이다. 전쟁과 분단으로 폐허화된 옛 건물과 공간을 단순히 복원하는 데 그치는 게 아니라 완전히 새롭게 재해석해내고 있으니까.


    통일 직후 도시계획 전문가 한스 슈팀만(Hans Stimman⋅사진)을 주축으로 베를린은 완전히 다시 태어났다. 도시전체가 마치 거대한 창조공간처럼 꿈틀거리고 있다. 건축, 디자인, 패션, 라이프스타일, 도시재생 등 창의성이 필요한 거의 모든 분야에서 공간혁신의 컨셉을 두 눈으로 현재진행형의 관점에서 생생하게 관찰 가능하다.

    [미니정보] 한스 슈팀만의 ‘비판적 재건’

    개성 있는 골목길, 예술 공간으로 변한 공장지대, 감성 충만한 카페 공간을 보기 원하는 공감 탐식자들에게 최고의 장소다. ‘유럽에서 가장 쿨한 도시’, ‘유네스코가 지정한 디자인 도시’와 같은 영예를 얻고 있는 이유다.

    비키니 베를린의 석양 모습(왼쪽 건물). 오른쪽은 25 hours호텔./사진=비키니 베를린 제공
    라이프스타일이라는 측면에서 한 곳의 예를 원한다면 단연 ‘비키니 베를린’이다. 요즘 베를린의 핫한 곳은 대부분 동베를린에 몰려있지만 이곳만큼은 서베를린에 위치해 있다. 정확하게는 서베를린의 중심인 동물원 역 부근이다.

    통일이 되면서 도시의 중심축이 동베를린으로 이동하면서 서베를린의 상당수 지역은 활력 넘치던 교통 중심지에서 ‘올드 웨스트’(Old West)처럼 점차 쇠락해가기 시작했는데 이곳이 바로 그런 경우다. 이미 기차역으로서의 핵심 기능은 동베를린으로 넘겨주어서 동물원역 부근은 노숙자와 알콜 중독자들이 보일 뿐이었다.

    2014년 이곳에 ‘비키니 베를린’이라는 섹시한 건물이 들어서면서 이 부근은 힙(hip)한 곳으로 완전히 뒤바뀌었다. 건물 외벽에 적힌 ‘Fashion, Food, Design'이라는 세 개의 단어가 이 건물의 기본 컨셉을 말한다. 단순한 쇼핑공간이 아니고 사무실, 쇼핑센터, 식당과 카페, 영화관과 호텔, 취미 공간을 망라한 베를린의 새로운 라이프스타일 공간이다.

    빈티지 벤츠와 동물원의 결합인 비키니 베를린의 공간혁명./사진=손관승.
    건물 입구에 들어서면 넓은 공간 한가운데 수 십 년 된 빈티지 벤츠 자동차 한 대가 떡 버티고 있고, 그 너머 시원한 창밖으로는 동물원의 풍경이 그대로 들어온다. 도심에서 갑자기 정글로 변한 것이다.

    도심 속의 오아시스라는 말 그대로 획기적인 공간 배치다. 그 옆으로는 트렌디한 카페들이 줄 지어 있다. 실내 디자인 컨셉은 뉴욕의 ‘하이라인 파크’(Highline Park)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한다.

    비키니 베를린 안에 있는 꽃과 자전거 환경이 결합한 컨셉의 스낵바./사진=손관승
    흔히 볼 수 있는 쇼핑공간이 아니라 새로운 ‘컨셉 몰’을 표방하고 있다. 플래그십 스토어, 인테리어가 멋진 레스토랑, 아기자기한 옷가게 등이 곳곳에 배치되어 있는데, 중앙에는 ‘팝업(pop-up) 박스'가 군데군데 설치되어 있는 게 특이하다.

    비키니베를린 내부의 컨셉몰 개성있는 디자이너들을 위한 스타트업공간이다./사진=비키니 베를린 제공
    약 20개의 모듈 공간을 젊은 디자이너들에게 일정기간 동안 임대한다. 여기서 만나는 상품들은 어느 도시에서나 쉽게 접할 수 있는 빅 체인점 제품들이 아닌 독립 브랜드가 주류다. 즉 패션과 라이프스타일의 스타트업 공간인 것이다. 이곳에서 그들은 직접 소비자들을 만나고 눈에 잘 띄는 공간에서 자기 디자인과 제품을 알릴 수 있다.

    비키니 베를린에는 곳곳에 야외 테라스를 마련해 도심속 정원느낌을 준다./사진=비키니 베를린 제공
    비키니 쇼핑몰 오른쪽에는 ‘25hours hotel’이 있는데, ‘패션과 디자인이 있는 당신의 집’이라는 캐치프레이즈처럼 색다른 실내 인테리어로 특히 여성들의 기호를 만족시키고 있다.

    해먹이 있는 로비 라운지, 동물원을 향한 객실의 경우 거대한 통유리를 통해 사자나 기린, 코끼리 같은 동물을 자세히 감상할 수 있도록 객실에 망원경까지 비치해놓았다. 한마디로 감성, 요즘 신세대 용어로 한다면 ‘갬성’이 빵빵 터지는 곳이다.

    비비키니베를린 바로 옆으로 동물원과 황제기념교회가 있다./사진=비키니 베를린 제공
    원래 이 건물은 분단 이후인 1957년에 포스트모더니즘 양식으로 지어졌고 주로 섬유산업과 의류 생산판매업자들이 입점해 있었다. 하지만 통일은 역설적으로 이곳의 경쟁력을 떨어뜨려 쇠락의 길을 걷다가 새로운 이름으로 재생하게 된 것이다.

    이 건물 옥상정원에서 내려다보면 근처에는 전쟁으로 지붕이 날아간 카이저 빌헬름 기념교회와 오이로파 센터가 보인다. 최대의 백화점인 카데베에서 쿠담거리까지 서베를린의 한 축을 이 건물이 회생시키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도심 재생은 죽어가던 공간에 다시 생명을 불어넣는다는 뜻이다. 단순히 옛것의 보존에 그친 것이 아니라 그곳 고유한 경험을 디자인하려는 능력이 첨가되어야 진정한 도시재생이다. 회생여부는 결국 복고의 새로운 해석과 자기만의 컨셉의 제시 여부에 달렸다. 나만의 경험을 디자인 할 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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