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더블폰(접는 폰)을 이을 차세대 전략폰으로 롤러블폰(돌돌마는 폰)이 주목받고 있다. 이와 관련해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가 치열한 디스플레이 기술개발 경쟁을 펼치고 있고 스마트폰 제조사인 삼성전자와 LG전자도 제품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12일 디스플레이 업계에 따르면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가 롤러블 디스플레이 기술 개발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 2017년 특허청이 공개한 자료를 보면 롤러블 디스플레이 관련 특허는 2012년 1건에 불과했지만 2016년 32건으로 4년 새 32배 증가했다. 연도별로는 2012년 1건, 2013년 2건으로 소폭 늘어나던 것이 2014년 들어 15건으로 급증한 이후 2015년 21건, 2016년 32건에 달했다. 이 가운데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가 각각 전체 특허 출원의 53%, 35%를 차지해 치열한 기술개발 경쟁을 펼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롤러블 디스플레이는 한쪽으로 화면을 돌돌 말아 사용하는 스크린이다. 일정한 크기로 분할된 화면을 접어 쓰는 폴더블 디스플레이와는 다르다. 롤러블 디스플레이에는 OLED 패널이 LCD 패널보다 적합하다. OLED 패널은 백라이트가 필요없기 때문에 LCD 패널보다 얇아 구부리거나 말기에 적합하기 때문이다. 현재 OLED 패널 기술은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가 앞서기 때문에 다른 패널 기업들보다 먼저 롤러블 기술 개발에 나설 수 있었다는 평가다.
LG디스플레이는 올해 1월 미국에서 열린 'CES 2018'에서 주요 거래선과 관람객을 대상으로 4K UHD 해상도의 65인치 롤러블 디스플레이를 공개했다. 롤러블 디스플레이를 TV 형태로 공개한 것은 LG디스플레이가 세계 최초다. 4월 20일 서울 마곡에 위치한 LG그룹의 R&D 복합단지 'LG 사이언스파크' 개소식에 참석한 문재인 대통령도 롤러블 디스플레이에 많은 관심을 보인 바 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올해 5월 미국 LA 컨벤션센터에서 국제정보디스플레이학회가 주최하는 'SID 2018' 전시회에 참가해 차량용 정보안내 디스플레이(CID)에 롤러블 디스플레이를 적용한 제품을 선보였다. 롤링 정도에 따라 화면의 크기를 최소 9인치에서 11.8인치, 최대 14인치까지 3단계로 조절할 수 있는 제품이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도 부품사의 롤러블 디스플레이 기술을 토대로 롤러블폰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차세대 전략폰인 롤러블폰에 대한 윤곽은 지난 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삼성개발자회의(SDC)에서 폴더블폰 콘셉을 공개한 직후 열린 고동진 IM부문장(사장) 기자간담회에서 드러났다. 이날 고 사장은 폴더블폰에 이어 롤러블폰에 대한 연구 개발도 진행하고 있다고 발언했다.
이보다 앞서 올해 1월 미국 정보기술(IT) 전문매체 폰아레나가 삼성전자가 미국 특허청에 출원한 롤러블 디스플레이 특허 기기를 보도하면서 롤러블폰 준비설이 돌았다. 특허 신청된 롤러블 디스플레이 기기는 지문인식 스캐너를 갖추고 있어 지문인식 센서에 손가락 터치만으로 디스플레이를 두루마리처럼 둘둘 말고 펼수 있도록 설계됐다.
LG전자도 롤러블폰을 연구 개발하고 있다. LG전자도 올해 8월 '롤러블 스마트폰'으로 추정되는 기기의 특허 등록을 마쳤다. 이 기기는 평상시에는 스타일러스 펜(디지털 펜)으로 사용하다가 말려 있는 디스플레이를 펼치면 스마트폰 터치화면으로 전환되는 형태다. LG전자 관계자는 "우리도 폴더블폰과 롤러블폰 준비는 하고 있고 기술로도 최고 수준을 가지고 있다"면서 "하지만 제품 상용화라는 것은 다른 문제고 소비자가 찾을 수 있는 가격과 가치를 모두 갖출때 새로운 폼팩터(형태) 제품을 내 놓을 계획이다"고 설명했다.
롤러블폰의 상용화 시점은 아직은 불투명한 상태다. 폴더블 스마트폰과 롤러블 스마트폰의 기술격차가 크기 때문에 당장 롤러블 스마트폰 상용화에 나서는 것은 어렵다는 것이다.
김용석 성균관대 전자전기공학과 교수는 "롤러블폰이 휴대용으로만 본다면 폴더블폰보다 훨신 유용하고 디스플레이 변형 기술 중 최고"라면서 "폴더블폰과 기술격차가 크기 때문에 당장 상용화는 기대하기 어렵고 폴더블폰 상용화 후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내년 이후 폴더블폰과 롤러블폰이 상용화되면 OLED 업체들의 경쟁력도 더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며 "롤러블폰의 출시는 2023년쯤으로 예상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