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가에서 웹툰 수출사 대표로...윤석환 DCC 창업자

조선비즈
  • 박지환 기자
    입력 2018.11.11 06:00

    "제 꿈은 드래곤볼·원피스·건담처럼 세계에서 통하는 초대형(MEGA) 지적재산권(IP)이 가능한 웹툰을 제작하고, 드림커뮤니케이션(이하 DCC)을 한국의 마블로 만드는 것입니다."

    겨울을 재촉하는 비가 내리던 지난 7일 서울 구로구 가산동 드림커뮤니케이션에서 애니메이터(animator) 출신의 사업가 윤석환 대표(사진·38)를 만났다. 그를 만나기 전에는 TV에서 가끔 본, 별로 꾸미지 않는 웹툰 작가의 이미지를 생각했다. 하지만 그는 옷을 깔끔하고 맵시있게 잘 입는 댄디보이였다. 짧게 자른 옆머리에 긴 윗머리를 넘긴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윤 대표는 제작한 웹툰(인터넷 만화)을 카카오, 탑툰, 텐센트(중국), 픽코마(일본), 타파스(미국) 등 국내외 유료 웹툰 플랫폼에 공급하는 DCC를 운영하고 있다.
    DCC 사무실은 ‘장난감 천국’이었다. 다양한 캐릭터 장난감들이 회사 이곳저곳 장소를 가리지 않고 놓여 있었다. 회사에서 가장 많은 공간을 차지하는 주인공처럼 느껴졌다.

    장난감은 관절이 움직일 수 있도록 만들어 다양한 동작을 표현할 수 있는 인간·동물 형상의 모형 장난감인 ‘피규어’였다. 셀 수 없이 많은 피규어가 진열된 커다란 장식장이 여러개 있었고, 사무실에서 일하는 모든 직원의 책상에도 수 많은 피규어들이 자리잡고 있었다. 마치 회사는 피규어들의 세상이고, 직원들은 장난감 세상에서 일하는 거인처럼 느껴졌다.

    윤 대표의 사무실도 업무용 테이블과 접대용 테이블을 제외한 모든 공간을 피규어가 장악하고 있었다.

    DCC 직원 책상에서 바라본 사무실 내부. 다양한 피규어 천국이다. /박지환 기자.
    회사가 장난감 카페같다. 너무 많아 몇개 가져가도 모를 것 같다.

    "모두 3000~4000개 정도 되는 것 같다. 정확한 숫자는 나도 세어 보지 않아 모른다. 모두 피규어다. 개인적으로 피규어를 좋아하다보니 하나 둘 산 것이 이렇게 많아졌다. 매일 보고 만지다보니 하나만 사라져도 알 수 있다. 직원들이 좋아하는 피규어를 대여해준다. 대신 내가 도서대출 장부처럼 피규어 대여 장부를 만들어 꼼꼼히 관리하고 있다. 직원들 책상에 있는 장난감도 다 내꺼다." (웃음)

    취미라고 하기엔 너무 많은 것 아닌가.

    "돈을 좀 썼다. 정확한 액수는 비밀이다. 피규어를 좋아해 모으는 것이 취미이긴 하지만 오롯이 나만을 위한 것은 아니다. 회사 업무와도 관계가 밀접하다. 인기가 많은 피규어의 대다수는 만화의 주인공들이다. 우리회사도 만화의 지적재산권(IP)을 확보해 피규어를 만들고 있다. 참고로 우리 회사의 정체를 좀 쉽게 설명하면 근본은 인터넷을 이용한 만화제작사다. 그리고 피규어 사업에도 진출했다."

    웹툰이 본업이고 피규어 사업도 진행중이라는 얘긴가.

    "그렇다. 아직까지는 아주 유명하지는 않지만 이미 피규어 사업을 진행 중이다. 김청기 감독이 만든 로봇태권브이 IP를 확보해 피규어를 위탁생산, 판매하고 있다. 앞으로 대상을 확대할 계획이다."

    IP를 사서 피규어 사업을 하려면 자금이 많이 들 것 같은데.

    "우리의 주력 사업은 웹툰 제작이다. 우리 회사가 만든 웹툰 주인공을 피규어로 만들 계획이다. 대표작인 ‘왕의 딸로 태어났다고 합니다(이하 왕의 딸)’와 ‘아도니스’, ‘H메이트’ 등은 한국 웹툰 시장에서 1위를 차지할 정도로 인기다.

    중국 일본 등의 해외시장에서도 주목하고 있다. 왕의 딸은 이미 중국 시장에서 30억뷰(누적 기준)를 돌파했다. 아도니스도 중국과 일본시장에서 인기가 높다. 성인 웹툰인 H메이트도 국내는 물론이고 해외에서 인기다. 이들 웹툰의 IP를 활용해 피규어를 제작할 계획이다. 그리고 좀 더 지난 뒤에는 해외 유명 만화의 주인공 IP도 확보해 피규어로 만들 생각이다."

    피규어 사업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설명해 달라.

    "올해 1월부터 태권브이767 피규어를 만들어 판매하고 있다. 홍콩 완구회사인 GFT 그룹에서 제작하고 우리는 이를 들여와 판매 중이다. 당초 마니아들을 위한 제품이였으나 대중에게 선보였을 때 마니아들보다 반응이 더 뜨거웠다. 초기 생산 물량을 모두 소진해 2차 생산을 요청했다. 12월에 나온다.

    의도하진 않았는데 지상파 예능방송에서 한 출연자가 태권브이767과 마주하며 식사하면서 간접광고가 확실히 된 것 같다. 태권브이와 관련해서는 앞으로 메탈릭태권브이, 블랙태권브이, 골드태권브이 등 다양한 색상의 제품을 출시할 계획이다.

    왕의 딸, 아도니스 피규어도 순차적으로 선보일 계획이다. 이들 작품은 인기가 많으니 주인공 피규어도 잘 팔릴 것으로 기대한다. 특히 왕의 딸은 중국에 진출한 한국웹툰 1위다. 피규어 상품 역시 중국을 메인으로 일본까지 확장할 생각이다."

    다른 사업도 계획 중인가.

    "한국 웹툰 시장은 정체다. 그래서 우리회사는 이미 중국과 일본 등 해외시장에 진출했고, 어느 정도 안정적으로 자리를 잡았다. 앞으로 미국시장에도 진출할 계획이다. 또 사업 다각화 차원에서 원작의 IP를 활용한 피규어와 문구 사업을 비롯해 다양한 사업도 추진하고 있다. 중장기적으로 미국에서는 웹툰 플랫폼을 운영할 계획도 가지고 있다. 웹툰 주인공을 활용한 애니메이션 영화와 드라마 사업도 검토중이다. 시간이 지나면 게임 전문회사와 우리회사의 웹툰을 게임으로 만들 계획도 가지고 있다."

    사업을 너무 확대하는 것 아닌가.

    "그렇게 보일 수도 있지만 나름 계산이 있다. ‘원소스 멀티유즈’ 전략이다. 웹툰을 제대로 만들고 인기를 얻으면 웹툰의 IP를 활용해 피규어와 문구 등을 제작 판매하는 것은 그다지 어렵지 않다. 홍대 카카오프렌즈 매장에 가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요즘 어린이들 뿐만 아니라 청소년과 20대까지 카카오 프렌즈에 열광하고 있다."


    드림커뮤니케이션이 만든 대표작. ‘왕의 딸로 태어났다고 합니다’와 ‘아도니스’의 경우 한국은 물론이고 중국에서도 인기가 높다. /드림커뮤니케이션 홈페이지
    추진 하려는 모든 사업의 뿌리가 웹툰인 것 같다. 웹툰을 시작하게 된 배경은.

    "어렸을 때부터 웹툰을 좋아했다. 아무래도 부모님이 맞벌이다 보니 인터넷과 만화 등으로 시간을 많이 보내서 그런 것 같다. 인문계 고등학교에 진학했지만 공부에 큰 관심이 없었다. 좋아하는 일을 하고 싶었다. 그래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 대신 직업학교(호서전문학교)에서 애니메이션 제작을 본격적으로 배웠다. 직업학교를 졸업하고 만화회사에 취직해서 일하다가 내 회사를 차렸다. 지금 추진하는 사업들은 모두 애니메이션과 만화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돈을 꽤 벌었나 보다. 사업을 확장하려면 자금이 넉넉해야 할텐데.

    "최근 2~3년간 연평균 매출이 20억원쯤 된다. 올해는 매출이 크게 올라 60억원은 무난할 것으로 예상된다. 왕의 딸이나 아도니스 등은 한국 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인기가 높다. 이들 웹툰의 IP를 활용해 완구와 문구류 등으로 사업을 확장하면 회사가 지금보다 훨씬 빠르게 성장할 것으로 기대된다. 외부의 우리 회사에 대한 평가도 긍정적이다. 회사의 성장성을 높게 평가해 지분 10%를 40억원에 인수하겠다는 제의도 받았다."

    웹툰시장이 성숙기라는 얘기를 들었는데 의외다.

    "현재 웹툰은 성장기에서 성숙기로 가고 있다. 아직도 불법다운로드 사이트나 ‘웹툰은 무료로 봐야지’ 하는 인식과 싸워야 한다. 또 작가와 플랫폼간의 갈등 등 해결해야 할 요소가 많다. 그래도 조금씩 좋아지고 있다. 중국 일본 등 해외 플랫폼이 점점 안정화하면서 국내시장을 보완해 주고 있다.

    그리고 우리는 해외 웹툰 플랫폼, 피규어, 애니메이션, 문구 등 웹툰과 관련한 다양한 2차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미 영화나 드라마에서 큰 성과를 올린 웹툰 작품도 나왔다. 이런 점을 상황을 고려하면 완구, 문구 등도 조만간 이런 상황이 재현될 것으로 기대한다."

    윤석환 DCC 대표가 웹툰을 그리고 있다. /박지환 기자
    애니메이터에서 사업가로 변신하게 된 이유는.

    "일을 하다 보니 제작·기획 등 내가 사업에도 소질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림을 그리는 일은 시간도 오래 걸리고 정성을 쏟아야 하는 일인데 사실 내가 성격이 좀 급하다. 사업가 위치에 서보니 그림을 좀 더 넓게 볼 수 있는데 이 점도 의미가 크다."

    사업가로 변신한 뒤에 어려웠던 시절도 있었을텐데.

    "피처폰에서 스마트폰으로 넘어가는 시점에 정말 힘들었다. 모바일 만화 시장이 갑자기 시들해졌다. 그 때는 스마트벤처학교, 청년창업 1000프로젝트 등 정부지원 사업으로 근근히 버텨냈다."

    앞으로 목표는.

    "만화쟁이로서의 근본 목표는 만화를 통해 많은 사람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것이다. 우리는 재밌는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창의력을 인정받았고, 그 덕분에 각종 만화서비스 플랫폼으로부터 러브콜을 받고 있다. 우리의 작품을 볼 사람이 많아진 셈이다. 이를 활용해 웹툰 독자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회사 차원에서는 내년에 올해보다 2배쯤 많은 창작을 할 것이고, 웹툰을 이용한 피규어, 문구 등 2차 사업 역시 활발하게 진행해 회사를 키울 계획이다. 또 향후 5년안에 글로벌 IP 생산공장으로 자리잡아 1조 이상의 회사를 만들고 싶다."

    창업을 계획 중인 후배들에게 해주고 싶은 얘기가 있다면.

    창업은 사납고 굶주린 호랑이 등에 타는 것과 같다. 잘 될 때는 호랑이 등 위에서 무서울 것 없이 전진하지만 등 위에서 떨어지면 순식간에 잡아먹힐 수 있다. 그래서 사업을 시작하기 전에 많은 준비와 분석을 해야 한다. 사업을 꿈꾸는 이들이 주변으로부터 검증을 많이 받고 신중하게 시작하면 좋겠다."
    윤석환 대표는
    ▲1980년 수원 출생
    ▲창현고, 호서전문학교
    ▲이안테크, 에어패스, 아톤텔레콤 재직
    ▲2009년 드림커뮤니케이션 창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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