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기] 올림푸스 PEN E-PL9, 보정·휴대가 귀찮은 사용자에게 딱

조선비즈
  • 김범수 기자
    입력 2018.11.11 07:30

    사진을 취미로 하겠다거나 여행을 다니면서 좋은 사진을 찍겠다고 한달치 월급 정도를 투자해 무거운 렌즈 교환식 카메라를 사는 사람이 많다. 이런 사용자 중 많은 사람이 결국 카메라를 집에 고이 모셔두거나 중고 장터에 내놓았을 가능성이 크다. 막상 사면 무거워서 안들고 다니고 비싼 카메라라도 익숙치 않으면 사진이 스마트폰만도 못하게 나오는 경우가 더러 있기 때문이다.

    센서가 깡패(센서가 클수록 좋다는 의미)라고 해서 35㎜ 풀프레임센서를 탑재한 카메라를 샀지만 막상 찍은 사진도 적고 어딘가에 공개도 안한 사진이 태반인 사용자도 많을 것이다. 그래서 카메라는 센서도 중요하지만 기동성이라고 할 수 있는 무게가 중요한데, 올림푸스의 펜(PEN) 시리즈는 필름카메라 시절부터 기동성과 가격대비성능(가성비)이 좋은 제품이라고 볼 수 있다.

    올림푸스 PEN E-PL9은 가볍게 들고 다닐 수 있는 무게와 한손에 들어오는 크기를 가지고 괜찮은 사진을 찍기 좋은 카메라다. /김범수 기자
    올해 4월 국내 출시된 올림푸스 PEN E-PL9을 3주간 써봤다. 가벼워서 언제든 들고 다니기 좋으면서도 필터 성능이 눈에 띄는 제품이다. 가격도 약 90만원으로 렌즈교환식 미러리스 카메라의 적당한 가격이다. 최근 카메라 시장 기술 표준이 전체적으로 올라간 만큼 가격 할인 행사 등이 있다면 가산점을 줄 수 있다.

    ◇ 기동성의 상징 PEN 시리즈

    PEN E-PL9으로 경복궁에서 부모 동의를 얻고 찍은 어린아이 사진. 위 사진은 팝아트 필터를 적용해 흐린날의 밋밋한 색감을 살렸다. /김범수 기자
    PEN E-PL9은 기본 렌즈를 장착해도 무게가 380그램(g) 밖에 되지 않는 가벼운 렌즈교환식 미러리스 카메라다. 편한 외투를 입었을 때는 주머니에 넣어도 괜찮을 정도로 휴대가 편리하며 여행을 자주 다니는 사용자가 쓰기에도 표준 렌즈가 14㎜에서 42㎜ 화각(35㎜ 센서 환산 기준 28㎜에서 84㎜)로 풍경을 담거나 인물 사진을 찍는데 무리가 없다.

    올림푸스 PEN 시리즈는 1959년 당시 35㎜ 필름을 절반만 사용해 사진을 찍을 수 있게 하는 한편 6000엔으로 좋은 사진을 찍게 만들겠다는 전략에서 만들어진 카메라로 첫 등장했고, 1961년에는 렌즈교환까지 가능하게 만들어 각광받았다. 그 뒤로 꾸준히 인기를 얻다가 렌즈교환식 미러리스 기술의 문을 열었던, 마이크로포서드 시스템 센서를 탑재한 E-P1으로 2009년 등장해 클래식한 디자인으로 인기를 얻었다.

    첫 모델로부터 계속된 발전으로 지금은 틸트 액정과 터치 스크린을 도입했고 화소도 1610만화소까지 끌어올렸다. 풀프레임 센서의 절반 크기에도 불고하고 현재 모델은 4K 동영상 촬영이 가능하며 무게도 꾸준히 줄여왔다.

    가볍게 들고 다닐 수 있다는 점은 어디서든 사진을 찍기 좋다는 의미다. 순간적으로 마음에 드는 장면에서 언제든 꺼낼 수 있어야 하는 카메라의 미덕이다. /김범수 기자
    사용하는 내내 가방에 넣거나 목에 걸고 다니기에 부담이 없었다. 다만 크기가 작은만큼 그립감이 아쉽고 조작 편의성이 떨어진다고 볼 수 있지만 한손으로 들고 쓰기에 부담없는 무게가 이런 점을 상쇄시켜준다.

    ◇ 보정 안해도 되는 필터와 간편한 AP 모드

    경복궁 경회루를 같은 각도에서 필터만 다르게 해서 찍은 사진. 왼쪽 상단은 일반 촬영이고 시계방향으로 인스턴트 필름, 드라마틱, 팝아트를 적용한 사진이다. /김범수 기자
    후보정 작업은 전문가들에게는 필수이고 아마추어 사진가들도 꼭 거치는 작업이다. 사진의 완성이랄 수 있는데 일반 사용자나 초보자에게는 사실 귀찮은 작업이다. 오히려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공유할 때 간단한 필터로 올리는 경우도 많은데, PEN E-PL9은 16가지의 필터를 담아뒀다.

    필터가 전부 쓸만한 것은 아니지만 색감을 충분히 살려주는 팝아트, 즉석카메라 느낌을 살려주는 인스턴트 필름 필터 같은 경우는 일반적인 사용자가 활용하기에 좋다. 사진을 확대했을 때 다소 뭉개지는 느낌이 있지만 소셜미디어 등 간단한 웹 게재용으로 나쁘지 않고 인화를 해도 쓸만하다.

    어드밴스 포토(AP) 모드는 다중 노출, 야간 천체사진 촬영 등에 필요한 촬영기법을 간단하게 활용해주는 역할을 하는데, 카메라에 조금 익숙해지면 실험적으로 사용해볼만 하다. 물론 아마추어 사진가들이 사용하기에 아쉬움이 있을 수는 있다.

    화질 측면에서는 ISO 6400까지 상당히 쓸만한 화질을 보여준다. 이외에 스크린 터치 기능을 통한 메뉴 설정과 초점 변경도 가능해 기본기는 탄탄하다. 또 사진을 쉽게 공유할 수 있는 공유 명령 버튼을 누르면 카메라가 꺼졌을 때 미리 선택해둔 사진을 스마트폰으로 옮겨줘 사용성을 높였다.

    ◇ 탄탄한 기본기는 밋밋하다는 뜻도

    경복궁 근정전을 ISO 2만5600에서 찍은 사진. 노이즈가 느껴진다. 아래 단척 부분을 확대한 사진은 순서대로 ISO 200, 1600, 6400, 2만5600 순서다. /김범수 기자
    아쉬운 점은 기본기가 탄탄하고 뛰어난 가성비를 자랑하지만 최근 고사양으로 진화하고 있는 카메라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디지털 줌을 통해서 망원렌즈 촬영이 가능하지만 최근에는 디지털 줌이 아닌 광학 줌을 통해 200㎜까지 촬영이 가능해지는 것이 점차 시장 표준으로 자리잡고 있다.

    또 센서 크기 역시 커지는 것이 기본이다. 스마트폰 시장에서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사진 기술이 발전하는데다가 화소도 점차 단위가 높아지고 있다. 이런 시장에서 카메라 제조사들은 풀프레임 미러리스, 저렴한 APS-C(35㎜ 센서 대비 50~60% 면적) 센서 탑재 바디, 고성능 컴팩트 카메라로 승부수를 던지고 있다.

    풀프레임 시장도 미러리스로 겨루는 상황에서 올림푸스 PEN E-PL9이 경쟁력을 갖기해서는 결국 가성비가 필요하다. 다행인 점은 출시된 이후 인터넷 최저가가 70만원대까지 낮아지면서 가성비가 강화된 측면도 있다. 앞으로 치열해질 시장에서 올림푸스가 가성비, 디자인, 기동성 외에 획기적으로 발전된 카메라를 내놓길 기대해본다.

    스마트폰 때문에 위기가 온 카메라 시장은 작고 가벼운 카메라도 고성능 센서나 렌즈를 탑재하고 있고 고성능 풀프레임 카메라도 가벼워지고 있다. 필터는 사실상 후보정을 편하게 해주지만 최근 소셜미디어나 다양한 스마트폰 앱이 이런 편의성을 대신해주고 있다. 올림푸스가 가성비와 기동성을 넘어서는 무언가를 보여줄 시기가 왔다. /김범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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