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2기 경제팀에 제언..."시장 이기는 경제정책 없다" 이구동성

입력 2018.11.09 16:41

저성장의 늪에 빠진 한국 경제를 이끌어갈 2기 경제팀에 전문가들이 쏟아낸 주문은 비교적 명확하다. ‘분배’에 치우친 경제 정책의 초점을 ‘성장’에 집중하고 시장 원리에 기반한 정책을 통해 기업 활동이 적극적으로 이뤄지도록 도와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근본적으로 ‘소득주도성장’, ‘공정경제’로 대표되는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 기조를 전환해야 한다는 주문이다.

청와대는 9일 신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에 홍남기 국무조정실장을 지명하고, 청와대 정책실장에 김수현 사회수석비서관을 임명했다.

청와대 발표 직후 윤증현 전 기획재정부 장관은 조선비즈와 전화 통화에서 "새로운 경제팀이 기억해야 할 것은 어떤 경제정책이든 시장을 이길 수 없다는 사실"이라며 "시장 경제 원리에 충실한 경제정책을 추진하는 것이 핵심"라고 말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 역시 "경제 정책은 좋은 의도만으로 성과를 내지 못한다"며 "경제 원리와 시장 논리에서 벗어나지 않는 경제 정책을 짜야 한다"고 말했다.

시장 원리에 기반한 경제 정책은 구체적인 성장 전략을 마련하는 것에서 시작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인식이다. 김일구 한화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최근 우리 금융시장에서 외국인 자금이 이탈하는 근본적인 원인은 한국 경제의 성장 전략 부재에 대한 우려 때문"이라며 "국제적 감각을 가지고 외부 시각에서 우리 경제를 바라보고, 성장 과실을 키우는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저성장의 늪에 빠진 한국 경제를 이끌어갈 2기 경제팀 인선이 발표됐다. 경제부총리 후보자에는 홍남기(왼쪽) 국무조정실장이 지명됐고, 청와대 정책실장에는 김수현 사회수석비서관이 임명됐다./조선일보 DB
구체적인 성장 전략과 관련해서는 고비용 구조를 완화하고 규제 완화를 통해 기업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한 민간 경제연구소 원장은 "규제 완화와 혁신 성장 정책에 무게중심을 두고 원격진료와 같은 신산업에 대한 진출 규제를 낮추고 노동 유연성이 확보되도록 노동개혁을 추진해 고비용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2기 경제팀이 마주한 한국 경제 상황은 녹록지 않다. 투자, 고용, 생산의 동반 부진으로 한국 경제가 경기 하강 국면에 진입했다는 주요 지표들이 쏟아지고 있는 가운데 내년 성장률은 2%중후반대에 그칠 것이라는 하향 조정 전망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반도체에 의존한 수출이 그나마 버티고 있지만 언제 꺽일지 모른다는 우려감은 점점 높아지고 있다. 가계는 막대한 부채에 허덕이고 기업은 성장 동력을 잃은 채 표류하고 있다. 게다가 미중 무역전쟁, 미국의 금리 인상, 신흥국 금융불안 등 대외 악재로 쌓여있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는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 주52시간 근무제 등 기업의 비용 부담을 늘리는 친노동 소득주도성장정책에 매몰돼 있다. 또 규제 개혁은 말의 성찬에 그치고 있고 성장보다는 분배 확대를 위한 대규모 재정 투입에 치중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더 늦지 전에 장기적인 관점에서 과감한 구조개혁을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2020년 4월 국회의원 총선거가 치러지는 국내 정치 일정을 고려하면 현 정부가 근본적인 경제 살리기에 전념할 수 있는 시간은 앞으로 1년 반 정도라는 지적이다. 정치 이벤트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이 기간, 경제 성장 기반을 탄탄히 다져놔야 하는 셈이다.

기획재정부 장기전략국장을 지낸 최광해 우리금융경영연구소 소장은 "재정을 확대하는 등 단기적인 경기부양책을 활용하기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추진할 구조개혁에 더 초점을 맞춰야 할 시기"라며 "경제팀이 구체적인 대비책을 제시하고 국회와 논의해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아울러 전문가들은 2기 경제팀이 ‘소득주도성장이 옳냐 그르냐’라는 관념론적인 논쟁에서 벗어나고, 정부가 직접 가격을 통제하거나 규제의 범위를 넓히는 등 반(反)시장적인 정책을 탈피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또 다른 민간 경제연구소 원장은 "분배를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에는 이견이 없지만, 최저임금 수준이나 각종 수수료 등 시장에서 결정돼야 할 가격을 정부가 직접 조정하면 부작용이 크다"며 "시장 기능을 억압하고 가격을 통제하려는 시도는 지양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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