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 자급제 논란…요금 인하 확신 못하고 시행 땐 6만여명 일자리 사라질 수도

조선비즈
  • 안별 기자
    입력 2018.11.10 07:00

    단말기 완전자급제 제정법 내용이 공개되면서 완전자급제 법제화 여부에 불이 붙었다. 완전자급제는 통신사 요금제 같은 서비스 가입과 단말기 판매를 분리시키는 내용의 법안이다. 단말·요금제가 합쳐진 결합상품 같은 독과점 행태를 막고 경쟁을 하게 해 요금 인하를 유도한다는 논리다. 공청회를 거친 후 2019년 입법이 목표다. 하지만 정부·국회·통신사·휴대폰 유통점의 의견이 모두 달라 진통이 예상된다. 일각에서는 요금 인하는커녕 소비자들의 보이지 않는 불편비용이 증가되고, 최대 24만명의 국민들이 생계 위협을 받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6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완전자급제 2.0’ 관련 기자간담회를 진행 중인 김성태 자유한국당 의원. /안별 기자
    김성태 자유한국당 의원은 6일 ‘완전자급제 2.0’ 제정법을 공개했다. 휴대폰 판매점·대리점에서 요금제 개통·단말 판매 병행이 불가능하다는 내용이다. 판매장소도 물리적으로 분리된다. 단말 유통 채널이 다양해지면 국내·외국 단말 제조사의 경쟁이 심화돼 단말 가격이 인하되고, 리베이트 경쟁 대신 요금 경쟁으로 통신 요금이 인하된다는 논리다.

    ◇ 여야 "완전자급제 찬성"…정부 "시장 자율에 맡길 수도"

    여야는 완전자급제 도입에 찬성하고 있다. 리베이트를 없애고 누구는 비싸게 사고 누구는 싸게 사는 불합리한 환경을 바꿔야 한다는 설명이다. 변재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3년간 10조원에 달하는 리베이트 비용은 이동자 통신 요금으로 전가된다"며 "유통구조 개선으로 요금 인하 경쟁을 유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성태 자유한국당 의원은 "투명성이 중요하다"며 "리베이트 비용 3조9000억원이 어디로 가는지 어디에서 왔는지 불투명하다. 누군 싸게 사고 누군 비싸게 사는 환경을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김성태 의원이 공개한 완전자급제 2.0 개요. /김성태 의원실 제공
    정부는 미지근한 상태다. 법제화보다는 시장 자율에 맡기겠다고 방향을 선회했다.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10월 26일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단말기 완전자급제에 대해 꼭 법제화를 전제로 하지는 않고 시장 자율에 맡길 수도 있다"며 "완전자급제 시행 전제로 25% 선택약정 요금할인 유지와 유통점 종사자 6만명의 일자리 보존이 포함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증인으로 참석한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은 완전자급제가 시행되어도 25% 선택약정 요금할인을 유지하겠다고 밝혀, 완전자급제 시행에 힘을 실었다. 박정호 사장은 "단말기 완전 자급제가 시행되어도 25% 선택약정 요금할인은 그대로 유지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증인으로 참석한 고동진 삼성전자 사장도 "완전자급제에 대해서는 법제화가 된다면 따르겠다"고 밝힌 상태다. 하지만 이 답변들을 신뢰할 수 없다는 의견도 있다. 통신업계의 한 관계자는 "그 누가 국정감사에서 그렇게 물어보는 데 안된다고 할 수 있겠느냐"며 "단말 제조사와 통신사는 완전자급제에 대해 신중한 입장"이라고 말했다.

    ◇ 통신업계 "신중히 접근해야"…유통점 "최대 24만명 생계 위협"

    통신업계는 신중한 입장이다. 통신업계는 완전자급제가 도입돼 리베이트가 없어져도 요금 할인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라고 내다봤다. 그 비용이 5세대(G) 통신·인공지능(AI) 투자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통신사가 고착화된 통신 시장보다 차세대 먹거리를 찾는 데 집중하고 있어서다. 또 요금 인하로 이어지게 할 강제적 방법도 없다.

    통신업계의 한 관계자는 "리베이트에 비용을 투자하지 않게 되면 통신사들이 통신 요금을 인하할 것이라는 건 논리가 부족하다"며 "요금 인하를 강제할 방법도 없고 요금 인하를 강제한다면 그건 자본주의 시장 원리에도 맞지 않는 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서울 성북구의 한 휴대폰 판매점. /안별 기자
    휴대폰 유통점은 6만여명에 달하는 직원들이 일자리를 잃을 수 있다는 입장이다. 가족까지 포함해 최대 24만명의 생계가 위협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완전자급제가 도입되면 통신사에게 받는 지원 비용으로 유지되는 휴대폰 판매점·대리점이 없어지는 것은 기정사실이다.

    박대학 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 부회장은 "완전자급제에 대한 정확한 데이터도 없고 6만여명에 달하는 유통점 종사자들의 일자리를 날리겠다는 셈"이라며 "이는 가족까지 포함해 최대 24만명의 생계가 위협받을 수 있는 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 학계 "요금 인하 예상 정확한 근거 없어…정부 정책과도 반대"

    학계는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고착화된 통신업계에 변화가 필요한 것에는 동의했지만, 단말·통신 요금 인하 예측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을 보였다. 정확한 근거 자료가 없고 소비자의 보이지 않는 불편비용이 증가한다고 설명했다.

    서울 종로구의 한 판매점의 결합상품 할인 내용. /안별 기자
    이종수 서울대 산업공학과 교수는 "소비자는 단말기와 통신 서비스에 대한 정보 탐색을 개별적으로 수행해야 하므로 눈에 보이지 않는 불편비용이 증가하게 된다"며 "결합상품이라는 대안이 사라지게 돼 소비자 선택권도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요금 외에 소비자 후생 측면에서의 이점도 확신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한 전문가는 완전자급제가 질 낮은 일자리를 개선하기는커녕 입법 과정에서 수많은 국민들의 일자리가 없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는 정부의 일자리 창출 정책과도 반대된다는 설명이다.

    김연학 서강대 경영학 교수는 "완전자급제를 주장하고 있는 사람들 중 휴대폰 업계에서 일해본 사람은 아무도 없다"며 "그런 기본적인 지식도 없는데 휴대폰 업계를 이렇게 하면 저렇게 된다고 예측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또 정부 정책 차원에서 일자리 창출에 힘쓰고 있는데 중산층에 필요한 6만여명을 위한 일자리를 없앤다는 건 정책과도 맞지 않는 일이다"고 말했다.

    이어 "그들이 다시 재취업한다 해도 그 기간동안 어려움을 겪고 분명 상당수의 실업자들이 나올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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