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포제련소, 48년만에 가동중단 위기…예상 피해액 1.4조원

조선비즈
  • 조지원 기자
    입력 2018.11.09 06:00

    경북, 조업정지 20일 처분…영풍 "부당하다" 행정소송
    최악의 경우 6개월간 가동 중단…철강업계도 전전긍긍

    경북 봉화에 위치한 세계 4위 아연 생산 공장 영풍(000670)석포제련소가 환경오염으로 일시 가동 중단 위기에 놓였다. 영풍과 동일한 제련업을 하고 있는 비철금속업계, 영풍에서 아연을 구매해 쓰는 철강업계는 석포제련소가 가동 48년 만에 멈추게 될지 주목하고 있다.

    8일 철강‧비철금속업계에 따르면 영풍이 경상북도를 상대로 제기한 행정처분 집행정지 행정소송이 대구지방법원에서 진행 중이다. 경상북도는 올해 3월 2일 영풍에 대해 ‘조업정지 20일’의 행정처분을 내렸는데, 부당하다는 것이다.

    경상북도가 지역 내 핵심 기업인 영풍의 공장 가동을 멈추라고 한 이유는 석포제련소가 지난 2월 기준치를 초과한 정화용 물질이 포함된 방류수를 낙동강에 흘려보내면서 물환경보전법을 위반했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영풍은 오염물질 유출에 대한 책임은 통감하지만 경상북도 측정값이 납득하기 어려울 정도로 높은 반면 피해 규모는 경미해 정상 참작할 여지가 있다고 주장한다.

    영풍 석포제련소 /대구환경운동연합
    ◇ 영풍 "경북도 조사 문제" vs 환경단체 "5년 간 환경법 46건 위반"

    영풍은 경상북도가 사고 직후 채수한 방류수에서 검출된 불소가 허용기준을 10배 초과한 것으로 나타났지만, 직접 채수한 방류수에서는 허용기준의 2배만 검출됐다고 주장한다. 또 같은 날 오후 5시에 진행한 대구지방환경청 검사에서는 배출허용 기준 이내라는 결과가 나왔기 때문에 경상북도 측청치와 큰 차이가 난다는 점을 들며 소송을 진행 중이다.

    영풍은 경상북도가 처분을 내린 직후 국민권익위 중앙행정심판원에 조업정지 처분을 취소해달라고 청구했다. 하지만 중앙행심위는 "영풍 석포제련소가 수질오염물질의 배출허용 기준을 초과한 사실 등이 인정되고, 경상북도가 20일의 조업정지처분을 한 것이 재량권을 일탈‧남용했다고 볼 수 없다"며 영풍 측 청구를 기각했다.

    영풍은 중앙행심위 결과가 나오자 이번엔 행정소송 및 가처분 신청을 진행했다. 지난 1일 법원이 영풍의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이면서 당장 공장 가동을 중단할 위기는 피했지만, 행정소송 결과가 나올 때까지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환경시민단체들은 영풍이 경상북도 처분에 불복한 것 자체가 영남권 주민에 대한 선전포고라며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시민단체 환경운동연합에 따르면 영풍 석포제련소는 2013년 이후에만 환경법 위반 건수가 46건에 달하고, 작년 10월에도 조업정지 10일 예상 처분을 과징금 6000만원으로 대체했다. 이들은 영풍이 낙동강 최상류에서 오염물질을 배출에 영남권에 거주하는 1300만명의 식수원을 더럽히고 있다고 주장한다.

    ‘영풍제련소 환경오염 및 주민건강 피해 공동대책위원회’는 낙동강 최상류에서 석포제련소를 몰아내기 위한 총력 투쟁을 예고했다. 하지만 영풍은 공장 이전을 검토하지 않고 않다. 영풍은 환경오염 방지를 위한 대규모 설비 투자를 통해 공장 밖으로 폐수를 내보내지 않는 ‘무방류 시스템’을 도입하겠다고 맞서고 있는 상황이다.

    영풍 석포제련소 /영풍 제공
    ◇ 공장 가동 멈추면 1조4077억원 피해 예상

    영풍은 석포제련소가 조업을 중단하면 경북지역 주민 생활, 일자리, 대외적 신용, 물가 등 국민경제에 현저한 지장을 줄 우려가 크기 때문에 공장 가동중단은 어렵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영풍 관계자는 "창사 이후 한 번도 공장을 가동 중단한 적이 없어 재가동 과정에서 어떤 후유증이나 예측하지 못한 위험 사태가 발생할지 가늠하기 어렵다"고 했다.

    영풍은 석포제련소가 조업을 멈출 경우 경북 지역경제가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석포제련소는 경북 북부 지역에서 대규모 인력을 고용하는 유일한 기업으로 직원 대부분이 경북도민이다. 특히 봉화군 석포면 인구 2215명 중 40%가 제련소에서 일하고 있다.

    영풍은 석포제련소 가동이 20일 동안 중단되면 용액 제거 등 사전준비 기간과 재가동 준비기간 등을 포함해 6개월 간 생산 차질이 발생할 것으로 추산했다. 화학 공장은 공정 특성상 조업정지 후 재가동까지 수개월이 걸린다. 조업정지에 따른 예상 피해 규모는 1조4077억원으로 작년 석포제련소 매출(3조7248억원)의 37.7%다.

    영풍이 6개월 동안 아연 생산을 중단하면 국내 철강업계는 큰 타격을 입게 된다. 아연은 주로 도금방지 소재로 쓰인다. 철강재 표면에 아연이 붙어 있으면, 아연이 먼저 산화하면서 철이 부식되는 것을 막는다. 석포제련소에서 생산하는 아연은 현대제철(004020), 동부제철(016380), 동국제강(001230), 세아제강(003030), 풍산(103140), 대창, 월드비철, 이구산업, 성풍지철, 휴스틸 등 주요 철강‧금속업체가 구매해 쓰고 있다. 철강업체들은 아연 재고를 보유하지 않기 때문에 석포제련소 가동 중단 시 생산 차질을 겪을 수 있다.

    철강‧금속업계는 제철‧제련소가 공장 가동을 중단한 선례가 없는 만큼 영풍 석포제련소의 소송 결과를 주목하고 있다. 조업정지처분을 내린 경상북도가 승소하면 다른 지방자치단체에서도 제철소나 제련소에 대한 환경 감시를 강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른 제련업체들은 수천억을 투자해 환경오염방지설비를 갖추고 있다.

    금속업계 관계자는 "다른 제철‧제련소는 산업단지 안에 모여 있기 때문에 환경 규제가 강하고, 설비 보강을 위해 투자도 지속적으로 하고 있다"며 "석포제련소는 환경오염방지에 대한 대처가 뒤늦은 감이 있다. 이번 사태는 그동안 쌓인 문제가 곪아 터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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