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광 허가 올해만 지난 10년치 1.5배…“땅값 급등·환경 훼손” 부작용

조선비즈
  • 김수현 기자
    입력 2018.11.08 14:09 | 수정 2018.11.08 14:26

    경기 여주시 일대 영동고속도로변. 나지막한 한 산 중턱이 빛을 받아 반짝이며 눈길을 잡아 끈다. 나무가 잘려나간 자리엔 태양광 패널이 넓은 면적을 차지하고 있다.

    이 땅의 지난해 개별공시지가는 1㎡당 4만300원. 태양광 발전시설이 설치되기 전인 2년 전(1㎡당 3180원)보다 무려 10배 넘게 올랐다. 시설이 들어선 이후 지목이 임야에서 잡종지로 바뀌면서 토지 활용도가 높아지자 땅값부터 무섭게 뛴 것이다.

    전남 보성군의 숲 한복판에 자리를 잡은 태양광 시설 부지도 마찬가지. 발전시설이 설치된 2012년 임야에서 잡종지로 용도변경이 이뤄졌는데, 불과 5년 만에 땅값이 1㎡당 441원에서 7930원으로 20배 가까이 수직상승했다.

    태양광 발전시설이 전국 곳곳에 우후죽순처럼 설치되면서 땅값 폭등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주변 산림이 무분별하게 훼손되는 등 피해도 커지고 있다. 정부는 이달 말부터 태양광 대책이 시행되면 문제가 해소될 것으로 보고 있지만, 발전시설 허가를 받은 산지가 이미 많이 늘어난 만큼 당분간 부작용은 계속 나타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산림청이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태양광 발전시설이 들어선 산지의 개별공시지가는 설치 전보다 최소 두 배 이상 올랐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토지 용도를 임야나 농지에서 잡종지로 바꾸기 쉽다는 점이 큰 부분을 차지한다. 농지나 임야는 개발할 때 전용 허가를 받아야 하지만 잡종지는 주택 등을 짓기가 수월하고 개발하기 쉬워져 활용도가 높다. 세부 용도지역에 따라 다르지만 토지 용도가 바뀌면 시세가 몇 배 오르는 것은 일도 아니라고 현지 중개업계는 전했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태양광 사업이 주변 지역 부동산 값을 끌어올리는 건 발전사업의 수익성 때문이 아니라 토지 용도변경에 따른 미래가치 때문"이라고 말했다.

    올해 집중호우로 전국 곳곳에서 태양광 발전시설이 산사태 등으로 붕괴되면서 큰 피해가 발생했다. 지난 9월 충북 청주시 오창읍 성재리의 한 야산에 조성 중인 태양광발전 시설 패널 밑에 폭우로 토사가 유실된 흔적이 그대로 남아 있다. /조선일보DB
    태양광 사업의 부작용이 잇따르자 정부는 올해 5월 부랴부랴 관련 대책을 내놓았다. 태양광발전 시설 땅의 용도를 바꿀 수 없도록 하는 ‘산지관리법’ 시행령 개정안이 입법예고 등을 마치고 법제처 심사가 진행 중이며 이달 말 시행에 들어갈 예정이다. 개정안에 따르면 태양광 시설 사용 기간은 20년간 보장되지만 산지 용도는 바꿀 수 없게 된다. 1㎡당 4480~5820원인 대체산림자원조성비도 그동안은 면제됐지만 앞으로는 전부 내야 한다.

    문제는 개정안 시행을 앞두고 발전시설로 허가를 받은 산지가 이미 급증했다는 점이다. 개정안이 통과되더라도 그전에 허가를 받은 지역은 소급적용이 되지 않아 발전시설이 준공되기만 하면 잡종지로 용도를 변경할 수 있다.

    김태흠 자유한국당 의원이 산림청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부터 지난달 20일까지 전국에서 태양광 발전시설로 허가를 받은 건수는 4281건으로 지난해 전체(2384건)의 두 배에 육박한다. 올해 허가된 면적은 1883ha로, 2017년 한 해 면적(1435ha)을 이미 넘어섰다. 올해 5월 대책이 나온 이후 전국 지자체에 허가 신청이 폭증했기 때문이다.

    태양광 발전시설이 허가되기 시작한 2006년부터 2016년까지 10년간 허가된 건수(2655건)를 다 합친 것보다도 1.5배 이상 많고, 허가된 면적(1883ha)도 2006~2016년치(1527ha)를 웃돈다.

    시도별로는 허가건수를 기준으로 보면 전북이 1664건으로 가장 많았고, 허가면적으로는 전남이 569ha로 1위다. 올해 전북의 허가건수는 2006~2017년을 다 합한 것보다도 많았다. 태양광 발전 신청이 몰리면서 일부 지자체는 업무마비를 겪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시행령이 시행되는 이달 말까지 허가건수는 계속 늘어날 전망이다.

    그래픽=김란희
    산림청 산지정책과 관계자는 "용도변경과 관련해선 허가를 마친 곳뿐 아니라 이미 허가 신청이 들어간 건수도 개정 전 법이 적용되기 때문에 허가만 받으면 발전시설 설치 후 용도변경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태양광 시설을 이용한 부동산 투기나 산림 훼손 문제가 당분간 이어지는 것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앞으로 웬만한 산지에선 사업을 허가받기가 어려워지기 때문에 이미 허가를 받은 부지나 시설에 웃돈(프리미엄)이 붙어 거래될 가능성도 생겼다.

    환경부는 생태자연도 1등급지와 보호생물 서식지를 비롯해 평균 경사 15도 이상의 산지를 태양광 발전소 설치를 피해야 할 지역으로 명시한 ‘육상 태양광 발전사업 환경성 평가 협의지침’을 8월부터 시행하고 있다. 지침에 따라 임야에서 태양광 발전시설 허가를 받으려면 이 조건을 따지는 환경영향평가를 통과해야 하는데, 대상지는 전보다 크게 줄어들 전망이다.

    토지 거래 전문가인 이진우 오비스트 대표는 "태양광 설치시설 투자가 수익형 부동산의 일환으로 시장에서 이해되고 있고 수요도 많은 상황이라 기존 법령에 따라 허가를 받은 일부 발전소 매물의 몸값이 올라갈 가능성이 있다"면서 "용도변경이 되더라도 세부 용도지역에 따라 개발행위 가능 여부가 갈리며 시설 관리 주체나 지속성 등의 문제도 있기 때문에 투자 시 여러모로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산림청 관계자는 "앞으로 설치되는 태양광 시설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할 것"이라면서 "산지 개발을 억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게 관련 부처 간 합의사항이며, 이달 말 시행령 통과에 따라 대책이 시행되면 관련 문제들이 조금씩 해소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태흠 자유한국당 의원은 "개정된 법안이 시행될 때까지 정책적 공백이 이어지면서 우려하던 태양광 발전 허가 급증이 문제가 됐다"면서 "앞으로 발생할 부작용을 막을 방지책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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