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돈 아니니까…국민연금 위탁운용사 '묻지마 투매' 논란

조선비즈
  • 안재만 기자
    입력 2018.11.08 11:46 | 수정 2018.11.09 09:12

    전날(7일) 시가총액 5000억~1조원의 중형주 가운데 10% 안팎 급락한 종목이 속출한 배경엔 국민연금 위탁운용사의 ‘묻지마 투매’가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달 증시 급락으로 국민연금의 사회책임투자(SIR) 및 중소형주 펀드 일부가 환매 기준을 충족해 위탁 운용사가 교체됐는데, 신규 운용사가 기존 펀드 내 종목들을 한꺼번에 시장가 매도하면서 다른 투자자들이 피해를 본 것이다. 일부 종목은 일평균 거래량의 18배에 달하는 매물이 쏟아졌다. 운용업계 매니저들은 "국민연금의 위탁사 평가 기준을 개선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 평균 거래량 18배 매물 쏟아져…급락주 속출

    코스닥 인터넷광고대행업체 나스미디어(089600)는 전날 연기금을 통해 44만2577주 매도 물량이 쏟아지면서 20.03% 급락했다. 나스미디어는 최근 한달간 거래량이 2만4370주다. 평균 거래량의 18배에 달하는 물량이 한꺼번에 쏟아져 주가는 속수무책 무너졌다.

    나스미디어 전날 주가 흐름
    나스미디어는 최근 최하위 등급 판정을 받은 국민연금 펀드에 들어있던 종목이다. 국민연금이 성과가 좋지 않은 펀드의 위탁 운용사를 교체했는데, 새로 펀드를 넘겨받은 A운용이 시장가로 다 팔아버린 것이다. 한 운용사 매니저는 "지난달 증시 급락으로 코스닥 중소형 펀드의 성과가 좋지 못해 많은 펀드의 운용사가 교체될 상황"이라며 "지난달 역대급 급락장이었다 보니 국민연금이 펀드를 연장해주지 않을까 기대했는데, 봐주기 논란이 벌어질까 염려돼 일괄 변경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국민연금은 SRI, 중소형주 펀드를 배당주 펀드로 전환한 것으로 알려졌다.

    나스미디어뿐만이 아니다.화승엔터프라이즈는 한달 평균 거래량이 31만주였는데, 59만주 연기금 매물이 쏟아지며 8.18% 하락했다.

    그외 S&TC(100840)동원산업(006040), 삼양홀딩스(000070), 풀무원(017810), SK디앤디(210980), 대원제약, LS전선아시아, 새론오토모티브, 리노공업, 현대일렉트릭, HDS엔진, 잇츠한불 등이 평상시 거래량과 비교해 대규모 매물이 쏟아지면서 10% 안팎 급락했다. 전날 연기금은 1996년 코스닥시장 개장 이래 가장 많은 1327억원어치 주식을 팔았다. 유가증권시장은 전체적으로는 888억원 매수했지만, 소형주는 271억원을 팔았다. 연기금 매도 물량은 대부분 국민연금 위탁운용사로부터 나온 것으로 추정된다.

    ◇ 선관주의 의무 저버린 매니저들…"블록딜 강제해야" 지적도

    전문가들은 펀드 종목 교체시 무조건 블록딜(기관 투자자간 대량 매매)로 하거나, 아니면 일평균 거래량 대비 적정 수준으로만 팔 수 있게 하는 제한조치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연기금 매니저는 "장이 좋다면 큰 문제가 없겠지만 최근처럼 외국인이 매도하는 장세에서 연기금이 팔면 누가 받아줄 수 있겠느냐"면서 "심지어 북미 고위급 회담이 연기됐다는 보도가 나온 오후 2시부터 팔기 시작해 개인 투자자와 다른 기관들은 공포에 떨면서 같이 손절매해야 했다"고 꼬집었다. 또 다른 증시 전문가는 "결국 신규 위탁 운용사 매니저들이 자기 돈이 아니라고 ‘선관주의 의무’를 저버린 것"이라며 "결국 신규 운용사는 자사 이익을 위해 국민의 노후 준비 자금에 큰 피해를 줬다"고 했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전날 같은 경우 여러 상황이 복합적으로 얽혀 있어 단순히 옳고 그르다고 판단할 수는 없다"면서 "다만 이미 학습이 이뤄진 만큼, 전날과 같은 충격이 재현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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