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ch & BIZ] "구글·페북이 내 데이터 들여다보는 것 싫어"… 디앱 열풍

입력 2018.11.08 03:08

블록체인 기반으로 기업 서버 대신 사용자가 원하는 곳에 정보 저장
기업·정부도 데이터 못 들여다봐

지난 9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스타트업 전시회 '디스럽트 2018'에서 주목받은 스타트업 중 하나는 미국의 '스텔시'(Stealthy)였다. 이 회사는 카카오톡·왓츠앱 같은 모바일 메신저를 선보였다. 차별점은 모든 데이터를 기업 서버(중앙컴퓨터)에 저장하지 않고 이용자의 스마트폰이나 클라우드(가상 저장공간)에 저장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기업이 이용자의 대화 내용이나 개인 정보를 들여다볼 수 없다. 스텔시 측은 "정부와 기업의 감시에서 자유로운 유일한 메신저"라고 밝혔다.

최근 IT(정보기술) 업계에서는 스텔시 같은 '탈(脫)중앙화' 서비스 열풍이 불고 있다. 보통 디앱·디웹(Decentralized App·Web)이라 불리는 이 서비스에는 블록체인 기술이 쓰인다. 한곳에 데이터를 몰아놓지 않고 여러 곳에 분산 저장, 인증하는 기술이다. IT 업계에서는 이 같은 서비스가 전 세계 데이터를 장악하고 있는 구글·아마존·페이스북·애플(GAFA)과 같은 기업에 대항할 수 있는 수단이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기업도 이용자의 개인 정보와 데이터를 열람 못해

디앱은 모바일 메신저뿐만 아니라 전자상거래·문서 제작·사진 공유 등 다양한 분야에 활용되고 있다. 오픈 바자르(Open Bazaar)라는 전자 상거래 서비스는 중개 플랫폼 없이 구매자와 판매자가 직접 연결된다. 모든 결제 수단은 가상 화폐이고 거래 내역은 각 사용자가 분산 저장한다. 온라인 문서 제작·공유 서비스인 그래파이트 닥스, 사진 공유 서비스 텍스타일 포토, 동영상 공유 서비스 디튜브 역시 이 같은 기술을 접목한 디앱 서비스다.

디앱과 일반 앱, 어떻게 다를까
'웹의 아버지'로 불리는 영국의 컴퓨터과학자 팀 버너스 리도 탈중앙화에 앞장서고 있다. 그는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MIT)와 함께 데이터를 사용자가 원하는 곳에 저장할 수 있는 '솔리드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팀 버너스 리는 "지금의 인터넷은 특정 기업이 독점하고 있다"며 "탈중앙화 웹으로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디앱·디웹을 손쉽게 만들어주는 블록체인 소프트웨어(SW)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국내 가상 화폐 거래소 '업비트'를 운영하는 두나무는 디앱 개발용 소프트웨어인 루니버스를 올 연말 출시한다. 루니버스는 가상 화폐 이더리움을 활용한 디앱 개발을 돕는다. 현재 이더리움을 활용한 디앱은 2000여개, 가상 화폐 이오스를 활용한 디앱은 600여개 이상 개발된 것으로 알려졌다. 네이버와 카카오는 자체 가상 화폐 플랫폼을 접목한 디앱 개발 소프트웨어를 출시할 계획이다.

카카오의 블록체인 자회사인 그라운드X는 '클라이튼'이라는 서비스를 선보이고 파트너사(社) 확보에 나선 상태다. 클라이튼의 소프트웨어를 활용해 스타트업들이 디앱을 개발·서비스하도록 만들겠다는 것이다. 라인의 블록체인 자회사인 언블락 역시 비슷한 서비스 출시를 준비 중이다.

당장 상용화는 무리… 수년 내 GAFA에 타격 가능성

이 같은 서비스가 확산하는 배경에는 GAFA로 대표되는 글로벌 IT 기업에 대한 반발 심리가 있다. 이 기업들은 이용자들의 개인 정보와 인맥, 구매 내역과 같은 데이터를 바탕으로 추천 광고를 제공해 막대한 수익을 거둬왔다. 하지만 페이스북의 8700만명 개인정보 유출과 같은 대형 사고가 잇따르면서 사용자들의 신뢰가 크게 떨어졌다. 이 때문에 대기업에 문제 해결을 요구하는 대신 차라리 직접 데이터를 관리하는 디앱·디웹 서비스가 등장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디앱·디웹이 당장 일반인 사이에서 널리 쓰이긴 어렵다는 전망이 나온다. 실제로 MIT 솔리드 프로젝트는 서비스 안내 문구에서 "누구나 쓰기에는 초창기 버전"이라고 밝혔다. 또 이더리움, 이오스와 같은 가상 화폐용 소프트웨어를 쓰는 서비스는 데이터 처리 속도 문제에서 자유롭기 어렵다. 매번 분산 저장된 데이터를 검증해야 해 처리할 수 있는 데이터 건수가 제한돼 있기 때문이다.


디앱·디웹(Decentralized App·Web)

탈(脫)중앙화 앱·웹을 뜻하는 것으로, 글로벌 IT 기업들의 데이터 독점에 반발한 개발자·사용자들이 이를 확산시키고 있다. 구글·페이스북·아마존 등에서 제공하는 앱·웹 서비스가 데이터를 각각 자사 데이터센터에 일괄 저장하는 반면, 디앱·디웹은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서비스 이용자에게 데이터를 분산 저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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