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F] 질량 1㎏ 기준, 130년 만에 바뀐다

조선일보
  • 최인준 기자
    입력 2018.11.08 03:08

    다음주 국제도량형총회 의결 예정… 내년 5월부터 산업계·학계에 적용

    오는 13일 프랑스 베르사유에서 열리는 국제도량형총회(CGPM)에서 ㎏(킬로그램) 기준을 새롭게 정의하는 안건이 최종 의결된다. 이번에 ㎏의 기준이 바뀌면 1889년부터 통용되던 질량의 국제 표준이 130년 만에 새로 만들어진다. 총회 마지막 날인 16일 새 기준이 통과되면 내년 5월 20일부터 전 세계 산업계와 학계에 전면 적용된다.

    질량 기준을 변경해도 헬스장에서 몸무게를 재거나 시장에서 과일의 무게를 다는 것과 같은 일상생활에는 별다른 지장이 없다. 사람이 그 차이를 느끼기에는 너무나 작은 변화이기 때문이다. 다만 반도체나 양자(量子) 통신·컴퓨터, 의약품 개발처럼 미세한 질량 차이로도 제품 품질이 바뀔 수 있는 분야에서는 이번 질량 기준 변경이 중요한 변화가 될 전망이다.

    130년 만에 바뀌는 질량 기준

    현재 전 세계는 1㎏을 백금(90%)·이리듐(10%) 합금으로 만든 원기(原器)의 질량을 기준으로 삼고 있다. 각국 정부는 자체적으로 보유하고 있는 '국가 원기'를 5~10년마다 프랑스 파리 부근 국제도량형국(局)에 가져가 그곳에 보관된 '국제 질량 원기'와 비교해 질량 차이를 확인한다. 체중계의 영점 조절을 하듯 질량이 변한 정도를 감안해 다시 1㎏ 기준을 조정한다.

    국제 원기 대신 1kg 표준이 될 '키블 저울'
    하지만 질량의 절대적 기준으로 삼았던 국제 원기도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변하는 문제가 발생했다. 국제 원기는 지난 130년 간 질량 오차가 최대 100마이크로그램(㎍·1㎍은 100만분의 1g) 발생했다. 원기의 질량이 미세하게나마 바뀌었다는 것은 이제는 누구도 정확한 1㎏을 알 수 없게 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과학자들은 빛에너지와 파장의 상관관계를 표현하는 물리상수(常數)인 '플랑크 상수'로 질량을 재정의해 이 같은 오차 발생을 막겠다고 나서고 있다. 원기 같은 물체는 시간의 흐름과 환경에 따라 변하지만 상수는 물리학에서 불변의 값을 갖는다. 에너지는 입자에 작용하는 힘과 거리의 곱으로 나타내는데 이 힘 안에 질량 개념이 포함된다.

    물리상수 이용해 질량 새로 측정

    과학계에서는 최근 '키블 저울'이라는 장치를 통해 플랑크 상수를 구했다. 이 방식은 영국 국립표준연구소 브라이언 키블 박사가 처음 제안했다. 코일에 전류를 흘려보내면 자기장이 발생하고 그에 따라 코일에 전자기력(電磁氣力)이 일어나는 원리를 응용한다.

    양팔 저울 한쪽에 1㎏에 해당하는 원기를 올려놓는다. 접시는 원기의 무게 때문에 아래쪽으로 내려간다. 저울의 다른 쪽에는 자기장의 영향을 받는 코일을 설치한다. 코일에 전류를 흘리면 바닥 방향으로 전자기력이 발생해 저울이 다시 균형을 이룬다. 이때 코일의 전류와 자기장의 세기를 측정하면 1㎏ 질량에 대응하는 전자기력의 수치를 얻을 수 있다.

    과학자들은 이 전자기력 수치를 이용해 1㎏ 질량에 대응하는 플랑크 상수를 계산했다.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역학표준센터 이광철 책임연구원은 "최근 학계에서 플랑크 상수를 소수점 아래 일곱째 자리까지 구하는 데 성공해 틀릴 확률이 제로(0)에 가까운 킬로그램의 정의를 구현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미국과 캐나다는 오차가 1억분의 1 수준인 키블 저울을 완성한 상태다. 이밖에 프랑스, 스위스도 키블 저울 개발을 마쳤다. 한국은 표준과학연구원이 지난 2012년부터 개발을 시작해 현재 오차 1000만분의 1 수준의 키블 저울을 제작했다.

    이번 총회에서는 물질의 양(mol·몰), 전류(A·암페어), 온도(K·켈빈) 단위도 질량과 마찬가지로 물리상수를 이용해 재정의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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