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F] 일산에 들어서는 인공달… 세계 최초로 달 표면 그대로 구현

입력 2018.11.08 03:08

높이 5m의 금속 구조물 안에 달의 온도·압력·토양까지 모방
흙먼지가 달 탐사 로봇 등에 붙어 발생하는 오작동도 미리 경험

지난 2일 경기도 고양시 한국건설기술연구원에서는 본관 옆에 새로운 연구동을 세우는 기초공사가 한창 진행되고 있었다. 그 옆의 창고로 들어서자 5m 높이의 거대한 금속 구조물이 들어 있었다. 신휴성 미래융합연구본부 연구위원은 "지상에서 달의 표면 환경을 만들어 줄 실험 장치"라며 "내년에 전용 연구동이 완성되면 달의 온도와 압력뿐 아니라 토양까지 구현한 세계 최초의 장치가 된다"고 말했다. 일산에 새로운 달이 세워지고 있는 것이다.

세계 최초로 달 표면 환경 구현

신 박사가 말한 실험 장치는 '지반열진공챔버'이다. 지금도 인공위성이나 우주선은 우주로 나가기 전 지상의 열진공챔버에서 섭씨 영하 190도에서 영상 150도까지 변하는 우주 환경을 견디는 시험을 받는다. 그곳에서 우주의 진공 상태도 경험한다. 미국항공우주국(NASA)은 이런 장치를 50개나 보유하고 있다.

지구에 만든 달 표면, 지반열진공챔버
하지만 달을 탐사하려면 또 다른 장애물을 극복해야 한다. 바로 흙먼지다. 달은 대기가 없어 태양에서 날아오는 고에너지 입자들이 아무런 방해 없이 쏟아진다. 이로 인해 달의 흙먼지는 강력한 정전기를 띤다. 게다가 지구의 토양은 대기와의 마찰로 둥근 형태지만 달은 대기가 없어 사방이 뾰족한 형태다. 탐사 장비나 우주복에 달라붙으면 심각한 손상을 유발할 수 있다.

신휴성 박사는 "달 탐사 로봇이나 우주선의 오작동을 방지하려면 정전기를 띤 날카로운 흙먼지가 장비에 달라붙는 상황도 미리 경험해봐야 한다"며 "지반열진공챔버는 기존 열진공챔버에 달의 토양 환경이 추가된 형태"라고 말했다.

지반열진공챔버는 세 종류의 펌프로 내부의 공기를 뽑아내 진공 상태로 만든다. 다른 진공 챔버와 달리 흙이 들어가기 때문에 진공을 만들기가 까다롭다. 흙 입자 사이에 들어 있는 기체까지 뽑아내야 하기 때문이다. 건설기술연구원은 대형 챔버 제작에 앞서 2년 동안 지름 1.3m의 소형 챔버로 흙먼지가 일지 않으면서 흙 안에 들어 있는 가스까지 뽑아내는 최적 조건을 찾는 실험을 했다. 정태일 연구원은 "흙이 없으면 7시간이면 진공 상태가 되지만 달 복제토 1t을 넣으면 14일 동안 펌프로 천천히 공기를 빨아들여야 지구 대기압의 1000만분의 1 수준으로 진공을 만들 수 있었다"고 말했다.

내년 가동되는 대형 챔버에는 복제토가 25t 들어간다. 소형 챔버 실험을 적용하면 산술적으로 한 번 진공을 만드는 데 몇 개월씩 소요될 수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래서는 원하는 장비를 제때 실험하기가 어렵다. 한 번 실험을 하고 문을 열어 장비를 꺼내면 다음 실험은 몇 개월씩 기다려야 하기 때문이다.

연구진은 달 복제토가 들어가는 주 챔버 옆에 흙먼지가 차단된 보조 클린 챔버를 연결해 문제를 해결했다. 한 번 진공을 만든 뒤에 수시로 달 탐사 로봇과 같은 장비를 클린 챔버를 통해 주 챔버로 넣었다가 빼낸다는 계획이다. 이는 마치 달 기지에서 외부 흙먼지가 차단된 방을 통해 밖으로 나갔다 들어오는 것과 같은 과정이다.

연구진은 자외선램프를 쏘아 달처럼 흙먼지가 정전기를 띠게 하는 데에도 성공했다. 이 장치도 내년 지반열진공챔버에 추가된다.

달 토양으로 3D 프린팅 실험도

건설기술연구원은 2016년 NASA 존슨우주센터의 제안을 받고 달 토양 실험 장치를 개발하기 시작했다. 2024년까지 28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연구원은 챔버가 정식 가동되면 NASA나 유럽우주기구(ESA) 등의 우주 장비 실험도 수주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중국도 잠재 고객이다. 지난달 독일 브레멘에서 열린 국제우주대회에서 장커젠 중국국가항천국 국장은 한국의 지반열진공챔버를 소개받고 베이징에서 추가 논의를 해보자고 답했다. 중국도 최근 달에 우주 기지를 세우겠다고 발표했다.

달을 모방한 챔버는 달 기지 건설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 건설기술연구원은 달 복제토로 달 기지를 짓는 연구도 하고 있다. 연구진은 전자레인지에 쓰는 마이크로파를 쏘면 달 토양의 입자를 덮고 있는 철 이온의 온도가 높아져 결국 토양 입자까지 녹인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연구원은 앞으로 챔버 안에서 3D(입체) 프린터로 달 복제토를 녹여 원하는 구조물을 찍어내는 실험을 할 계획이다.

최근 유럽 과학자들은 마이크로파 대신 태양광을 한데 모아 달 복제토를 녹여 석고 깁스 정도 강도의 벽돌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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