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中 게임업체는 손잡고 신작 개발… 한국은 '재탕'만

조선일보
  • 임경업 기자
    입력 2018.11.08 03:08

    혁신없는 게임업계 실적 비상등

    미국 최대 게임 개발 업체 블리자드엔터테인먼트는 지난 2일(현지 시각) 미국 애너하임에서 열린 자사 게임 발표회 '블리즈컨 2018'에서 "신작 모바일 게임 '디아블로 이모털'은 중국 업체 넷이즈와 공동 개발하고 있다. 오늘부터 사전 예약을 받겠다"고 밝혔다. 현장에 모인 미국 게임 팬들은 충격을 받았다. 관중석에선 야유가 쏟아졌고 "만우절 장난이냐"는 질문이 나오기도 했다. 전 세계 2500만 장 이상 판매된 미국 대표 게임 '디아블로'가 한 수 아래로 평가받던 중국 회사의 손을 거친다는 사실 때문이다. 한국으로 치면 엔씨소프트의 '리니지' 신작을 중국 회사가 개발하는 셈이다.

    미국 게임 업체 블리자드 관계자들이 지난 2일 미국 애너하임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게임박람회‘블리즈컨 2018’에서 신작 모바일 게임‘디아블로 이모털’을 소개하고 있다.
    미국 게임 업체 블리자드 관계자들이 지난 2일 미국 애너하임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게임박람회‘블리즈컨 2018’에서 신작 모바일 게임‘디아블로 이모털’을 소개하고 있다. 디아블로 이모털은 중국 게임 업체 넷이즈와 공동 개발한 것으로, 실망한 현장 팬들이 야유를 보내기도 했다. /블리자드엔터테인먼트
    하지만 디아블로 신작 발표 이면엔 미국과 중국 선두권 게임 업체들의 생존 전략이 깔려 있다. 블리자드의 모회사 액티비전블리자드는 매출 규모 세계 5위, 넷이즈는 세계 6위 회사다. 영국 텔레그래프를 비롯한 외신들은 "블리자드는 본격적인 중국 시장 진출을 목적으로, 넷이즈는 중국 내수 시장을 넘어 해외 수출을 위한 지식재산권이 필요했기 때문에 서로 협력한 것"이라고 전했다.

    미국과 중국 게임 업체들은 세계 게임 시장의 정체 위기를 정면 돌파하기 위해 합종연횡을 하거나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고 반면 국내 업체들은 오히려 역(逆)성장을 하고 있다. 금융 정보 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 최대 모바일 게임 업체인 넷마블은 올해 매출 2조1197원을 기록해 전년보다 13%가량 줄어들 전망이다. 엔씨소프트도 지난해 대비 매출이 3%가량 줄어들고, 넥슨은 5% 성장하는 데 그칠 전망이다.

    위기 돌파구 찾는 미·일·중 게임 업체

    비상 걸린 주요 게임업체 3분기 실적
    미국·일본·중국 게임 업체들이 국적을 가리지 않는 해외 제휴에 나서는 이유는 글로벌 게임 시장이 올해 들어 성장세가 꺾이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4~5년간 폭발적으로 성장하던 모바일 게임 시장이 주춤한 데다 중국 게임 시장에서는 정부의 신규 게임 출시 제한 규제라는 악재까지 겹친 것이다. 게임 전문 시장조사 업체 뉴주가 집계한 글로벌 매출 상위 20개 게임 업체의 지난해 성장률은 전년 대비 평균 33%에 달했지만 올해 상반기는 10%로 뚝 떨어졌다.

    일본 최고 게임 개발 업체로 꼽히는 스퀘어에닉스가 중국 텐센트와 지난 8월 "앞으로 두 회사가 주요 게임을 함께 개발하는 동맹을 맺겠다"고 발표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이 회사는 '파이널판타지 시리즈' 등 글로벌 히트작을 낸 매출 2조원대의 게임 전문 개발사다. 지난 6월에는 비디오 게임기 시장에서 경쟁하는 미국 마이크로소프트(MS)와 일본 닌텐도가 제휴하기도 했다. 앞으로 MS의 게임기 엑스박스에서만 할 수 있던 전용 게임을 닌텐도의 게임기 '스위치'에서도 내놓겠다는 것이다. 스위치용 게임도 엑스박스에서 즐길 수 있게 된다.

    미국·중국 업체들 사이에는 단순 제휴를 넘어선 대규모 지분 투자도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 7월 중국 넷이즈가 미국 중견 게임사 번지에 1억달러(약 1100억원)를 지분 투자했고 3월에는 중국 텐센트가 미국 게임 업체 유비소프트에 5000억원대의 투자를 했다.

    국내 게임 업계는 신작 게임도 거의 못 내놔… 경쟁력 약화 우려

    미국·일본 주요 게임 업체들이 중국 업체와 손을 잡으면서 그동안 한국 게임이 강세를 보여온 중국 시장에서 국내 업체들의 입지가 좁아질 것이란 우려가 팽배하다. 실제로 한국 게임은 올해 들어 중국에서 신작 게임을 한 개도 출시하지 못한 상황이다. 여기에 한국 게임 업계에서는 공격적인 M&A(인수합병)가 사라지고 대형 신작 게임 출시도 급감하고 있다. 엔씨소프트는 올해 내놓을 예정이던 신작 4편을 모두 내년으로 연기했고, 넷마블은 올해 1분기 신작이 '0'개였다. 그나마 넥슨이 지난 2월 개발비 200억원을 들인 신작 모바일 게임 '야생의 땅: 듀랑고'를 내놨지만 국내 앱장터 게임 매출 순위 200위 밖으로 고전하고 있다. 게임빌의 대형 신작 '로얄블러드'도 고전하고 있다. 글로벌은커녕 국내시장에서조차 활기를 잃고 있는 것이다.

    위정현 중앙대 교수(경영학과)는 "최근 2년 사이 국내 업체들은 과거 PC 게임을 모바일 버전으로 내놓는 전략을 고수하고 있다"며 "과감한 투자와 신작 개발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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