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국민연금 개혁안 퇴짜에 "이렇게 또 흐지부지?"

조선비즈
  • 전준범 기자
    입력 2018.11.07 18:17 | 수정 2018.11.07 18:25

    문재인 대통령이 7일 정부가 마련한 국민연금 개혁안 초안에 대해 "국민 눈높이와 맞지 않다"며 전면 재검토를 지시했다. 학계 등에서는 정부가 정권 지지율과 직결될 만큼 민감한 과제인 보험료율 인상을 유야무야(有耶無耶) 넘기려고 시간 끌기에 돌입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문재인 대통령이 이달 1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내년도 예산안에 대한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 / 이덕훈 기자
    ◇ 보험료 인상안 두고 文 "국민 눈높이와 달라"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으로부터 ‘국민연금 종합운영계획’에 관한 중간보고를 받았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오후 진행된 브리핑에서 "문 대통령이 정부 초안을 살펴본 뒤 재검토를 지시했다"며 "대통령은 박 장관이 갖고 온 안이 현재 국민이 생각하는 국민연금 개혁 방향이나 국민 눈높이와 맞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번에 정부는 국민연금의 재정건전성과 노후소득보장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1998년부터 20년간 월소득의 9%에 머물러 있는 보험료율을 최대 6%포인트 인상하는 방안을 마련했다. 구체적으로는 소득대체율(연금 수령액이 평생 월평균 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율)을 현행 45%에서 50%로 올리고 현재 9%인 보험료율도 13%로 인상하는 안(1안)과 소득대체율을 올해 수준인 45%로 유지하되 보험료율을 9%에서 12%로 올리는 안(2안), 소득대체율을 40%로 낮추되 보험료율을 15%로 대폭 올리는 안(3안) 등 세 가지 시나리오가 제시됐다.

    하지만 이 내용을 보고받은 문 대통령은 복지부의 보험료율 인상 계획이 국민 눈높이와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김 대변인은 "문 대통령은 박 장관에게 그동안 수렴해온 다양한 의견을 종합하되 국민 의견이 보다 폭넓고 충실히 반영될 수 있도록 수정 보완하라고 지시했다"고 전했다.

    조선DB
    ◇ "폭탄 돌리기 시작?"

    정부의 이번 국민연금 개혁안 준비 과정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한 학계와 시장 전문가들은 "국민연금 보험료 인상이 상당수 국민에게 금전적인 부담을 즉시 주는 것이므로 정권 입장에서는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면서도 "총대 매기 싫은 심정인 것이 확연히 드러난다"고 했다.

    서울의 한 대학 교수는 "무리한 최저임금 인상과 기업 홀대가 경기 전반의 활기를 떨어뜨린 상황에서 국민연금 보험료까지 더 내라고 하면 먹고 살기 급급한 서민들이 들고 일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또다른 대학 교수는 "보험료 인상에 성공한 정부가 20년간 없었다"며 "(현 정부도) 무리해서 추진하고 싶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일각에서는 복지부가 문 대통령의 공약 사항이기도 한 소득대체율 50% 달성을 지나치게 의식한 나머지 보험료는 방치한 채 소득대체율만 강화하는 내용의 개혁안을 다시 들고나올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연구기관 고위 관계자는 "만약 정부가 대통령의 퇴짜를 일종의 메시지로 인식해 공약(소득대체율 인상)에 방점을 둔 개혁안을 준비할 경우 국민연금 기금의 재정건전성은 크게 악화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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