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장칼럼] 2020년 최저임금은?

조선비즈
  • 유윤정 유통팀장
    입력 2018.11.08 06:00

    "올해가 사업하기 가장 힘든 해 같네요. 주차비가 왜 이리 아까운지..."

    최근 저녁자리에서 만난 중소기업 A대표는 빈 술잔을 내려놓으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원래 판촉물 사업을 했었다. 그러다 기업들이 비용절감을 위해 판촉물을 대거 줄이면서 패션사업에 뛰어들었다. 처음에는 나쁘지 않았다. 이름 난 해외 브랜드를 라이선스 계약을 맺고 들여온 덕에 제품이 잘 팔렸고 서울 강남에 고급매장도 냈다. 유명 백화점에도 입점했다.

    하지만 올해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건비가 올라가고, 경기침체로 사람들이 소비를 줄이면서 이익이 크게 줄었다. 백화점 쇼핑객도 줄어 적자가 커졌다. 이게 다가 아니었다. 그를 가장 힘들게 하는 건 매장 직원들이었다.

    얼마 전 지방 백화점 매장을 관리하는 아르바이트 직원 B에게서 전화 한통이 걸려왔다. 그만두겠다는 통보였다. 그는 속상했지만 그러라고 했다. 업무성과가 뛰어난 직원도 아니었지만 퇴사를 막을 방법도 없었다. 자리를 대체할 사람을 급하게 새로 구했다.

    몇일 후 B는 "그냥 다시 다니겠다"고 전화로 알렸다. A대표는 "이미 새로운 사람을 구했다"며 거절했다. 그러자 B는 한달치 월급을 더 달라고 했다. 사업자가 30일전에 근로자에 해고 예고를 해야 하는데, 그를 어겼다는 것이다. 근로기준법상 30일분 이상의 해고예고수당을 지급해야 한다고 했다.

    A가 거절하자 B는 노동부에 신고한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그는 "툭하면 내일 출근 안한다고 문자로 통보하는 직원도 있고, 갑자기 연락이 두절되는 직원도 있다"며 "그에 따른 피해는 고스란히 사업자에게 돌아오는데 이를 신고하거나 보상받을 수 있는 제도는 왜 없냐"고 반문했다. 그는 인건비도 부담이지만 이런 불확실성과 감정싸움에 지쳐 직접 매장에서 일한다고 했다.

    비단 A씨만의 일은 아니다. 경기침체와 급격한 인건비 상승으로 기업 곳곳에서 위기신호가 감지되고 있다. 올 3분기 상장사 3곳 중 1곳은 어닝쇼크(실적 충격)를 기록했다. 재계 2위의 현대차는 3분기 영업이익이 기대치보다 69%나 적었다. 상황은 안 좋은데 노사갈등은 심화되고 있다.

    최근 거리로 나선 편의점 가맹점주들은 최저임금 인상으로 삶이 파괴됐다고 하소연한다. 그러면서 이를 본사 탓으로 돌렸다. 하지만 본사 영업이익도 1~2%대에 불과하다. 한 편의점주는 "지난달부터는 임대료도 못 낼 정도"라며 "직원들을 내보내고 혼자 일하는데도 생활비조차 벌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내년은 더욱 걱정된다. 최저임금이 올해보다 820원(인상률 10.9%) 오른다. 시급(時給) 8350원이지만 대다수 근로자에게 의무 지급되는 주휴(週休)수당까지 포함하면 실질적 최저임금은 1만원이 넘는다. 2020년 최저임금 인상을 놓고 노사 갈등의 골은 더욱 깊어질 게 뻔하다.

    ‘애프터 크라이시스’의 저자 루치르 샤르마 모건스탠리 신흥시장 총괄대표는 최소 10년간 6%의 성장을 유지하는데 성공한 56개 신흥국의 데이터베이스를 통해 10가지 위기신호 규칙을 찾아냈다.

    그 중 하나가 ‘리더십의 생명주기’다. 대중들에게 보상 차원에서 국고를 나눠주며 권력에 집착하는 정치 지도자가 있다면 이를 위기신호로 봐야 한다고 했다. 대중의 의지와 욕구는 광범위하고 주기적으로 변한다. 지금 중소기업이 처한 현실은 ‘생존’이다.

    최저임금 인상 자체를 반대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이명박, 박근혜 정부때도 최저임금은 계속 올랐다. 하지만 현 정부들어 사회적 합의 없는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의 부작용이 얼마나 큰지 우리는 보고 있다.

    술을 마실수록 중소기업 A대표의 걱정은 커져갔다. "2020년 최저임금은 또 얼마나 오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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