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장 열린 부동산신탁, 중소형사 설자리 좁아진다

조선비즈
  • 이승주 기자
    입력 2018.11.08 06:10

    금융당국이 연내 최대 3곳에 부동산신탁업 인가를 내주기로 하면서 중소형 부동산신탁사의 설 자리가 좁아지고 있다. 중소형 부동산신탁사간 경쟁이 치열해져 몸값이 떨어지기 전에 회사를 매물로 내놓고 인수합병(M&A)을 타진하는 곳도 나타나고 있다.

    금융업계에선 부동산신탁사 3곳이 신설되면 최소 2년동안 모두 중소형 부동산신탁사와 경쟁하는 구도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위원회가 신규 인가 후 2년동안 기관경고 이상의 조치를 받지 않은 신규 부동산신탁사에 대해서만 차입형 토지신탁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기 때문이다.

    차입형 토지신탁은 수탁한 토지에 택지조성, 건축 등 부동산 개발 자금까지 주선해야 해 리스크가 크다. 이 때문에 차입형 토지신탁은 중소형 신탁사보다는 대형 신탁사에서 도맡고 있다. 결국 신규 부동산신탁사들이 최소 2년동안 중소형 신탁시장에서 활동해야 한다는 의미다.

    조선DB
    부동산 경기가 예전같지 않다는 점도 중소형 부동산신탁사엔 악재다. 전문가들은 국내 부동산시장의 지역별 양극화, 관련 규제 강화, 금리인상 등으로 향후 부동산신탁사의 수익률이 하락하면서 업권의 자산건전성이 저하되는 등 관련 위험이 커질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한다.

    신용상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부동산신탁 시장에서도 주택도시보증공사가 지정하는 미분양관리지역 사업장을 중심으로 미분양 주택이 크게 늘고 있다"며 "국내외 부동산 경기의 정체 또는 하강 국면 진입이 예상되는 가운데 부동산 관련 대표적인 그림자금융인 부동산펀드와 부동산신탁 리스크에 대한 모니터링과 사전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은행권 금융지주사들이 부동산신탁업에 눈독을 들이면서 향후 업권이 대형사 위주로 재편될 가능성이 커진 것도 중소형 부동산신탁사에 불리한 요인이다. 신한금융지주가 지난달 31일 아시아신탁을 인수하면서 KB금융지주, 하나금융지주에 이어 은행권 금융지주 세 번째로 부동산신탁업에 진출했다.

    금융지주 계열 부동산신탁사의 장점은 은행 계열사를 통해 비교적 쉽게 사업 자금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다. 부동산 대출 규제 등으로 신규 대출이 어려워진 가운데 토지신탁을 맡기는 시행사 입장에서는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중도금 대출, 잔금 대출 등을 연계해 한 번에 해결할 수 있는 금융지주 계열 신탁사를 선호할 수 있다. 기존 부동산신탁업 강자인 한국자산신탁, 한국토지신탁, 코람코자산신탁 등과 금융지주 계열 신탁사간 주도권 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전망된다.

    신탁업계 관계자는 "부동산 경기가 좋고 대출 규제도 강하지 않을 때는 은행 어디를 가도 대출이 다 됐는데, 금융권 DSR 도입으로 토지 개발 외에도 금융 주선을 얼마나 잘하느냐도 신탁사의 경쟁력으로 작용하게 될 것"이라며 "기존 부동산신탁사와 금융지주 계열 신탁사가 치열하게 경쟁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중소형 부동산신탁사 M&A가 빈번한 것도 중소형 부동산신탁사가 처한 상황과 무관치 않다. 업계에 따르면 부동산 시행사인 진원이앤씨가 삼성생명이 보유한 생보부동산신탁의 지분 매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돼 협상을 진행하고 있고, 국제자산신탁도 매물로 나온 상황이다.

    잠재적 매수 후보로는 NH농협금융, 우리은행, BNK금융지주 등 은행 또는 은행 금융지주사가 거론된다. 이 중 농협금융과 BNK금융은 기존 신탁사 인수와 신규 인가 신청을 놓고 저울질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주사 전환 인가를 받은 우리은행의 경우 지주사 전환 일정상 신규 인가보다는 기존 신탁사를 인수하는데 초점을 맞출 것으로 보인다.

    금융권 관계자는 "신규 신탁사 예비인가서 제출 기일이 이달 말까지라 금융지주사 출범을 준비하는 우리은행은 신규 인허가 보다는 M&A를 통해 시장을 진출할 가능성이 높다"며 "M&A는 기존의 영업 조직을 그대로 흡수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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