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TALK] 다리 힘 빠지는 노인들, 끼니마다 고기 등 단백질 섭취해야

조선비즈
  • 허지윤 기자
    입력 2018.11.03 08:00

    수년 전 기자는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할머니께서 화장실에서 미끄러졌는데 고관절이 부러졌다는 소식이었다. ‘쿵’ 한번에 뼈가 부러지시더니 건강은 악화됐고 병원에 입원한지 몇 개월만에 할머니는 하늘나라로 가셨다.

    노인들에게 근육 소실은 생명을 위협한다. 뼈와 근력이 약해진 노인에게 낙상은 죽음에 이를 수 있는 매우 위험한 사고다. 의학계에서는 팔과 다리 등을 구성하는 골격근과 근력이 정상보다 크게 줄어드는 근감소증을 ‘사코페니아’라고 부른다. 근육이란 뜻의 ‘사코(Sarco)’와 부족·감소를 의미하는 ‘페니아(Penia)’의 합성어로, 노화 과정에서 진행하는 질환이다.

    우리 몸은 나이가 들면서 근육량은 서서히 줄어든다. 근육량이 줄고 근력이 감소하면서 신체 기능도 떨어진다. /조선DB
    노인의 근감소증(사코페니아)을 예방·관리할 수 있을까. 장일영 서울아산병원 노년내과 전임의(내과 전문의)는 2일 서울 광화문에서 사코페니아에 관한 최신 연구 현황을 발표했다.

    ‘과학적으로 설계된 노인 맞춤형 프로그램이 실제 노인의 건강 개선에 유의미한 효과를 가져왔다’는 게 요지다.

    앞서 서울아산병원 노년내과 연구진은 평창군 보건의료원과 함께 ‘보건사업-연구 융합형 보건사업 프로젝트’로 2015년 8월부터 작년 1월까지 평창군 3개 지역 독거·저소득층 노인 187명을 대상으로 관찰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프로그램 시작 전에는 노인의 약 절반(49.2%)에서 ‘사코페니아’가 나타났다. 평균 신체기능지수(SPPB)는 12점 만점에 7.4점에 불과했다. 참여자의 78.1%가 영양상태가 불량했다. 36.4%는 일상생활 장애가 있으며 35.3%에서는 ‘노쇠’가 동반돼있다.

    노인 특화 운동과 영양관리로 구성된 프로그램에 참여한 노인들은 24주동안 주 2회씩 낙상예방운동을 지속했다. 약을 많이 복용하거나 우울증이 있는 노인 등 위험군 대상자에는 약물 남용 및 부작용과 우울증 등 정신건강에 대한 통합진료를 각각 시행하고 가정낙상위험평가도 시행했다.

    영양상태가 불량한 노인들에는 같은기간동안 매일유업의 환자용 균형 영양식(음료)도 함께 섭취하도록 했다. 매일유업이 운영하는 매일사코페니아연구소에서는 사코페니아를 예방할 수 있는 기능성 제품 연구 개발을 지원하고 있다.

    6개월이라는 단기간에도 의미있는 결과가 나왔다. 24주 프로그램 후 사코페니아 유병률이 49.2% 에서 31.0% 로 감소했다. 특히 프로그램 종료 후 24주 후에도 사코페니아 유병률은 35.1%로 기존보다 낮았다.

    프로그램을 시행한 지 24주 후 참여 노인들의 신체기능지수(SPPB)는 3.18점이 증가했다. 노쇠, 근감소증, 영양상태, 우울증도 통계적으로 명확한 개선 효과를 보였다. 낙상의 경우 감소 추이를 보였으나 통계학적으로 유의하지는 않았다.

    장일영 전임의는 "프로그램 시작 전에 상태가 나빴던 사람들이 오히려 효과가 더 좋았다"며 "남성보다는 여성이, 질병이 많을수록, 보행속도가 느릴수록, 더 노쇠할수록, 우울증이 있을수록, 기본 일상생활 장애가 있을수록 개선 폭이 더 크게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이러한 개선 효과들이 프로그램 종료 24주 후에도 지속됐다고 밝혔다. 장 전임의는 "24주간 점진적 고강도 맞춤형 프로그램의 효과가 강력했기 때문인 것도 있지만, 생활습관 개선 효과도 있었다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신체질량지수(BMI)27 이상의 비만 노인, 장애가 이미 진행해버린 노인에게는 개선효과가 적게 나타났다.

    노화를 막을 수는 없지만 관리할 수 있다. 우선 신체활동을 통해 근육의 질을 개선해야한다. 근육의 양보다 근육의 질이 훨씬 더 중요하다. 노인에게 있어 근육량을 늘리는 것은 매우 어렵고 근육양만 키우는 것은 임상적 이득은 적다. 이 때문에 이번 프로그램과 연구의 목표도 근육의 질적 개선과 이를 통해 노쇠를 호전하는 것이었다.

    장 전임의는 "근력운동이나 보행, 신체활동 등을 통해 근육의 질을 개선시키려고 노력해야 한다"며 "신체기능과 노쇠 현상을 개선하면 향후 사망·입원, 장애 확률을 크게 낮출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근감소와 노화를 지연시키기 위해서는 균형잡힌 영양 섭계도 매우 중요하다. 특히 단백질 섭취 부족은 근감소증에 영향을 끼친다.

    일반 성인의 1일 단백질 섭취 권장량은 체중 1kg당 0.8g 정도다. 단백질 섭취와 신체 활동은 근육 합성을 위한 주요 동화작용을 하는데, 나이가 들면 다양한 동화작용 신호가 감소하는데 이러한 동화작용 저항성이 근감소증과 관련이 있다.

    박형수 매일사코페니아연구소 책임연구원은 "영양불균형 중 특히, 단백질 섭취 부족이 근감소증 주요 원인 중 하나"라며 "근감소증 예방을 위해서는 식이마다 약 25~30g의 단백질 섭취를 권장한다"고 밝혔다.

    박 연구원은 "단백질은 약 20여종의 아미노산으로 결합돼 있으며 이중 체내에서 합성되지 못하는 ‘필수 아미노산 9종’은 식품으로 직접 섭취해야 한다"며 "9종의 필수아미노산 중 특히 류신(leucine)은 단백질 합성을 자극하는 촉매제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치즈와 유단백, 필수 아미노산, 류신, HMB와 비타민 D가 근육 기능을 개선해 근감소증의 잠재적인 보충제로서 제시되고 있다"고 말했다.

    장 전임의는 "한국도 빠르게 고령 사회로 진입하고 있는 만큼 노인의 기능 저하에 대한 예방과 관리가 중요하다"며 "신체기능을 개선시키고 노쇠를 늦출 수 있도록 과학적으로 검증되고 비용면에서도 효율적인 지역사회 프로그램을 마련해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조선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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