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부진 뒤에 숨은 부동산 하락 전주곡…"기우일까?"

조선비즈
  • 이진혁 기자
    입력 2018.10.31 09:31

    상승 심리가 꺾인 것일까 집값 폭락의 전주곡일까.

    정부 부동산 규제로 부동산 시장 열기가 가라앉은 가운데 미국과 중국의 무역 갈등과 국내 주력 산업 부진으로 주식시장까지 곤두박질 치면서 한국 경제 침체 우려가 커지고 있다. 서울 서초·강남·송파구 등 강남 3구 아파트의 매매가와 전세가가 모두 약세로 돌아섰고, 부동산 시장은 거래 없이 한산한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다. 아직은 약하지만, 부동산 침체를 걱정해야 한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조금씩 들리고 있다.

    우리나라 부동산 시장이 약세로 돌아선 건 글로벌 경제 환경이 나빠지면서 국내 경기도 침체했을 때다. IMF 구제금융 당시에는 서울 아파트 매매가가 15% 가까이 떨어졌고, 2012년 유로존 재정위기 때도 4% 넘게 내린 적이 있다. 과거와 다른 점은 미국 경제가 괜찮은 편이지만, 국내 경제는 위기라고 불릴 만한 징후가 포착되고 있다는 것. 증시 다음에는 부동산일 것이란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주식시장 급락과 경제 지표 부진으로 집값 상승 기대 심리도 꺾이고 있다.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일대 아파트 단지 전경. /조선일보 DB
    ◇강남·서초 아파트 전세·매매 하락

    한국은행에 따르면 소비자들의 경제상황에 대한 심리를 종합적으로 나타내는 10월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99.5로 전달보다 0.7포인트 떨어지며 100을 밑돌았다. 이 지수는 2003년부터 2017년까지의 평균치를 기준값 100으로 정해 이보다 크면 낙관적이라는 뜻이고, 100보다 작으면 그 반대를 뜻한다. 특히 주택가격전망CSI는 114로 전달보다 14포인트 하락했고, 경기전망CSI는 77로 전달 수준을 유지했다.

    정부가 10월 내놓은 부동산 정책 여파에 따른 일시적인 영향일 수 있지만, 강남 아파트 매매가도 하락 전환했다. 한국감정원이 10월 넷째 주 전국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을 조사해 발표한 결과를 보면 서울 서초구와 강남구 아파트 매매가는 한 주 만에 각각 0.02% 떨어졌다. 서초는 18주, 강남은 14주 만에 하락한 것이다. 송파구도 0.04% 하락하며 15주 만에 내림세를 보였다. 같은 기간 서울 아파트는 0.03% 올랐다.

    전세금 역시 약세다. 서초구는 전주와 비교해 변동이 없었고, 강남구와 송파구 모두 0.01% 오르는데 그쳐 지난주와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올해 들어 서초·강남·송파구 전셋값은 각각 2.03%, 2.28%, 4.34% 하락했다. 한국감정원은 "정부 대책 영향으로 마포·은평·서대문·도봉·노원구 등은 상승폭이 줄었다"며 "강남 3구는 9·13 대책과 9·21 대책 영향으로 호가 내림세가 확산하고 매물이 소폭 누적되며 하락 전환했다"고 설명했다.

    ◇부동산, 증시 부진 뒤따르나

    부동산 시장 분위기는 당분간 그리 좋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일단 거래량이 늘어날 만한 상황이 아니다. 양도소득세 중과로 다주택자들은 집을 팔기 애매한 분위기인 데다 매수자 역시 집값이 여전히 높다고 생각해 집 구매를 주저하고 있다. 보통 집값이 내릴 땐 매수자가 없어 매도자가 계속 가격을 낮추고 이런 매물이 쌓이는 경우가 많은데 아직 이런 현상이 나타날 기미가 없다.

    경제는 ‘첩첩산중’이다. 코스피지수는 2000 아래로 떨어졌고 고용이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가계 소비 등은 계속 고전하고 있다. 주식시장은 기업과 산업의 전망을 보여주기 때문에 통상적으로 부동산도 이를 따라 움직인다고 인식된다. 물론 부동산이 주식만큼 민감하게 반응하는 자산은 아니지만, 주식시장이 계속 악화되면 부동산 경기 역시 악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올해 초 2400대였던 코스피지수가 29일 2000 아래로 떨어졌다. /조선일보 DB
    한국부동산연구원을 통해 김상배 경북대 경영학부 교수가 지난 6월 발표한 ‘주택시장과 주식시장 사이의 상관관계에 관한 연구’에 따르면 국내 주택시장과 주식시장은 서로 비슷한 방향으로 움직인다. 가령 이자율 상승과 같이 주택시장과 주식시장에 공통으로 영향을 미치는 거시경제 변수의 변화로 집값이나 주가가 하락할 때 두 시장의 변동성이 같이 증가한다는 것이다. 두 시장에 위험 요인이 커질 수록 집값과 주가가 하락하고, 두 시장 사이의 상관계수는 커진다는 것이 논문의 내용이다.

    대출규제도 대기 중이다. 금융당국은 31일부터 모든 은행에 강화된 총부채 원리금 상환비율(DSR)을 적용한다. 주택담보대출과 기존대출 등 원리금 상환액이 연소득의 70%를 넘으면 대출을 받을 수 없다. 게다가 다음 달 한국은행 기준금리가 인상될 가능성이 커지는 것도 부동산 수요자들의 움직임을 주저하게 하는 요인이다. 부동산114는 까다로워진 대출조건과 금리 인상으로 매수 관망세는 더욱 짙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서성권 부동산114 리서치센터 선임연구원은 "부동산 가격 상승보다 하락 요인이 더 많아 큰 틀에서 하락장이 예상된다"며 "다만 최근 수개월 동안 줄기차게 올랐던 호가가 조정되는 수준이지, 집값이 수억원씩 떨어지는 급락장이 올 거라고 단정 짓기는 아직 이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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