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쇼크' 영업이익 4분의 1 토막… 20년前 수준으로 후진

조선일보
  • 류정 기자
    입력 2018.10.26 03:08

    [먹구름 한국경제] 3분기 2889억, 이익률 1.2% 그쳐… 외국 경쟁사는 순항, 홀로 역주행

    현대자동차가 3분기 영업이익 2889억원을 기록했다고 25일 밝혔다. 지난해 같은 기간 1조2042억원에 비해 4분의 1 토막이 난 것이다. 2010년 회계 기준이 크게 바뀌어 단순 비교는 어렵지만 20년 전인 1999년 영업이익 규모와 비슷하다.

    매출 중 이익이 얼마나 되는지 보여주는 영업이익률은 1.2%로 외환 위기(1998년 4.2%) 때보다 못하고 시중의 1년 정기예금 금리(2%)보다도 낮다. 이익으로 이자도 못 갚는다는 뜻이다. 증권가는 3분기 영업이익을 8000억원 수준으로 예상했으나 예상치를 크게 밑도는 발표가 나오자 이날 현대차 주가는 6% 폭락했다.

    현대차의 실적 악화는 미·중 시장에서 고전, 신흥국 환율 문제, 전략 실패 등 다양한 문제가 동시에 불거져 나온 결과다. 국내 자동차 생산의 80%를 차지하는 현대차그룹의 추락은 8000여 부품사 위기로 직결되고, 직접 고용 40만명, 수출 11%를 차지하는 한국 자동차 산업의 위기와도 연결된다. 조선업에 이어 자동차까지 위기에 빠지면서 고용 유발 효과가 큰 제조업이 무너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현대차의 추락은 다른 글로벌 경쟁사들의 순항과 달리 '나 홀로 역주행'이란 점에서 더 충격적이다. 글로벌 자동차 빅 5 중 현대차를 제외한 르노 닛산·도요타·폴크스바겐·GM은 올 상반기 5% 이상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했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교수는 "자동차는 조선·건설 분야와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고용 효과가 큰 기간산업으로 자동차가 무너지면 한국 경제 뿌리가 흔들리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중국 양대 시장 부진, 엔저·원고와 신흥국 화폐 가치 하락 등 환율 변동, 내수 경기 악화, 노동생산성 하락….

    현대차 안팎에서 거론되는 위기의 원인들이다. 현대차는 "모든 악재가 한꺼번에 겹쳤다"고 말하고 있지만 쉽게 해결될 수 없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미·중 양대 시장에서 추락… 신흥국서도 밀려

    현대차는 매출 절반 가까이를 차지하는 중국과 미국 시장 등 양대 시장에서 극심한 판매 부진을 겪고 있다. 중국에선 작년 3월 이후 시작된 사드 보복 여파로 2016년 전성기 때 114만대에 달했던 판매량은 지난해 78만대로 곤두박질쳤다. 올해 반등은 하고 있지만 90만대를 넘기기는 어려워 보인다. 여기에다 중국 현지 자동차의 성장세가 무섭다. 올 상반기 지리자동차·창안자동차·창청자동차 등 현지 업체는 모두 현대차의 판매량을 넘어섰다. 2014~2016년 현대차는 중국에서 5위권이지만 올해는 9위로 떨어졌다. 미국에선 픽업트럭과 SUV 등의 호황이 이어지지만 현대차는 이 같은 차종에서 경쟁력이 취약하다. 여기에 엔저로 가격 경쟁력까지 높인 일본 차에 밀리고 있다. 원고·엔저 상황에서 가격 인상 폭을 최소화한 도요타는 가격 대비 성능이 현대차보다 좋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현대차 영업이익과 영업이익률
    /블룸버그

    신흥 시장에서도 타격이 심했다. 중동·동남아 시장(-6.9%)과 인도(-2.7%)에서도 판매 감소가 이어졌다. 브라질·러시아 등 신흥국 판매는 내리막을 걷다 작년부터 겨우 회복세를 보이고 있으나 이번엔 이 국가들의 화폐 가치 하락(올 초 대비 10~20% 하락)으로 거액 환차손을 입었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선임 연구위원은 "GM은 2009년 파산 위기, 도요타는 2011년 대규모 리콜 사태, 폴크스바겐은 2015년 디젤 게이트로 어려움을 겪었지만, 각각 발 빠른 구조조정과 기술 경쟁력 강화로 빠르게 회복했다"며 "그러나 현대차는 고질적 강성 노조 문제, 기술 투자 부족 등으로 쉽사리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직·간접 관련자 177만명 종사자 위기… 한국 경제에도 경고등

    영업이익률 1.2%라는 숫자는 암울한 두 가지 측면을 더 갖고 있다. 현대차의 미래에 대한 투자 여력이 감소한다는 것과 1~3차 부품 협력사들이 적자에 가까운 경영 위기에 처해 있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완성차가 3% 이익률이면 1차 부품사는 0~1%대, 2·3차 부품사는 적자라고 봐야 한다"며 "현대차가 이 정도면 부품사들은 고사 직전"이라고 말했다. 고태봉 하이투자증권 이사는 "과거엔 현대차가 실적이 부진하면 부품 단가 인하로 비용 절감을 꾀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부품사로서는 더 깎을 여력도 없어 자칫 자동차 산업 생태계가 무너질 수 있는 벼랑 끝에 서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현대차의 추락은 한국 경제 전체에 상당한 파급 효과를 미친다. 국내 완성 자동차 업체는 5개사다. 이 가운데 현대차그룹(현대·기아)의 점유율은 80%대다. 8000여개의 자동차 부품사와 40만명 자동차 산업 종사자를 직접 영향권에 두고 있다. 게다가 자재·판매·정비·운송 등 자동차 산업의 전후방 효과는 국내 제조업 중 단연 최고다. 간접 고용까지 따지면 177만명이 영향을 받는다.

    현대차는 이번 3분기 실적이 바닥이기를 희망하고 있다. 이번 실적에 미국에서 실시할 에어백 리콜을 위한 충당금 등 일시적 비용을 한 번에 다 반영한 것도 이번 분기에 악재를 다 털고 가려는 전략으로 보인다. 현대차는 내년에 미국·중국에서 소형 SUV부터 대형 SUV까지 다양한 신차를 출시해 판매 부진에서 벗어난다는 계획이다.

    ◇고임금·저효율의 근본적 개혁 필요

    그러나 곧바로 뚜렷한 회복세를 보여주기는 힘들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고임금·저효율의 고질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경쟁이 점점 치열해지는 시장에서 살아남기 힘들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노조 개혁을 통한 가격 경쟁력 확보, 연구·개발 투자를 통한 브랜드 신뢰도 제고, 미래 자동차 산업에 대한 종합 전략 수립 등 근본적인 개혁을 진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병태 카이스트 교수는 "최저임금 인상 등 노조 친화적인 정책 등으로 이미 영세 부품사부터 연쇄적으로 무너지고 있다"며 "당장 대대적인 노동 개혁과 혁신을 위한 산업 정책을 추진하지 않으면 한국 자동차 산업은 이대로 추락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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